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직권남용 등)한 혐의를 받는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에 출석했다. 현직 장관이 피의자로 특검에 소환된 것은 조 장관이 처음이다.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진실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했는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는가' 등 다른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한 조 장관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두 번째 청문회에서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했다면서도 본인이 직접 본 적은 없고 작성·전달 경위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해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고, 그 과정에서 조 장관이 주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조 장관의 진술 내용을 검토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지난 12일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특검팀은 또 블랙리스트 작성의 '윗선'으로 꼽히고 있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