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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찾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9일 오후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찾은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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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앞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주재 총영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인 날이기도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부산 소녀상 철거 요구는 오히려 시민들에게 소녀상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만 키워주는 듯했다. 소녀상 주변으로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목도리와 꽃, 모자, 담요, 핫팩, 고무신, 두유, 커피 등이 한아름 쌓여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일부러 소녀상을 찾았다는 오경자(74)씨에게 소감을 묻자 "마음이 좋다"면서 방긋 웃었다. 오씨는 "딱 저 소녀가 우리 언니 세대들 때 이야기였다"고 했다.

이어 오씨는 "왜 우리 땅에 세운 소녀상을 일본이 치우라 마라하느냐"면서 "일본이 10억 엔을 주면서 그걸 구실 삼아 소녀상 철거를 바라고 있는데, 절대 이 자리에서 소녀상을 치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시민들이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9일 오후 시민들이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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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종(55)씨는 남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와 소녀상을 찾았다. 한참을 소녀상을 지켜보던 최씨는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물건들을 보니 빈손으로 온 손이 민망하다"고 겸연쩍어했다.

최씨는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태도를 진정한 반성이라 할 수 없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그 구실을 국민 합의 없는 한일 협상으로 제공한 우리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중년의 일본인 남녀도 보였다. 이들은 한국인들 틈에서 조용히 소녀상 사진을 찍었다. "한국말을 하실 줄 아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 일본인에게 기자라는 사실을 밝히자 대꾸를 하지 않고 황급히 사라졌다.

소녀상 철거 요구 1인 시위도...'소녀상 지킴이' 구성

이렇게 하루 수백 명, 주말에는 천여 명가량이 소녀상을 찾는다는 게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 (아래 추진위) 측의 집계이다. 동시에 걱정도 생겼다.

지난 6일에는 소녀상 설치에 힘을 모아준 부산시민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인근 플래카드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새벽 시간 흉기로 플래카드 4장을 찢은 남성의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

이날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남성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서민 경제가 엉망인데 일본이랑 왜 사이를 벌려놓나"라면서 "당장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반복해서 소리를 질렀다. 대부분 시민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일부는 이 남성과 언쟁을 벌이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9일 오후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에 소녀상 지킴이 김성갑(24)씨가 시민이 전해준 목도리를 매어주고 있다.
 9일 오후 부산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에 소녀상 지킴이 김성갑(24)씨가 시민이 전해준 목도리를 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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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별도의 지킴이를 꾸려 평일은 하루 2시간, 주말은 하루 3시간씩 소녀상을 관리하고 있다. 이날은 대학생 김성갑(24)씨가 홀로 소녀상 곁을 지켰다. 김씨와 같은 소녀상 지킴이들은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각종 물품을 보기 좋게 정리하고, 시민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씨는 "많은 시민이 소녀상을 찾아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찾는다"면서도 "시민들께서 소녀상 설치가 끝이 아니라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받아내는 시작이라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행정적으로 구청이나 시청이 소녀상을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 이전까지는 추진 단체들이 중심이 돼 소녀상을 관리해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그:#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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