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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대기중이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귀국한 반기문 전 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대기중이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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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돌아왔다.

반 전 총장은 12일 오후 5시 반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며 "부의 양극화,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분열된 나라를 다시 하나로 묶어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 그런 의지냐는 것이라면 분명히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도 했다.

수많은 환영인파와 취재진 앞에 선 반 전 총장은 약 20분 동안 거침없이 대국민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1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조국 대한민국 모습을 보고 저의 마음은 대단히 무겁다, 가슴이 아프다"며 "나라는 갈가리 찢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조리로 얼룩져있다, 총체적 난관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UN 총장으로서 약자의 인권 보호와 인류 평화, 가난한 나라의 개발, 기후 변화 대처, 양성 평등을 위해 지난 10년 간 열심히 노력했다"며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간다는 것도 손수 보고 느꼈다"고 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 "제 한 몸 불사를 각오 있다"

대선 출마 의지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UN 총장으로서 쌓아온 식견과 견문을 어떻게 나라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뇌했다"고도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저에게 권력 의지가 물어보는데, 그분들이 말하는 권력 의지가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 다시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 그런 의지냐는 것이라면 분명히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며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귀국을 앞두고 공세를 펼치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그간 지극히 편파적인 이익을 앞세워서 일부 인사들의 태도는 유엔과 제 가슴에 큰 상처를, 실망을 안겨줬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헌신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 명예, UN의 위상까지 짓밟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치권은 아직도 광장의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기회 만들기만 따지고 있다"며 "정말로 개탄할 일"이라고 했다.

자신에 관한 의혹도 다시 해명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환영한 일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한 것에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국 간에 협상으로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려 노력했다면, 완벽하진 않아도 늘 존중해왔다"며 "오랜 한․일 현안에 합의가 이뤄져 환영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궁극적인, 완전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일본 쪽에서 부산 영사관 소녀상 건립 문제에 항의한 것을 두고 "이런 문제는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혹들도 직접 해명 "박연차 금품 수수? 이해할 수 없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씨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 꽃다발 받는 반기문 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씨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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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입국 소감 밝히는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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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전 태광실업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은 거듭 전면 부인했다. 반 전 총장은 "박연차씨가 저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제 이름이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다"며 "제 말이 진실에서 조금도 거짓이 없다"고 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 얼마든지 거기에 대해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대선 출마자격 논란에 관해서는 "좀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계속 미국에 거주해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 국민'으로 정해진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을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분명히 자격이 된다고 유권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자꾸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비판했다. 또 'UN 사무총장이 퇴임 후 정부직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한 UN 결의안을 어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UN 당국이 답변을 할 것이나 저의 정치적 행보, 특히 선출직 관련 행보를 막는 것은 아니라 해석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1,2위를 다투며 유력 주자로 꼽히는 그가 귀국하면서 대선레이스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우선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까지 이동, 시민들과 만난 뒤 서울역에서 승용차로 갈아타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귀가한다. 반 전 총장은 '지하철 귀가'에 대해 기자들에게 "평시민이 됐으니까 전철도 자주 타고 시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려고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튿날 그는 오전 9시 국립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한 뒤 오전 11시에는 사당동 주민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후 반 전 총장은 모친 등 가족들을 만난 다음 설 연휴까지 민생 행보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비판적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기름장어 반기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비판적인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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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반 전 총장이 인천공항에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지난 10년간 UN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국의 품에 돌아왔다. 날씨도 추운데 이렇듯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거듭 감사드린다.

저는 UN사무총장을 하면서 인류 평화와 약자의 인권 보호, 가난한 나라의 개방, 기후변화 대처, 양성 평등을 위해서 지난 10년간 열심히 노력해왔다. 지난 10년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다. 전쟁의 참화를 통해서 우리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고, 또 이것이 국민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몸소 터득했다. 성공한 나라는 왜 성공했는지, 그리고 실패한 나라는 왜 실패했는지, 그런 걸 제가 가까이서 지켜봤다.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간다는 것도 제가 손수 보고 느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우리의 안보, 경제, 통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더 공고히 해서 우리가 여기에 따르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총체적 난관... 국민 대통합 이뤄내야"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1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서, 이 조국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는 저의 마음은 대단히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국제적 위상 뒤에는 그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누워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라는 갈가리 찢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조리로 얼룩져있다. 젊은이의 꿈은 꺾이고 폐습과 불의는 일상처럼 우리 곁에 버티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관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민생이 흔들리는 발전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부의 양극화, 이념과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패권과 기득권, 더 이상 안 된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가 책임이 있다. 이제 모두 책임과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 그리고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고, 제가 UN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여러 가지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이 난국을 이겨 낼 수 있다. 우리 민족은 국난을 당할 때마다 슬기와 용기, 단합된 힘으로 이겨낸 유전자가 우리 몸에 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그간 UN사무총장으로서 쌓아온 국제적 경험과 식견을 어떻게 나라를 위해 활용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뇌해왔다.

"UN 총장 경험, 어떻게 나라 위해 활용할까 고뇌"

많은 분들이 저에게 권력의지가 있느냐고 물어온다. 그분들이 말하는 권력의지가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데 노력하는 그런 의지라면, 저는 분명히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있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 마음에 변화가 없다.

그러나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권력의지가, 소위 남을 헐뜯고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정권과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그런것이 권력의지라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몸을 불사를 용의가 있느냐, 그런 의지라면 저는 얼마든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 (지지자들 환호) 고맙다.

그간 지극히 편파적인 이익을 앞세워서 일부 인사들이 보여준 태도, UN과 제 가슴에 큰 상처를 안겨줬다. 또 실망을 안겨줬다. 이 어려운 시기에 헌신하고자 하는 저의 진정성, 명예, 또 UN의 위상까지 짓밟는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지난 10년간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가난하고 병들고, 악재에 시달려서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과 존엄을 보호하면서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힘이 없어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사람의 보호자가 됐고, 목소리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돼왔다. 어디를 가든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그 사회의 지도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가 늘 촉구해왔다. 이제 우리 정치지도자도 우리 사회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대해 해법을 같이 찾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 그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다 우리 대한민국, 한나라 한민족이다. 정쟁으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은 아직도 광장의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따지고 있다. 정말로 개탄할 일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의 귀국에 즈음해서 제 개인에 대해 여러 얘기들이 떠돌고 있고 방송과 신문에 보도 되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진실과는 전혀 관계없다, 그 동안 저의 경험과 식견을 정치 참여를 통해서 조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저의 순수하고 참된 소박한 뜻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내용들이었다.

"정치 교체 이뤄져야... 사심 없는 결정할 것"

저는 지난 50여 년간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UN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 일류를 위해서 공직자로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말씀드린다. 저는 그동안 귀국 후 국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갖겠다고 늘 말씀드려왔다. 내일부터 그 기회를 갖겠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이다.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내는 기적, 좋은 나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하나가 되었던 좋은 국민을 기억할 것이다.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여망은 결코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정유년 새해, 우리의 의지는 희망을 향하고 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나라도 아닌, 진짜 좋은 나라, 진짜 좋은 국민을 위해서 우리 같이 노력하자.

저는 한국 국민이 과거에 수많은 위기를 당하면서 그때마다 우리 국민 특유의 저력, 용기를 발휘하는 걸 보아왔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애국심을 굳게 믿고 있다. 저는 현재 상황을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 국민이 잠시 서로 이견이 있고 다툼이 있지만, 이런 정쟁을 중단하고 우리 국민 본래 뜻과 결의, 애국심을 발휘한다면 마치 아침 새벽의 태양이 어둠을 뚫고 솟아나듯이 다시 밝은 새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

국민여러분 용기를 잃지 말라. 용기를 가지시라.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게 없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하다.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인파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고 있다.
▲ 반기문 입국장 '인산인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인파에 둘러싸인 채 이동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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