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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센즈역에서 출발 준비 중인 아프트식열차. ⓒ 서규호
아프트식기관차가 아프트이치시로역에서 연결준비 중인 모습. ⓒ 서규호
일본 시즈오카현(静岡県)의 심신산골 오이카와철도를 타고 센즈역(千頭駅)에 도착하면 푸르른 수국이 관광객들을 반겨줍니다. 예전에 운행했던 증기기관차의 차륜도 전시되어 있어 열차여행의 종착역이 아닌 또 다른 시발역으로서의 느낌도 받습니다.

오늘 소개할 열차가 출발하는 센즈역. 이곳 센즈역은 이카와역(井川駅)까지 이어지는 25.5Km의 이카와선(井川線)의 시, 종착역으로 해발 299.8m의 고지대에 위치합니다. 이 노선은 '미나미알프스아프트라인(南アルプスあぷとライン)'이란 애칭으로 불리는데 이는 이카와선이 무려 61개의 터널과 55개의 교랑으로 이루어져 일본 남 알프스의 거친 산악 지형으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아프트라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나중에 설명해 드릴 아프트식 철도로 이루어져 있어서 입니다.

이곳 6번 홈에서 출발하는 오이카와철도 이카와선은 일반철도라고 하기에는 열차 모양이 좀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빨간색의 기관차와 폭이 좁은 열차는 마치 예전 도야마의 구로배협곡에서 탔었던 토롯코열차와 흡사합니다. 예전의 나가시마댐(長島ダム)을 건설하기 위해 자재를 운송하던 철도라 객차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아담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철도 여행이 지금 시작됩니다.

2014년에 있었던 대형 산사태로 중간역인 셋소쿄온천역(接岨峡温泉駅)까지만 다닙니다. 2017년 3월 복구예정으로 지금도 열심히 복구 중입니다. 오이카와(大井川) 상류를 따라 열차는 천천히 출발을 합니다. 열차가 굴곡이 많은 지역을 운행하다 보니 열차바퀴와 레일이 부딪혀 삐거덕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얼마나 마찰이 심하면 기관차 밑에 물을 뿌리는 장치를 갖추고 있을 정도라니 과연 험한 지역을 운행하는 것이 맞네요. 하지만 밖으로 보이는 오이카와의 계곡 풍경은 이런 것을 상쇄시켜 줍니다.

열차는 달려 아프트이치시로역(アプトいちしろ駅)에 도착합니다. 해발 396m의 고산지대 입니다. 출발역인 센즈역보다 약 100여m를 더 올라왔네요. 이 역을 지나도 계속 올라 갑니다. 그런데 이 역은 정말 특이한 역입니다. 일본에서도 몇 남지 않은 아프트식으로 운행을 하는 노선입니다. (아프트식이란? 지난번 고야산 철도에서도 소개한 것으로 급경사로 인해 바퀴와 레일 사이의 마찰력이 약해져 공회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레일 중간에 톱니바퀴를 이용해 오르게 하는 방식의 열차) 이 노선이 아마도 이카와선의 철도 여행 중 가장 하이라이트일 것입니다.
나가시마댐을 향해 급경사를 오르는 아프트식열차. ⓒ 서규호
일본에서도 딱 3대만이 남아 있는 아프트식 전기기관차가 들어옵니다. 기관차 하단부 가운데에 톱니와 맞물리면서 역으로 입선을 합니다. 기관차 외부에는 톱니바퀴를 상징하는 그림도 그려져서 아이들도 이해하기 딱 좋습니다. 최대 구배가 무려 90‰(퍼밀)의 경사를 극복합니다. (퍼밀이란? 1000분에 1단위로 예를 들어 열차가 1000m를 갈 때 35m를 상승하면 35‰ 입니다.) 1000m를 가는 동안 90m를 올라가니 엄청난 경사도입니다. 자동차로 올라 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열차로 저 높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고 또한 내려갈 때도 문제가 됩니다.

저도 이렇게 연결하는 동안에 기관차에 잠시 올라가 기념 사진을 찍어봅니다. 정차 중에 잠시 기관차가 연결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색다른 철도여행 중 하나입니다. 기관차가 뒤에서 밀면서 나가시마댐을 향해 밀려 올라갑니다.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오이카와와 나가시마댐이 보입니다. 열차 안에서만 나가시마댐의 장관을 볼 수 있으니 꼭 열차 오른쪽으로 앉으세요!

엄청난 크기의 나가시마댐을 뒤로하고 열차는 일본 추부지역 최고의 비경역인 오쿠오이코조역(奥大井湖上駅)을 만납니다. 2001년 '철도의 날'에 추부운수국이 추부지역 100대역 중 하나로 선정한 역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간이역들을 부숴버리기 바쁜데 이런 작은 역 하나도 예쁘게 살려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부럽기 그지 없네요. 이 역이 유명한 건 나가시마댐이 1990년 만들어지면서 셋소코(接岨湖)가 생기고 새 노선을 만들면서 오쿠이카와레인보우브릿지(奥大井レインボーブリッジ)라는 두 개의 큰 철교가 생겼는데,  셋소쿄온센쪽 철교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인도가 설치되어 걸어서도 이 역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바라본 환상의 역 오쿠오이코조역의 모습. ⓒ 서규호
빨간색 다리에 빨간색 열차 그리고 가을이면 빨간 단풍이 물들어 이곳은 대장관을 만들어 냅니다. 열차는 더욱더 깊은 산골로 들어갑니다. 셋소쿄온센역을 지나 수많은 다리와 터널을 지나면 종착역인 이카와역에 도착합니다. 해발 686m로 센즈역보다 무려 386m나 올라왔습니다. 여름이라면 창문을 열고 대자연을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근처에는 이카와댐도 있어 천천히 산책을 즐겨도 좋습니다.

조금은 비좁은 3열로 되어 있지만 새로운 열차 여행의 체험과 오쿠오이카와의 절경을 만날 수 있기에 꼬옥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 운행구간
센즈역→이카와역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이카와철도, #아프트식열차, #오쿠오이코조역, #일본철도여행전문가서규호, #시즈오카철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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