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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인터뷰에 출연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장윤선·박정호의 팟짱> 인터뷰에 출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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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른 두 살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요즘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매우 바쁘시겠지만, 잠시 짬을 내셔서 이 글을 봐주시고, 제 궁금증을 해소해주셨으면 합니다.

2012년 대선은 참 희한했습니다. 여당과 야당의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전면에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분배', '복지', '균등', '규제'라는 단어만 꺼내 들어도 '공산주의자'에 심하게는 '빨갱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가해졌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흐름이었습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겠지요. '오직 경제성장'만을 외치던 과거의 관습에 대한 반성의 흐름이기도 하겠고요.

실제로, '성장'만을 외치던 한국의 경제는, 질적인 발전은커녕, 양적인 '성장률'마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의 조선회사들이 흔들리고 있고, 다른 대기업들은 수많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곳씩 폐업에 이르고 있습니다. 노인빈곤율은 60%가 넘습니다. 그런데 노인만이 아니라, 청년들도 이 나라가 '헬조선'이라며, 떠나고 싶다고 합니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라는 간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대(!)기업하기 좋은 나라'

지난 날의 성공에 갇혀, 관성적으로 '오직 경제성장'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양적인 발전은 이루었으나, 질적인 발전은 정체되었고, 그것이 양적인 성장까지 갉아먹는 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직 경제성장'의 그 구호의 중심에, '재벌대기업'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위해 법이 바뀌고, 규제가 없어지고, 환율이 올라가고, 국민과 중소기업이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이번 정권에서는 '국민연금'도 희생을 한 것 같더군요). '경제에 기여' 혹은 '경제에 우려'가 된다는 이유로 재벌총수들이 사면을 받고, '지은 죄'도 '없는 죄'가 되었습니다. '일하기 좋은 나라'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강조되었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대(!)기업하기 좋은 나라'이겠지만. 이것에는 여당과 야당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참여정부 때마저, 대통령이 직접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발언하고, '삼성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사실 지난 대선 두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실천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저 두 사람 모두, 재벌과의 관계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을까?'

문 전 대표님에 대한 저의 궁금증은 여기서 나옵니다. 이상호 기자는 몇 번이나 대표님께 물었다고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삼성X파일에 대한 특검을 시기상조라며 반대하셨는데, 왜, 무슨 이유로 그렇게 하셨는지를 말입니다.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2005년의 삼성 특검, 2017년의 삼성 특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오고 있다.
▲ 구속영장실질심사 마친 삼성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뇌물공여, 횡령,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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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민주화가 '정치권력의 집중'을 견제하듯, 경제민주화는 거대하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경제권력집단을 견제하고, 종국적으로는 그들을 국민적·사회적 통제 하에 두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재벌과의 관계에서의 '자율성'이 요구됩니다.

대표님의 생각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대표님, 그 당시 특검 도입을 반대하신 것 맞는지요? '시기상조'라 함은 어떤 의미였는지요? 혹여나 야당의 특검도입 주장이 '정치공세'라고 느껴지신 것인지요? 이제는 과감하게 재벌개혁을 추진할 수 있으신가요?

'경제민주화'는 병든 한국경제를 다시 건강하게하기 위한 필수 '처방전'입니다.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유권자로서 꼭 듣고 싶습니다.

오늘(19일) 이른 아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이라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매우 유감'이라며, '특검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2017년의 삼성 특검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은 잘 알겠습니다. 이제 '2005년의 삼성 특검'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답변을 기다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건승하십시오.


태그:#문재인, #삼성, #X파일,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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