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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지구촌에 살아가고 있는 인류는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고갈되어 가고 있는 자원, 심화되는 빈부격차, 예측할 수 없게 된 경제 위기, 국가 간 혹은 민족간의 끊이지 않는 전쟁 등 해결책이 쉽게 보이지 않는 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다.

국가들 간의 협력과 협상을 통해 문제에 대응해보려고는 하지만 국가, 지역, 문화, 인종 등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두에게 유익을 가져올 수 있는 답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일례로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모여 합의했던 유엔 기후변화협약만 해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및 미개발국들 간의 첨예한 의견 차이로 인해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임을 인정하면서도 막상 협상 자리에서는 타협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서로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다 인류는 공멸할 것만 같다.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 표지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 표지
ⓒ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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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전 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며 당차게 나선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이라는 책을 쓴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라는 작가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개성있는 만화가인 저자는 자신이 인류의 유일한 통치자가 되어 하나의 원칙으로 다스린다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모두에게 유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고실험을 시작한다.

그녀의 기발하고도 도발적인 상상을 통해 우리는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의 해법을 찾아가는 데 통찰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먼저 저자는 세계 통치를 위해 세계 요새라는 곳을 만들어 세계 모든 사람을 모여 살게 하려고 한다.

70억명의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대체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저자는 건축 전문가의 자문을 구한다. 이름하여 피라미드 도시라면 가능하다.

"피라미드 도시는 모든 광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에너지원으로 지열을 이용한다. 주거시설, 직장, 상점들이 모여 있어 교통수단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지하에는 식물 재배실이 마련되어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게다가 1제곱킬로미터 면적 안에 10만 명이 살수 있다. 지진과 홍수에도 견디고 땅 위든 물 위든 어느 곳에나 건설할 수 있다. 군집형으로 건설할 경우엔 9제곱킬로미터 면적에 4백만 명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39-40쪽 정리)

이 미래 도시를 설계한 건축가는 공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드 브리드(Aad Breed)인데, 이와 같은 도시를 건설하는데 우리 돈으로 약 7조원 정도면 되지만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우리 나라에도 모두가 거주할 수 있는 충분한 주택이 있는데 집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도 탐욕의 결과가 아닐까. 이처럼 해결책은 이미 제시되어 있는데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욕심 때문일지도.

인간의 욕심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어디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경제분야가 아닐까. 즉 돈이다. 저자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과도 같은 '탐욕'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단 2%가 전체 부의 50%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나머지 98% 중 5분의 1 이상인 약 15억명이 하루에 약 1400원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충격적인 수치 아닌가.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의 생각을 훔치자.

"돈과 은행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돈이 없는 사회에선 부자도 가난뱅이도 없다. 모두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는 과정으로서 교육을 받는다. 또한 사람들은 일에 대한 동기를 가지게 되고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자원봉사를 할 시간과 의지가 생긴다. 자기계발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사회가 된다."(98쪽 정리)

공상과학에서나 실현될 수 있는 미래 사회라고?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성남시의 청년배당, 한겨레 21에서 실시하는 실험 등으로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본소득'으로 위와 같은 사회로 나아갈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선 피라미드 도시에서 '물물교환 방식의 기본소득' 개념을 제안한다.

"세계 요새에 입주하는 모든 사람은 피라미드 도시 건설에 참여하고 물불교환으로 기본소득을 받는다. 본래 거주하던 사람들은 돈으로 기본소득을 받고 일주일에 하루 건설현장에서 일한다. 5년 후에는 모든 기본소득이 물물교환 방식으로 지급된다. 생활비, 건강보험, 식량, 교육 모두 무료지만 다른 사치품 구입에는 돈이 계속 사용된다. 하지만 은행은 없다."(101쪽 정리)

이것을 외국의 한 만화가의 황당무계하고 실현불가능한 상상일 뿐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를 향한 필요와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는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갈 미래 사회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처럼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때 그 계획을 실행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극복과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해법들도 논의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최근 경험하고 있는 정치적 혼란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계층 양극화, 부동산 거품과 가계대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당면해 있다. 우리에게도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가 했던 다양한 사고실험이 필요하다.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크게는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및 지역공동체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새롭게 꾸려나갈 아이디어들이 아주 자유롭고도 과감하게 제안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이라는 통 큰 생각처럼.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 - 만화로 보는 사회란 무엇인가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 지음, 홍지수 옮김, 원더박스(2016)


태그:#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 #사회시스템, #세계문제, #통치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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