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평화의 소녀상'을 시민 힘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고맙다."

부산 동구청에 빼앗겼던 '평화의 소녀상'을 돌려받은 뒤 시민들은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30일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아래 소녀상추진위)는 동구청으로부터 소녀상을 넘겨받아,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소녀상추진위는 지난 28일 부산 일본총영사관 후문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형상화한 것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산 동구청은 일본총영사가 소녀상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를 들며, 설치 4시간만에 강제철거했다. 동구청은 경찰과 소녀상추진위가 충돌하는 사이, 소녀상을 철거했다.

이후 동구청을 향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로 인해 동구청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동구청 홈페이지에는 항의글이 쇄도했고 결국에는 홈페이지가 다운되었다. 또 구청으로 항의전화도 빗발쳤다.

31일 오후, 소녀상 제막식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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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동구청으로부터 돌려받은 '평화의 소녀상'은 30일 부산 일본영사관 후문 앞에 다시 세워졌다. 소녀상에서 보면 일장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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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청의 이같은 조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난도 이어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와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총 부산본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일본군위안부한일합의무효화 경남행동 등 단체는 비난 성명을 냈다.

'부산겨레하나'를 비롯한 단체 소속 대학생과 회원, 시민들은 부산총영사관 옆에 있는 정발장군 동상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동구청은 끝내 손을 들었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30일 사과하면서 "시민단체가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다면 묵인하겠다"며 "구청장으로서 많은 시민에게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김유란 부산겨레하나 홍보부장은 "소녀상을 구청에서 강제로 가져갔다가 돌아오기까지 어제와 오늘,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있었다"며 "시민들의 힘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민들은 소녀상을 돌려받기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을 다 했다고 본다"라며 "함께 해준 시민들의 승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SNS 반응은 뜨거웠다. 28일 소녀상을 설치하고 난 뒤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려놓았더니, '좋아요' 횟수가 엄청나게 많았다"며 "설치 과정을 페이스북에 동영상으로 생중계했을 때 한때 10만 조회수를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홍보부장은 "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계속해서 인기 검색어가 되었고, 동구청 홈페이지가 시민들의 항의도 다운될 정도였다.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며 "다른 지역 국민들은 부산에 있지 않아서 같이 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소녀상 건립 기금 모금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었고, 성금 8500만 원이 모아졌다"며 "그만큼 소녀상 건립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총영사가 소녀상 설치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한 것에 대해 김유란 부장은 "명백한 내정 간섭이다. 일본영사관 후문 앞이기는 하지만 그 곳은 일본 땅이 아니다"라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소녀상을 세우는 것인데, 어떻게 일본정부가 그럴(반대 표명) 수 있나. 위안부 문제부터 제대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소녀상추진위는 이날 소녀상을 넘겨받아 설치 작업에 들어갔다. 소녀상 제막식은 31일 오후 9시에 열린다.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이날 오후 6시 서면 중앙로에서 여는 시국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