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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오는 20일이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오바마의 퇴임연설은 여러 언론에서 이미 다루었다. 대부분 그의 연설을 요약한 수준의 기사를 실었다.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고 싶다. 처음에는 한편의 글로 퇴임연설을 정리해볼까 했으나, 그의 연설을 되풀이해 들으면서 조금씩 나누어 싣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몇 줄로 요약하기에는 생각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연설을 시간 순대로 쫓으면서 내 생각에 괜찮다 싶은 부분을 현장중계 하듯 전달하기로 했다. 독자께서는 이 글을 읽고 아래 링크가 달리 유튜브로 가서 그의 연설을 들어보면 되겠다. 자막기능을 사용하면 편하다. 아니면 그냥 이 글만 읽어도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yBp8Csugk

처음부터 1분 20초까지의 분위기는 박수와 환호로 시작된다. 박수와 환호가 멈출 기미가 없자,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이렇게 말한다.

❶-We're on live TV here, I've got to, I've got to move.
-지금 생방송 중이거든요. 이제는 (연설을) 시작해야 해요.

그래도 계속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고 잦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바마씨가 한마디를 덧붙인다.
❷[You can tell, You can tell that I'm, you, you, you, you, you, you, you, you,
(거의 랩을 한다^^)
you can tell that I'm a lame duck, because nobody is following instructions.
(LAUGHTER) -Everybody have a seat...

해석: 이제 세상 사람들은 다 알지 않겠소? 내가 진짜 '*레임 덕'이란 것을, 이렇게도 당신들이 내말을 듣지 않으니 말이요^^ (웃음이 터진다. 그 웃음 소리를 들어보라.) - 다들 앉으세요.
*'레임 덕' : 직역을 하면 '다리 절룩거리는 오리'를 말하는데 임기 말년에 대통령의 권력이 약해지는 현상.

그리고는 간단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그가 첫 사회활동가로서 발을 내디뎠던 장소인 시카고에서의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지금 연설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❸ 그는 물정 모르는 20대 초반에 시카고에서 빈민가 흑인들을 위한 사회활동가로서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었다. 이 시절 시카고에서 '파산으로 문을 닫은 철강공장들의 음울한 분위기(그늘)에서 교회단체들과 활동을 했다(working with church groups in the shadows of closed steel mills)'고 말한다. 바로 그런 분위기에서 오히려 그는 '믿음이 가진 힘을 목격했고, 투쟁과 상실에 직면했던 노동자들의 말없는 존엄함을 목격했다(witnessed the power of faith, and the quiet dignity of working people in the face of struggle and loss)'고 고백한다. 그러자 군중들은 환호(chant)와 함께 "FOUR MORE YEARS (4년 더)"를 외치고 오바마는 엷게 웃으면서 'I can't do that. (그렇게는 안돼요)'라고 한다.

원문은 이렇다.

So I first came to Chicago when I was in my early twenties, and I was still trying to figure out who I was; still searching for a purpose to my life. And it was a neighborhood not far from here where I began working with church groups in the shadows of closed steel mills.
It was on these streets where I witnessed the power of faith, and the quiet dignity of working people in the face of struggle and loss.
(CROWD CHANTING "FOUR MORE YEARS")
I can't do that.

이 오바마의 말씀, 멋지지 않은가?

나는 이 구절에서 광화문에 가서 세월호 천막을 지나면 만나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더 멀리는 덕수궁 앞에서 농성을 하다가 쫓겨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말없는 존엄함(the quiet dignity), 미국이라는 나라를 건설해내는데 일익을 담당한 노동자에 대한 존경과 연민이 담긴 품위있는 언어가 아닌가?

남이 써준 글이나 또박또박 읽어대다가 막상 자기의 말을 할 기회가 생기자 고작 '엮였다'같은 천박한 자기변호 밖에는 할 줄 모르는 청와대의 그 사람은 정말 얕은 자가 아닌가? 머리 모양으로 그 얕음을 채워보려 했지만 이제 그 머리모양을 유지할 수 없는 곳에 가야할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제 고작 3분 18초가 지났는데 벌써 이 정도의 말이 튀어나온다.

우선 여기서 1편을 끝내겠다. 유튜브로 직접 가서 그의 연설을 3분 18초 감상해보라.

2탄도 빨리 올리겠다.

- 애프터 서비스
'dignity'와 그 파생어들의 용례는 다음과 같다. 죽 읽고 뜻이 뭘까 생각해보자.
(해설은 중 3 영어실력이면 읽고 이해할 수 있게 썼다.)

▪ When it comes to human dignity, we cannot make compromises.
- Angela Merkel(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 She accepted the criticism with quiet dignity.
▪ the dignity of work
▪ The terminally ill should be allowed to die with dignity.
▪ The mayor was there to dignify the celebrations.
▪ We owe it to our children to give them a dignified and hopeful future.
- Giorgio Napolitano(조르조 나폴리타노), 전직 이탈리아 대통령
▪ The chairman suffered the indignity of being refused admission to the meeting.
▪ The rise in train fares has aroused public indignation.

'dignity [dígnəti]'는 '적절한, 가치 있는'이란 뜻의 라틴어 'dignus'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위엄, 존엄성' 정도의 뜻을 띠게 되었다. (위엄과 존엄성은 '적절한' 것이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 When it comes to human dignity, we cannot make compromises.
- Angela Merkel, 독일총리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타협을 할 수 없다.
즉, 인간 존엄성이 걸린 문제에 타협은 있을 수 없다.

▪ She accepted the criticism/ with quiet dignity.
그녀는 비판을 수용했다/ 침착하게 품위를 지키면서.
(오바마의 연설에 나오는 것과 같은 표현(quiet dignity)이지만 문맥이 달라지니 또 조금 변화를 주었다.)

▪ the dignity of work
노동의 존엄성

▪ The terminally ill should be allowed/ to die with dignity.
살아날 가망이 없는 환자는 허용되어야 한다/ 존엄성을 지키며 죽는 것이.
즉, 존엄사(mercy killing, 안락사)를 허용해야한다.

'dignity [dígnəti]'의 동사형은 'dignify [dígnəfài]'이다.
▪ The mayor was there/ to dignify the celebrations.
시장이 거기에 있었다/ 그 행사의 위엄을 더하기 위해.
즉, 시장이 그 행사를 빛내주기 위해서 참석했다.

'dignity [dígnəti]'의 형용사형은 'dignified [dígnəfàid]'이다.
▪ We owe it to our children/ to give them/ a dignified and hopeful future.
- Giorgio Napolitano, 전직 이탈리아 대통령
우리는 우리 자식들에게 그것을 빚졌다 (뭐를?)/ 그들에게 주어야할/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지킬 수 있는 희망찬 미래를.
즉, 우리는 후손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희망찬 미래를 주어야할 의무가 있다.

'dignity [dígnəti]'에 부정(not)의 접두어 'in-'이 앞(머리)에 붙으면 'indignity [indígnəti]'가 된다.
*접두어의 '두'는 '머리 두(頭)'이다.
▪ The chairman suffered the indignity/ of being refused admission to the meeting.
그 의장은 수모를 겪었다/ 그 회의장에 입장을 거부당하는.

'indignation [ìndignéiʃən]'은 또 다른 파생어이다.
▪ The rise in train fares/ has aroused/ public indignation.
기차 요금 인상은/ 불러일으켰다/ 대중의 분개를.

-조언, 영어를 석 달 만에 완성하고, 1 년 만에 완성하는, 그런 방법은 없다. 외국어 학습에 지름길은 없다. 하지만 좋은 말을 만나면 쓰고 말하고 싶어지듯이, 영어도 그런 표현을 자주 접하고 써보는 연습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꾸준히.

오바마의 말은 써보고 싶고, 흉내 내고 싶은 말이 많다. 그의 아내의 말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미셸 오바마'의 언어를 더 좋아한다. 지난해 대선국면에서 트럼프가 라커룸에서 온갖 여성 혐오적 저질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폭로된 직후에, 미셸이 했던 말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쏟아진 말 중에 최고이다. 그때 남긴 멋진 말이 바로 'When they go low, we go high.'였다. 옮기면 '그들이 저질스럽게 굴더라도, 우리는 고상하게 가야합니다.' 찬탄이 쏟아졌고, 클린턴 후보는 그 말을 바로 다음 연설에서 인용했다. 그런데도 클린턴이 져버렸으니...)

-애프터 서비스
'When they go low, we go high.'였다.
'그들이 저질스럽게 굴더라도, 우리는 고상하게 가야합니다.'

'when'만 만나면 '-했을 때'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서 그렇게 해도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장은 'low'와 'high'가 대구를 이루고 있다. 이런 문맥에서는 'when'을 '-했음에도 불구하고(though)'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은 해석이다.
사전에 찾으면 그런 뜻이 없다고? 다음의 사전을 참고하라.

http://www.thefreedictionary.com/when
접속사(conj.)에 5번 뜻을 보라.
5. Whereas; although: ▪ She stopped short when she ought to have continued.
5. 반면에; -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갑자기(short=suddenly) 멈췄다, 그녀가 계속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덧붙이는 글 | 오바마 연설 오디오 클립은 http://cafe.naver.com/atcropolis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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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도시의 포도에서 갑자기 멈춰 선다면 그것은 그가 옛날에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 황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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