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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중학교에서 유해성 물질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을 철거하고 있는 광산구(구청장 민형배). 광산구는 재난기금을 투입해 유해물질을 철거했다는 이유로 광주광역시로부터 감사를 받고 관계 공무원 두 명을 징계하라는 요구와 기관경고는 물론 선출직인 구청장까지 경고 당하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중학교에서 유해성 물질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을 철거하고 있는 광산구(구청장 민형배). 광산구는 재난기금을 투입해 유해물질을 철거했다는 이유로 광주광역시로부터 감사를 받고 관계 공무원 두 명을 징계하라는 요구와 기관경고는 물론 선출직인 구청장까지 경고 당하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 광주 광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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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성 물질을 학교에서 철거했다는 이유로 기초자치단체에 감사를 벌이고, 관련 공무원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선출직인 기관장(광산구청장)에게 경고까지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산구(구청장 민형배)는 2016년 7월 광주시내 학교에 설치된 탄성포장재(우레탄)에서 납이 검출돼 유해성 논란이 일자 즉각 실태조사를 했다. 광산구는 유해성 물질이 검출된 관내 10개 학교 관계자와 간담회를 연 데 이어 학교 운영위원회 관계자들과 '우레탄 트랙 철거 대책 설명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광산구는 유해성 재해 시설물이지만 학교 안에 설치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광주광역시 교육청과 철거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시 교육청은 예산 미확보 등의 이유로 당장 철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광산구는 우선 철거를 요구하는 관내 한 중학교의 요구를 받아들여 구비 약 1200만 원을 들여 우레탄 트랙 철거 작업을 작년 8월 5일에 실시했다. 광산구의 신속한 대응에 우레탄 유해성 문제를 제기했던 시민단체들은 환영했다.

하지만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 광주광역시가 이를 빌미로 작년 9월 말 광산구에 감사를 벌인 것이다. 그리고 1월 4일 '2016년도 광산구 종합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광주광역시는 광산구가 유해성 물질인 우레탄 트랙을 철거하는데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광주광역시는 이를 근거로 "재난관리기금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광산구 관계 공무원 두 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광산구에 대한 '기관 경고'는 물론 "'구 예산으로 사전 철거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선출직인 광산구청장에게 '기관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광산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해프닝"이라며 "광주광역시의 감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지방자치법 제9조(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범위) 2항 4호가 명시한 자치단체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며, 유해물질을 학교에서 철거하는 것은 '재해대책의 수립 및 집행'해야 하는 자치단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광산구 한 관계자는 9일 "부정 비리 사안도 아니고 아이들의 건강과 관련된 사안이고, 광주시는 물론 감사원까지 적극행정을 하라고 하는 시대"라면서 "재난에 대한 '적극행정'을 추진한 기초자치단체에 공무원 징계를 요구하고, 기관 경고도 모자라 구청장 경고까지 한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실제로 국민안전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1월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령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지자체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위하여 재난관리기금의 사용범위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광산구처럼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일상적 재난과 재해에 즉각적이고 기민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광산구의 한 학교에서 유해물질인 우레탄 철거 작업을 둘러보고 있는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그는 재난기금을 투입해 유해물질을 철거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광주광역시로부터 '기관장 경고'를 받았다.
 광산구의 한 학교에서 유해물질인 우레탄 철거 작업을 둘러보고 있는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그는 재난기금을 투입해 유해물질을 철거했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이유로 광주광역시로부터 '기관장 경고'를 받았다.
ⓒ 광주 광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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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광주광역시도 '소극행정'이 아닌 '적극행정'을 독려해와 스스로 이번 감사 결과를 희화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2014년 10월 시 규제개혁추진단 주제로 적극행정 특강을 연 이후 2015년 11월엔 시 감사관이 적극행정 추진실적을 제출하라고 요청했으며, 2016년 2월엔 '적극행정 면책 등 처분에 관한 규정' 개정안 의견을 조회하기도 했다. 특히 광주시 법무 담당관은 2016년 4월 공무원의 소극적 행태 개선을 위한 규제개혁 추진계획을 통보하기도 했다.   

광주 시내 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박고형준 광주친환경운동장추진위원회 간사는 "자치구가 학생들의 건강과 관련한 긴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재난기금을 투입한 것을 감사하고 징계를 요구한 것은 자치구의 판단 범위를 광주시가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고형준 간사는 "우레탄의 유해성을 교육부도 뒤늦게 인정하고 예산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실정"이라며 "광주시의 이번 처사는 국민 정서는 물론 중앙정부 부처의 흐름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광산구는 "적극행정에 임한 공직자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광주시가 징계를 요구한 관련 공직자 징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광산구는 "명백한 위법 내용을 밝히지 않은 '기관 및 기관장 경고'는 선례조차 없다"면서 "시의 감사처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이후 재난재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재해상태에 적극대응한 자치구 행정에 징계를 요구한 광주광역시. 법령 해석 운운하며 여전히 탁상행정으로 재난·재해 대응 능력을 감소시키는 광주광역시의 행태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


태그:#민형배 구청장, #광주 광산구, #윤장현, #우레탄, #학교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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