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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예산읍으로 나가는 도로(이 길을 따라가면 창뜰다리가 나옴). ②살내두리(신양에서 내려오는 격양천과 광시쪽에서 내려오는 내천이 합류하는 지점). ③송지대야리. ④백사장. ⑤가방교(1922년 일제가 라멘교로 건설한 현대식 다리. 지방도 616호를 연결한 다리. 현재 위치는 블랙스톤하우스 바로 아래). ⑥대흥초등학교 운동장. ⑦대흥농창(예산에서 최고 컸던 창고).
 ①예산읍으로 나가는 도로(이 길을 따라가면 창뜰다리가 나옴). ②살내두리(신양에서 내려오는 격양천과 광시쪽에서 내려오는 내천이 합류하는 지점). ③송지대야리. ④백사장. ⑤가방교(1922년 일제가 라멘교로 건설한 현대식 다리. 지방도 616호를 연결한 다리. 현재 위치는 블랙스톤하우스 바로 아래). ⑥대흥초등학교 운동장. ⑦대흥농창(예산에서 최고 컸던 창고).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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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저수지(충남 예산군)로 수몰되기 전 격양천과 내천이 합류해 무한천으로 휘돌아 나가던 대흥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수몰 반 세기가 지난 오늘 충남 예산군 대흥면의 옛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나왔다.

1964년 12월 예당저수지 물막이공사가 완공된 이후 옥토와 삶터가 수몰되고, 대흥의 옛모습은 그렇게 잊혀졌다. 70대 어르신들이나 먼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 훗세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사진이라도 있나 싶어 백방으로 찾았지만 카메라가 귀했던 시절이어서 그런지 소용없었다. 그런데 대흥면지 발간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며 귀중한 사진 한 장이 나왔다. 봉수산 정상에서 찍은 것으로 54년전 그 옛날 전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말로만 전하던 개뱅이다리(가방교)가 선명히 보인다. 의좋은형제우애비가 이 다리 옆에 서 있었다. 1922년 가설한 가방교는 예산군 최초의 라멘교(상·하부 구조 일체형)로, 수몰되기 직전에 부셔 철근을 빼냈다고 한다.

물길도 선명히 보인다.

신양 일산이수정 앞 격양촌 앞에서 달천(화산천)과 죽천천(신양천)이 합쳐 형성된 격양천(경결천)이 숯뱅이(하탄방)를 돌아서 송지대야리쪽으로 흘러나온다<사진 오른쪽 상단>. 여기서 팔뚝만한 모래무지를 잡아 내 안쪽으로 하얗게 보이는 백사장(모래사장)에서 천렵을 했다고 한다.

청양군 비봉·화성면에서 발원해 광시면을 지나 가방교 아래로 흘러내려온 물길이 내천이다. 살내두리에서 격양천과 합쳐 큰 내를 이루는 모습이 선명한데 여기부터가 무한천이다.

대흥면소재지 동서리 광경도 나타났다. 예산군에서 가장 큰 창고였다는 대흥농창이 또렷이 보이고 옆으로 대흥초 운동장이 있다.

냇가 양쪽으로 바램이뜰과 창뜰 300여만평의 기름진 옥토가 펼쳐져 있다. 이 땅에다 깨를 심으면 정자나무같이 자랐고, 참외를 심으면 알지게에 걸쳐 얹을 만큼 커서 대흥참외가 유명했다고 한다.

그 아래 쪽으로 예산으로 통하는 직선도로가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큰 비가 오면 잠겼다는 창뜰다리와 딴산도 보일텐데, 아쉽게도 사진은 거기까지만 담겼다.

지형지세와 물길을 사진으로만 봐도 참 사람살기 좋은 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귀한 사진을 남긴 주인공은 지역주민 고 박승욱(전 능금농협 조합장)씨다. 1962년 가을에 봉수산에서 면소재지(동서리) 아래를 사진에 담았다는 메모가 남아 있다.

대흥면지 발간을 맡고 있는 예산역사연구소 박성묵 소장은 "면지 자료를 조사하면서 주민들에게 수소문해 어렵게 찾아냈다. 현재 한 장밖에 없는 정말 귀중한 자료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작은 사진 한 장에 이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대흥면민의 가슴 속에 아픔으로 남은 수몰지구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사진을 보면 망연자실 옛일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또한 지리적 변화를 읽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예당저수지의 관광적 가치를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이 한장의 사진은 활용하기에 따라 앞으로 예당의 관광자원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례로 제천시는 청풍면에 수몰역사관을 세우고 충주댐의 건설배경과 그로 인한 수몰 지역의 역사자료,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다양한 자료를 전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양군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 언덕에 수몰이주기념관을 지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중 물의도시로 불리는 포르토마린 인근의 한 마을은 저수지를 만들며 수몰되자 건물들을 일일이 분해해 고지대에 새로 조성, 명소가 되고 있다.

대흥면은 백제 마지막 역사의 현장이며, 역사문화의 보고다. 고려말에 현을 설치했을 정도이고, 조선시대까지 동헌에서 현감이 고을을 통치했다. 숙종 때는 대흥군으로 승격해 당시 예산현, 덕산현 보다 높은 관리로 하여금 다스리게 했다.

대흥면은 2년 전부터 향토역사지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강보희 위원장을 중심으로 민간위원회를 결성해 뜻을 모았고 주민들이 하나하나 찾아낸 자료로 찬란했던 역사를 엮고 있다. 이제 곧 출판될 대흥면지에 기대가 크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대흥, #예당저수지, #무한천, #관광자원,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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