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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 보이는 게 양산 통도사 대웅전입니다.
 정면에 보이는 게 양산 통도사 대웅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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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수타보(終日數他寶) 종일토록 남의 보물을 세어주어도
자무반전분(自無半錢分) 자기에게 반 푼의 이익도 없네.
어법불수행(於法不修行) 법을 알기만 하고 닦지 않는다면
다문역여시(多聞亦如是) 아무리 많이 들어도 이와 같으리.'
-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 법문 중에서

남의 재물이 아닌 내 재물이 필요하듯, 법을 알면서 닦지 않는 중생의 어리석음을 질타하며, 내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뻔히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중생의 어리석음을 어이 할꼬!

스님과 중생이 얽힌 길 위에서 사바세계를 봅니다!

영축산 통도사의 부도전과 총림문입니다.
 영축산 통도사의 부도전과 총림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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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영축산 통도사 일주문입니다. 흥선대원군이 쓴 편액입니다.
 양산 영축산 통도사 일주문입니다. 흥선대원군이 쓴 편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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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사찰 양산 통도사 천왕문입니다.
 불보사찰 양산 통도사 천왕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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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을 둘러보려거든 불(佛)․법(法)․승(僧) 삼보사찰은 꼭 넣는 게 좋겠다."

스님의 조언에 따라 벗과 함께 불보사찰 영축총림 통도사를 찾았습니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자, 부도전과 새로 지었다는 일주문 격인 총림문이 반깁니다. 이어 성보박물관 및 일주문과 마주합니다. 스님과 중생이 얽힌 길 위에서 사바세계를 봅니다. 일주문에 쓰인 '영축산통도사(靈鷲山通度寺)' 편액은 흥선대원군 필적으로 유명합니다.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의 통도사 가람 배치는 하로전, 중노전, 상노전으로 나뉩니다. 하로전은 극락보전ㆍ영산전ㆍ약사전ㆍ가람각ㆍ범종루 등이, 중로전에는 자장 스님 진영을 모신 해장보각과 대광명전ㆍ용화전ㆍ관음전 등이, 상노전은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중심으로 응진전ㆍ명부전ㆍ삼성각ㆍ산령각 등의 영역으로 구분됩니다.

천왕문에 들어서니 양쪽에서 사천왕상이 두 눈을 부라립니다. 어릴 적, 이 사천왕상을 보고 기겁했는데 지금은 친근합니다. 천왕문을 나서자 전각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하로전의 시작입니다. 범종각, 만세루, 극락보전, 약사전, 영산전(보물 제1826호), 삼층석탑(보물 제1471호) 등이 위풍당당 서 있습니다. 퇴색한 단청이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어 중노전을 알리는 불이문입니다.

'불이(不二)', 너나없이 평등하고 차별 없는 것을 의미

양산 통도사 불이문입니다.
 양산 통도사 불이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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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보사찰 통도사 곳곳에 번뜩이는 글귀들이 붙었습니다.
 불보사찰 통도사 곳곳에 번뜩이는 글귀들이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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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축산 통도사 봉발탑입니다.
 영축산 통도사 봉발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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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문의 '불이(不二)'는 법계의 실상이 너나없이 평등하고, 차별 없는 것을 말한다. 법계불이(法界不二)의 진리가 불법의 궤범이므로 '불이법(不二法)'이라 하고, 일체 성인이 모두 이 불이법에 의해 진리에 취입하므로 불이법문이라 한다. 여기서부터 청정 불법도량의 중심부가 되며 불이의 진리로 세속 번뇌를 벗어난다는 뜻에서 해탈문(解脫門)이라고도 한다."

통도사의 불이문 설명입니다. 그나저나 '불이문'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여기엔 사심도 들어 있습니다. 보통 절집에서는 불이문을 보기 힘들 뿐 아니라, 제 호가 '불이'이기 때문입니다. 불이, 호를 어떻게 지었냐고요? 불경 등을 보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생과 사가 둘이 아니요, 번뇌와 깨달음이 둘이 아닌"데 무척 끌렸습니다. 호로 삼고 보니, 안성맞춤처럼 쩍쩍 달라붙데요.

각설하고, 불이문 현판 "'원종제일대가람(源宗第一大伽藍)' 글씨는 송나라 미불이 썼다"고 합니다. 불이문을 나서자 멀리 상노전의 대웅전과 중노전이, 가까이로는 관음전이 눈에 들어옵니다. 관음전 뒤로 자리한 세존비각, 개산조당, 해장보각, 용화전, 장경각, 전향각 등의 위용에 하나같이 입이 쩍 벌어집니다. 빛바랜 단청이 고풍스러움을 더해 반짝반짝 빛납니다. 벌써 놀라긴 아직 이릅니다. 잠시, 통도사 전각에 붙어 있던 많은 구절 중 하나 읊고 가지요.

'쓸데없는 잡담이 천 마디라도
한 마디 진리만은 못한 것이다.
들으면 마음이 밝아지는 유익한
한 마디가 귀한 것이다.'

중노전 맨 뒤쪽으로 대광명전, 용화전, 용화전 앞에는 미륵불의 출현을 기다리는 의미로 세웠다는 봉발탑(보물 제 471호)이 특이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그리고 강원 황화각과 요사채, 영각, 감로당, 원통방이 자리합니다. 통도사를 상징하는 대웅전과 금강계단에 이르기도 전에 연신 감탄이 터집니다. 그저, 부처님의 가피가 두루 충만하길 바랄 뿐. 대중을 향한 부처님의 마음을 옮긴 듯한 구절 하나 읊지요.

'진실로 죄라는 건 제 성품이 없는 것
그것은 어둔 마음이 일으킨 구름
그 마음 없애면 구름도 걷히나니
어둔 마음만 버리고 죄 걱정은 말아라'

통도사가 신라의 계율근본도량으로 자리 잡은 이유

불보사찰 통도사 대웅전은 공사중이었습니다.
 불보사찰 통도사 대웅전은 공사중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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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산령각 담 너머로 본 금강계단입니다.
 통도사 산령각 담 너머로 본 금강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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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구룡지와 삼성각, 산령각입니다.
 통도사 구룡지와 삼성각, 산령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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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상로전입니다. 그 중심에 대웅전(국보 제290호)과 금강계단이 있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제1 적멸보궁입니다. 하여, 다른 사찰과 달리 대웅전에 불상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진신사리로 계시기에 굳이 불상을 세울 필요가 없어섭니다. 이를 어째, 가는 날이 장날입니다. 대웅전과 금강계단은 보수공사 중입니다. 특히 금강계단은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대웅전에 들었습니다. "통도사 대웅전은 참배기능에 충실하다"더니 많은 사람이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108배를 올리는 분도 계십니다. 불단 뒤편으로 유리창이 달렸습니다. 유리를 통해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는 금강계단이 보입니다. 부처님을 알현하면서 위없는 보리의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거죠. 벗, 열심히 부처님 앞에 삼배를 올립니다. 무엇을 빌었을까? 나무 석가모니불!

밖으로 나와 대웅전을 빙 돕니다. 특이하게 대웅전의 사방에 달린 편액 글자가 다 다릅니다. 무심코 보았다면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알고 보니, "대웅전 동쪽은 대웅전(大雄殿), 서쪽은 대방광전(大方廣殿), 남쪽은 금강계단(金剛戒壇), 북쪽은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 쓰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관심 가는 만큼 보이는 듯합니다.

대웅전 유리를 통해 보았던 금강계단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대방광전 현판이 붙은 서쪽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자장 스님께서 구룡소의 용들을 승천시키고 못을 메워 절을 창건했다던 유적" 구룡지와 삼성각, 산령각 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산령각으로 올라 담 너머로 금강계단을 봅니다. 공사 중입니다. 다음은 통도사가 전하는 금강계단 설명입니다.

"통도사 창건의 근본정신은 바로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에 있다. 통도사가 신라의 계율근본도량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는 것이 곧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계를 받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었다. 현재 계단의 모습은 2중 사각기단 위에 종 모양의 부도가 놓인 석조계단 형식이다."

"위없는 보리로 나아가게 하는 게 진정한 회향이다!"

화엄산림법회가 열리는 통도사 설법전입니다.
 화엄산림법회가 열리는 통도사 설법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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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공양간 인근의 장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통도사 공양간 인근의 장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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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선원구역에서 영배 스님 뵙기를 청했으나 출타 중이었습니다.
 통도사 선원구역에서 영배 스님 뵙기를 청했으나 출타 중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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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사람에게 밥은 길듯이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은 멀듯이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
생사의 윤회는 끝이 없어라'

통도사에서 마음에 들었던 건 이처럼 가슴에 새길 글귀들이 군데군데 있었다는 점입니다. 대웅전 앞쪽으로 설법전과 응진전, 명부전 등이 자리합니다. 대법당인 설법전에서는 조석예불과 화엄산림법회 등이 열립니다. 마침, 이날 열린 화엄산림대법회는 인환 스님께서 법문 중입니다. 많은 사부대중이 법문을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인환 스님께선 머리에 담아갈 한 가지를 당부하십니다.

"회향을 기도 끝나고, 불사 끝나는 것으로만 여기지 말아라. 회향은 이제까지 지은 모든 것을 돌려 앞으로 더 나아간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불도를 닦고, 복덕을 쌓아도 그걸 중생을 위하는 데 돌려, 중생을 가르치고 깨우치고 위없는 보리로 나아가는 일이 없다면 회향이라 할 수 없다. 공덕과 복덕이 없다하더라도 단 한 가지만이라도 중생에게 돌려주고 중생을 깨우치고, 중생이 바른 길로, 위없는 보리로 나아가게 하는 게 진정한 회향이다."

통도사까지 먼 길을 달려왔기에 한 가지 바람이 있었습니다. 스님과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마음. 하여, 통도사 주지이신 영배 스님을 뵙기를 청했습니다. 스님께선 출타 중이셨습니다. 대신, 대웅전에서 나오는 중년 여인에게 부처님께 무엇을 빌었는지 물었습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왔습니다.

"마음을 비웠어요."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통도사 선원구역입니다.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통도사 선원구역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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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영축산 통도사, #불보사찰, #금강계단, #영배스님, #불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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