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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의 직급정년 도달자의 임금삭감 제도인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판결이 또 나왔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대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을 한 것이다.

17일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과 눈높이대교노동조합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마용주 판사)는 2015년 8월 28일,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고,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상환)는 지난 13일 회사의 항소를 기각 판결했다.

노조를 대리했던 금속법률원이 판결문을 받아 이날 그 결과를 밝힌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교의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시한 1심 판결과 결론을 같이하면서 그 근거를 더욱 보강하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과정'에서 필요한 집단적 동의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

㈜대교 회사는 직급정년에 의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대교는 2009년 5월 20일 1차 임금피크제(순차로 80%에서 60%까지 삭감)에 대해 84.4%의 찬성, 2010년 12월 14일 삭감율이 강화된 2차 임금피크제(순차로 70%에서 50%까지 삭감)에 대해 91.4%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1·2차 임금피크제가 비록 과반수 동의라는 외관상 요건은 충족했지만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필요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는, 가능한 사용자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집단적 근로조건의 대등 결정이라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대교의 임금피크제의 경우,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방법, 의견취합을 위하여 부여한 시간과 의견취합의 단위·방법, 근로조건의 불이익 정도와 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을 통하여 1·2차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원고(노조)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삭감된 금액을 임금 혹은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지만, 기각되었다. 서울고법은 1심 판결의 판단을 지지하면서 그 근거를 더 보충하는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하여 적법한 동의가 있으려면, ①불이익 변경 내용에 대하여 근로자들이 주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방법에 의한 공고와 설명 절차가 존재해야 하고, ②근로자들이 회의를 개최하여 불이익 변경 내용에 대하여 찬반 의견을 교환해야 하며, ③불이익 변경에 대한 집단적 의견이 찬성일 것이 요구된다"고 봤다.

특히 ②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의 특성, 사업의 규모, 사업장의 산재(散在) 등의 사정으로 전체 근로자들이 회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도 허용될 수 있겠으나, 근로기준법이 '회의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집단 의사의 주체로서 근로자'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함"이라 했다.

이어 "사용자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어려워 단위 부서별로 회합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사용자는 부분적 회합을 통한 의견 취합을 하더라도 전체 근로자들의 회합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이 집단 의사를 확인, 형성할 수 있도록 상당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동의 대상 근로자들은 3331명이었는데, 회사는 이를 794개의 팀별(교육국) 단위로 분리하여 의견을 취합하여 평균 4.2명 정도가 1개 단위가 되어 찬반 회의를 거친 셈이다"며 "이는 3331명의 약 0.12%에 불과하므로, 이는 근로자 전체의 집단적 의사 확인을 위한 의미 있는 최소 단위로 기능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하였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금속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대법원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집단적 동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도 개별 부서 단위의 동의를 폭넓게 허용해줌으로써 사실상 집단적 동의의 의미를 몰각시키는 판결을 여러 차례 선고해왔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번 판결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집단적 동의를 요하도록 한 대법원 판결(77다355)과 그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수용한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의 취지를 되살린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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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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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대교, #서울고등법원, #눈높이대교노조, #금속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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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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