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기자설명회에서 '역세권 2030청년주택' 공급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기자설명회에서 '역세권 2030청년주택' 공급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관련사진보기


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를 공개하자 비싼 임대료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의회는 물론 대기업 사원들도 청년주택 임대료가 비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삼각지역 주변 역세권 청년 주택의 임대료는 월 12만~38만 원(1인 가구)이다. 보증금에 따라 월세가 달라지는 구조로 보증금은 2840만~9485만원 수준이다.

면적별로 보면, 3인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용면적 49㎡는 보증금 2840만원, 월 29만원이다. 보증금을 7116만 원으로 올리면, 월 12만원을 내야 한다. 두 명이 공동 사용하는 전용면적 39㎡는 보증금 3750만 원에 월 35만 원, 보증금 8814만 원에, 월 15만 원이다.

1명이 단독으로 거주하는 전용면적 19㎡형은 3950만 원에 월 38만 원, 보증금 9485 만원이면, 월 16만 원이다. 서울시는 시세 전수조사와 국토부 자료,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주택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이숙자 서울시의회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주택이 건설되는 용산구 한강로 2가 인근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 40㎡형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만 원 물건이 나와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전용 19㎡형 보증금이 9485만 원, 월세 16만 원인데, 비슷한 돈을 내고 절반 수준의 면적에서 거주하는 셈이다. 청년들이 굳이 청년주택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실련도 가세했다. 경실련은 전용 49㎡ 주택을 3인이 함께 하는 경우 사실상 49㎡에 3명이 거주하는 것이어서 서울시가 제시한 1인 임대료가 아닌 여기에 3배를 한 임대료로 시세와 비교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실련 기준을 적용하면 서울시가 보증금 7116만 원에 월 12만 원이라고 밝힌 전용 49㎡ 주택의 실제 임대료는 보증금 2억1000만원에 월 36만 원이다.

3.3㎡당 임대료로 봐도 3인이 함께 사용하는 49㎡형 임대료 총액은 보증금 2억1000만 원에 월 36만 원이다. 전세가로 환산하면 3억 원으로 웬만한 일반 아파트 전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대기업 사원들도 "보증금 비싸, 별로 살 가치 못느낀다"

주머니 사정이 비교적 나은 대기업 사원들도 이런 임대료가 부담스럽다. 대기업 직원인 이아무개씨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인데, 1인이 거주하는 19㎡형은 보증금만 4000만 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면서 "모아놓은 목돈이 없는 상황에선 입주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직원 김아무개씨는 "서울에서 홀로 거주하는 회사원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보증금 규모가 1000만~2000만 원"이라면서 "2배 이상이 되는 보증금을 주고 굳이 삼각지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1인 가구를 제외한 2~3인 공동 거주 형태는 더욱 매력이 떨어진다. 방도 비좁은데다 3인이 공동 생활하는 형태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아니다. 실제로 3인이 거주하는 주택은 전용 면적이 49㎡형은 1인당 방 면적이 3평(10㎡) 이상으로 설계하기 어렵다. 3평이라도 일반 원룸형 주택보다 좁다.

한 대형건설사 설계팀 관계자는 "공동생활공간(화장실, 주방)을 최소화하더라도 전용 49㎡형에서는 1인이 사용할 수 있는 방 면적을 10㎡ 이상으로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 정도 면적이라면, 개인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좁게 느껴질 수 있고, 원룸보다도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공동 생활 형태는 갈등이 생기기도 쉬워 청년들의 선호도가 낮다.

이숙자 서울시의회 의원은 "좁은 방에 다른 사람과 공동 거주하면서 보증금 7000만 원을 내라고 하는 것은 저렴한 것이 아니라 폭리"라면서 "사회초년생 중 7000만 원이 넘는 보증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이 사업은 청년 주택 사업이 아니라 청년 이름을 빌린 역세권 개발 사업이고, 임대 사업자를 위한 특혜성 사업"이라면서 "청년 정책의 일환이라며 시세가 비싼 역세권을 고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청년주택, #고가월세
댓글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