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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 남들 다 하는 걸 <오마이뉴스>라고 그냥 지나갈까. 그럴 순 없지. 십여명의 <오마이뉴스> 서평단 시민기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올해 나온 신간들 중에서 관심 있는 책을 읽고 수십 편의 서평 기사를 쓴 시민기자들은 모두 17명. 우선 지난 7일에서 13일까지 '올해의 책' 후보 45권을 각각 추천 받았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듣도 보도 못한 정치> <러시아 vs 일본, 한반도에서 만나다> <백 사람의 십년> <이토록 멋진 마을>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빵을 위한 경제학> <감각의 제국> <사소한 것들의 과학> <개인주의 가족> <학교 속의 문맹자들> <괴물이된사람들>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코빈동지> <버니샌더스의 정치혁명> <이토록멋진마을>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좌파축구 우파축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누구나 홀로 죽는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거짓말이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사법부><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클릭! 비밀은 없다> <야외생물학자의 우리 땅 생명 이야기> <바이러스 쇼크><나는 간첩이 아닙니다><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정본 백범일지><마지막 무관생도들> <1995년 서울, 삼풍> <하얀 폭력, 검은 저항> <악어 프로젝트>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글쓰기의 최전선> <대한민국 잔혹사> <도널드 트럼프> <푸드+닥터> <다함께 살리는 건강처방전>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 <탈, 노후빈곤>까지.

이 가운데, 중복 추천을 포함 지난 19일까지 28편을 추천 받았다.

<이토록 멋진 마을> <대한민국 잔혹사> <백 사람의 십년> <코빈동지> <탈, 노후빈곤> <누구나 홀로 죽는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1995년 서울, 삼풍> <사소한 것들의 과학> <악어 프로젝트>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다시 봄이 올 거예요> <거짓말이다>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잔혹사>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하얀 폭력, 검은 저항> <감각의 제국> <마지막 무관생도들>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빵을 위한 경제학>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바이러스 쇼크>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정본 백범일지><노후파산>

추천된 책의 면면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꼭 필요한 가치들이 언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동체, 세월호 진실규명, 국가 폭력, 제대로 된 역사 만들기' 등. 이 중 투표 수가 많은 순으로 올해의 책을 추천하고 그 서평 일부를 소개한다.

★★★★★★★ 7명 추천(최다 추천) 1권

<이토록 멋진 마을>

추천사 : 일본의 지자체 혁신 사례를 보여준 책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풀어가는 조그만 선례가 설득력 있어서 하나의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 지자체 중심의 사례를 보여주다 보니, 인구규모는 좀 작더라도 그 성공이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거대한 도시가 아닌 안락한 마을이 되살리는 공동체, 안전한 미래!

시장만 14년째, 장기집권 비결 봤더니
사바에 시의 교육개혁 일부가 문제점을 드러낸 데 대한 저자의 이 말은 곱씹을 만합니다.
'유일한 대책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나아질지 계속 고민하고 바꾸는 것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이전의 교육방침으로 돌아간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진보하기 위해 시행착오는 감수해야 한다.'

이것에만 집중하면, 아이 낳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
"우리는 왜 '목적'에 집중하는 정책을 들을 수가 없는가? 무상급식이, 무상보육이 필요한 이유가 '아이 낳기 좋은 대한민국'이라면 그 '목적'에 대해서만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랬다면, 우리가 이리도 오랜 세월 세계 최저 출산율(2012년 기준 1.30명)의 오명과 인구소멸국가 1호라는 불안감에 떨지는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는,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이 현명해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5명 추천, 3권

①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추천사 :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사고 후 어른들 뒤에서 보호만 받던, 또는 감춰져 있던
세월호 생존자 아이들이 처음으로 세상 앞에 나와 목소리를 낸 인터뷰 책이다. 사건 당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후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아이들의 떨리는 목소리로 전해진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른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소원, "밖으로 나가자" 소리치기
"이 책이 갖는 의미는 아이들(세월호 생존자)의 육성이 그대로 실려있다는 점이다. 더듬거리며, 울며, 아이들은 자기들만 살아와서 미안하다고 말했고, 동생이 보고 싶다고 말했고, 아빠의 우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말했고, 힘을 내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오빠를 볼 수 있으니 이제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고, 사는 게 무섭다고 말했고,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고, 친구들이 꿈에 나온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2년, 바뀐 게 없다? 우리가 변하고 있다 "<다시 봄>에서 자기가 살인자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남자 아이를 살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가 구하지 못한 건데 그걸 자기 탓으로 돌리고 죄책감을 느꼈잖아. 왜 노력한 사람이 힘들어야 하는지 화나고 짜증나."

②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

마침내 드러난 '간첩 공장'의 진실
"검찰과 국정원의 반성 없는 행태에 저자는 분노했다. 그는 "반성 없는 국가와 국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한 인간을 지켜보면서 어지러움을 느꼈다"며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국정원은 지금도 또다시 어디에선가 조작 간첩을 찍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우성 사건을 통해 알려진 검찰과 국정원의 만행이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온라인에 간첩 조작사를 연재하기 시작한 경위를 밝혔다. 그렇게 총 10회에 걸친 연재물의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⑤ <1995년 서울, 삼풍>

폭삭 무너진 백화점, 502명이 죽었다
"삼풍백화점의 붕괴가 가진 의미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성과주의와 속도전을 위시로 한 대한민국식 개발의 정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성수대교 수사를 마무리하던 검사가 곧바로 삼풍백화점 조사에 투입되기도 했다. 성수대교가 붕괴한 지 겨우 반년만이었다. 삼풍백화점이 붕괴하고 4번의 대선과 5번의 총선이 있었다. 삼풍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대형참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웠을까."

★★★★ 4명 추천, 1권

<대한민국 잔혹사>

추천사 : 대한민국에서 자행되었던 국가폭력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와 조력자들 그리고 대중의 침묵 혹은 동조로 이어져온 우리 사회의 정의롭지 못한 역사를 온전히 대면하는 데에서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는 출발점을 삼아야겠다. 우리 사회가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공감의 범위를 확장해 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올해의 책으로 추천한다.

공감 없는 사회가 부끄러움 없는 권력 키운다
"김동춘 교수는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에 더해 우리는 심각한 국가 폭력이 만연해도 책임자를 찾아 죄과를 묻거나 사죄하도록 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오늘날 한국사회가 이토록 망가져 버린 것이리라. 잔혹한 역사를 여전히 살아내고 있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와 조력자들, 그리고 대중의 침묵 혹은 동조가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저자의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3명 추천, 2권

①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방법>

추천사 : '무엇이 진정한 투쟁인가?'에 대해 '비폭력 혁명'을 설파하는 세르비아의 세계적인 비폭력 운동가 스르자 포포비치의 저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방법'을 설명하는데, 비폭력 투쟁의 역사와 모습과 특징, 비폭력 투쟁을 적용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잊으면 안 되고, 또한 '독재자 퇴근' 이후를 상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매뉴얼 중 하나만이라도 정확히만 따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아스팔트 진보'의 거친 팔뚝질, 이젠 좀 바꿔 보자
"저자는 이 책에서 비폭력 투쟁이 사회정의부터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부패와의 전쟁에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한 투쟁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더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한 싸움임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킨다. 사회변혁을 이끌어낸 성공적인 운동들의 핵심적인 특징이 무엇인지에 관한 유쾌하고 창의적인 사례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 그곳이 어디든지 현실에 곧장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이 알기 쉽게 소개된 점도 인상적이다."

혁명과 웃음, 그 어려운 상관관계
"'혁명에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무슨 말인고 하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성과는 제대로 민주주의를 정착 시키는 과제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승리로 간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원하던 목적을 이룬 순간이 언제인지 파악하고 제때 승리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잊으면 안 된다. '독재자 퇴진'이 끝이 아닌 것이다."

② <백 사람의 십년>

박정희 유신 선포할 때, 중국에선 야만의 바람
"<백 사람의 십 년>은 문화대혁명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 유명한 사람, 권력자의 이야기는 없다. 철저히 서민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큰 인물이 아무리 비극적인 일을 겪었다 해도 일반 사람이 겪는 비극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엔 억울한 사람이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홍위병에게 찍힌 사람은 갖은 고문을 받았다. 방법은 다양했다. 안약병에 찬물을 채우고 귓구멍이 가득 찰 때까지 부었다. 얼굴에 염산을 뿌려 실명하게 했다. 밧줄로 성기를 묶은 다음 고환이 부풀 때까지 물을 마시게 했다. 광기의 시기였다."

이외 주목할 만한 페미니스트 책

<악어 프로젝트>
"모든 남자는 악어" 작가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이 책은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모든 종류의 시도를 성폭력이라고 싸잡아 말하지는 않습니다. 거기에도 기준이 있습니다. 여성이 '싫으니 그만하라'고 했을 때, 바로 그만 둘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분명히 싫다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것이 바로 성폭력이니까요."

<하얀 폭력, 검은 저항>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는 어떻게 탄생했나
"남북 전쟁 이후 노예제는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흑인들은 정말 그들이 원하던 자유와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었을까?  백인들은 자신들의 노예였던 흑인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 바로 수전 캠벨 바톨레티의 <하얀 폭력 검은 저항>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남부에선 노예에 대한 폭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백인들은 과거 자신의 노예였던 이들이 버젓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땅을 일구는 모습을 곱게 볼 수 없었다. 이 책은 그런 인종 차별의 민낯을 그림과 글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그 '썸남'의 강간, 깨닫는 데 '4년'
"키스하는 건 좋았다면서요. 조금 더 진도를 나가는 게 뭐가 문제죠?"
"그냥 죄책감이 드니까 나중에서야 강간당했다고 과장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나 로빈 윌쇼의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는 이런 발상이 너무나 위험한 생각임을 알려준다. 책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가장 은밀하게 숨겨지는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을 추적한다. 저자는 여러 피해자를 만나고 그 고통과 치유, 예방책에 관해 기록했다.

데이트 성폭력 깨닫는데 3년이나 걸린 이유

저자는 말한다. "성폭력 피해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아는 사람간의 성폭력은 여성이 사람에게 가졌던 신뢰를 무너뜨려 이후의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준다"고. 우리 주변에서 성폭력이 왜, 어떻게 발생하는지 원인과 실태를 잘 보여준 이 책을 자녀를 둔 학부모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 연애 중인 혹은 연애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남녀가 관계에 대해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외 주목할 만한 과학 서적

<사소한 것들의 과학>
면도날이 무뎌지는 이유
'생체재료'를 제외하고 우리의 삶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그 재료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 궁금해 한 적이 있었나?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수많은 재료의 복합체 위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것을 이루는 재료에 대해서만은 무심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물질을 이루는 재료에 집착하는 이 남자의 이야기에 자꾸 귀 기울이게 된다.

<감각의 제국>
'공감 능력' 떨어지는 사람, 왜 그런가 했더니
우리 사회 공동체는 공감 능력을 상실한 듯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쪽에선 신음하고 아파하는데도 다른 한쪽에선 귀를 막고 다른 이야기를 떠들고 있다. 책에서는 우리 인간에게 공감 능력이 있었기에 사회라는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해 현재의 삶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우리의 천성인 공감 능력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오마이뉴스 '유일' 멤버십 커뮤니티 <책사랑>
<오마이뉴스> 유일 멤버십 커뮤니티 '책사랑'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6년에 처음 만들어서 10년째 운영 중인데 '아는 사람만' 안다. 혼자만 알고 싶은 여행지 같은 걸까. 베일에 싸여 있던 책사랑에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지금 공개한다.

- 그렇다면 책사랑은 어떻게 해야 가입되나?
"3개월간 책동네 기사 5건이 버금 이상이 되면 자격이 주어진다."

- 책사랑 멤버십이 되면 뭐가 좋나?
"신청하는 신간을 보내준다. 단, 서평을 써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때그때 책동네 기획회의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

- 신청을 하는 건가?
"아니다. 매월 자동으로 대상자가 선정되며 담당자가 미리 연락을 준다."




이토록 멋진 마을 - 행복동네 후쿠이 리포트

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 김범수 옮김, 황소자리(2016)


태그:#서평, #올해의책, #이토록멋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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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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