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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40여 년 전에 비해 집안일과 육아를 아주 조금 더 하는 동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여성들은 급격히 늘어났다. 일하는 엄마는 으레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반면 살림하는 아빠는 아직도 신문 1면에 등장할 만큼 파격이다.

해나 로진의 저서인 <남자의 종말>에 따르면 이제 여성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화되고 있다. 여성은 남성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점유하기 시작했다. 현대 경제는 더 이상 남성만의 독무대가 아니다. 책에서 등장하는 미국의 학부 여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결혼한다면 제가 일을 하고 남편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혹은 단순한 일자리를 찾으면서 집에 있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남성들은 아직도 과거의 역할에서 헤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젊은 남성들은 과도기에 헤매고 있다. 그러나 여기 변화하는 시대상 속 새로운 남성의 역할을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LG 유플러스 광고 속 남성의 역할

LG유플러스 광고 중 한 장면
 LG유플러스 광고 중 한 장면
ⓒ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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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플러스의 광고 iot @ home '육아대디 편'은 새로운 남성의 역할을 제시한다. 여성은 직장에 출근한다. 남성은 집에 남아서 요리를 하면서 아이를 돌본다. 젖병을 삶고 빨래를 하며 청소를 한다. 이 모든 일들은 애와 놀아주거나 애를 보살피는 행동들과 병행된다. 광고 속 남성의 모습은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광고는 '세상 모든 워킹맘을 위해'라는 문구와 함께 끝난다.

하지만 광고 속 여성의 모습은 다소 의아하다. 여성의 몸은 회사에 있지만, 여전히 집안일에 신경을 쓴다. iot 가스락을 통해 가스를 잠근다. iot 플러그를 통해 우는 아이를 달랜다. iot 스위치를 통해 거실 불을 끈다. 이 모든 일은 집에 있는 남성이 할 일이지만, 직장에 있는 여성에 의해 수행된다.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말이다. 반면 남성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 회사 가고 싶다".

광고의 한계와 한국 사회

여성은 더 이상 과거의 제한된 형태로만 사회화되지 않는다. 당당하게 정치적·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주체로서 존재한다. 이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자연스럽다. 특히 장기적인 경제 불황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많은 영향을 줬다. 남성 가장 혼자로서는 더 이상 가계를 지탱하기 힘든 현실이다. 맞벌이 가정은 만연하며, 여성이 가정을 책임지는 사례도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5가구 중 2가구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520만6000가구로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43.9%를 차지한다. 따라서 가사 노동 및 육아는 여성의 일만이 아니게 됐다. 광고 속 육아대디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40분인 반면, 여성은 3시간 14분이었다. 자의든 타이든 여성의 사회 진출은 갈수록 늘고 있다. 자연히 가정에 머무는 시간은 줄어들고, 더 이상 여성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기 힘들다. 육아대디가 등장한 이유다.

하지만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남성에 비해 거의 4배가 많다. 여전히 가사노동과 육아는 여성에게 전담돼 있다. 오히려 직장 생활과 가사노동 및 육아의 병행으로 여성의 삶의 질은 하락한다. 2030 젊은 여성 세대에서 '비혼족'이 늘고 있는 까닭이다. 비혼족은 자발적 미혼으로,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일상에 지친 수연(송지효)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남성들은 여전히 과거의 사고방식에 얽매여 있다. 그 결과 여성은 높은 사회 진출에도 불구하고, 착취를 경험한다.

이제 남성도 가사 노동의 세계로

현대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당연하다. 더불어 장기적 경제 불황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부추긴다. 배우자가 있는 가구에서 맞벌이의 비중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해나 로진은, 더 나아가 여성의 지배가 시작됐다며 남성의 종말을 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남성만이 제자리다. 더 이상 남성이 가사노동 및 육아를 하지 않음을 당연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남성의 가사노동 및 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광고 속 육아대디의 모습, 그리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터넷 속 반응들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광고 속 육아대디는 겉모습뿐이다. 남성은 "회사 가고 싶다"는 말을 통해 육아 및 가사노동을 '호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여전히 남성에게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지만 일과 병행하기 힘드니 도와줘야 할 무언가'다. 하지만 남성이 육아와 가사노동에 서툰 것을 당연시하고, 마땅히 자신의 일임을 부정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육아와 일에 병행으로 한층 더 힘든 현실을 보낸다. 광고 속 여성처럼 직장에서도 집안일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

이제 육아 및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담이 아니다. 또한 단순히 여성을 도와준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는 오히려 악화된다. 이제 남성도 가사 노동 및 육아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제는 광고 속,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집안일을 신경 쓰는 여성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태그:#남성의 종말, #LG 유플러스 IOT@HOME, #가사노동 및 육아, #여성,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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