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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의 올해 주요 핵심사업은? 참학력 신장과 진로진학 교육이다. 참학력 진로진학은 성적보다는 배움 중심 수업과 성장을 중시한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아 미래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 분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 힘쓴다. 도교육청이 지향하는 참학력 신장과 진로진학교육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 걸까? <오마이뉴스>가 학교 현장에서 수업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이들이 꿈과 끼를 어떻게 진로진학으로 연계하고 있는지를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말]
 김현진 홍주중 진로진학 교사(부장)
 김현진 홍주중 진로진학 교사(부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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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최고라며 공부만을 다그치던 교사였다. 밤 10시에서 12시 사이 집으로 돌아간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왜 벌써 자느냐'고 채근하던 교사였다. 담임을 맡을 때는 뭐든지 반 아이들이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교사였다.

반 아이들 32명 전원이 영어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일도 있었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그의 교육 철학 때문이었다.

홍주중(교장 구철모, 충남 홍성군 홍성읍) 김현진 진로진학 교사(부장). 1984년 교사 일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33년째다. 영어 과목 교사였던 그가 몇 년 전부터 진로교사로 전환했다. 미래 세대에 대해 고민하면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진로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싹 바뀌었다. 2012년 교사 연수를 받으면서 자기 생각이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단다.

아이들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쪼기만 하던 교사에서 이해심 많은 교사로. 김 교사는 이를 "아이들에 대한 다른 식의 관심"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사가 교사 일 30년 만에 '다그치던 교사'에서 '이해심 많은 교사'로 돌아선 과정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다음은 최근 김 교사와 나눈 주요 인터뷰 요지다.

홍주중에서 지난 10월 제 20회 한 하늘 대축제의 하나로 '꿈을 잡고!' 전시,체험,놀이 공연마당 행사가열리고 있다. '꿈과 꿈을 키우는 홍주교육'의 슬로건을 잘 표현해 주는 행사다.   이 학교에서는 진로 동아리 운영 등 다양한 진로활동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홍주중에서 지난 10월 제 20회 한 하늘 대축제의 하나로 '꿈을 잡고!' 전시,체험,놀이 공연마당 행사가열리고 있다. '꿈과 꿈을 키우는 홍주교육'의 슬로건을 잘 표현해 주는 행사다. 이 학교에서는 진로 동아리 운영 등 다양한 진로활동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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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중 학생들과 교사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꿈을 잡G0'!' 행사의 하나로 요리를 하고 있다.
 홍주중 학생들과 교사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꿈을 잡G0'!' 행사의 하나로 요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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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했나?

"공부가 최고라며 공부만을 다그치던 교사였다. 밤 10시에서 12시 사이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왜 벌써 자냐고 했다. 전화벨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받으라고도 했다. 악랄하게 공부시켰다. 공부뿐만이 아니었다. 1학년 담임 때는 뭐든지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체육대회, 시험 교사인 만큼 영어수행평가도 마찬가지였다. 1학년 담임때 반 아이들 32명 전원이 만점을 받았다."

- 왜 그렇게 지도했나?
"중학생은 시키면 따라온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게 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강도 높게 지도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학부모들은 어떻게 반응했나?
"학부모에게도 존경받는 교사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관심'을 깊이 가져준 데 대해 좋아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 지금은 어떤가?
"다른 식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쉬게 해 줘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은 알아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국, 영 과목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미래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는 고민에 이르기까지…."

-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도하고 있나?
"얼마 전 종영된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직업군이 너무 다양했다. 반면 학교에서 학생 30명에게 희망하는 직업을 물었는데 모두 10가지 직업을 벗어나지 못했다. 진로시간만이라도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아이들 보는 눈이 달라졌다. 쪼지 않고, '직업 캐릭터 수업' 등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고 있다."

- 영어 과목을 가르치다 바뀐 마인드로 진로 수업을 해 왔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는 질문 앞에 필요한 내용을 잘 가르치고 싶었다. 첫해 진로수업을 끝내고 설문을 벌였는데 '똑 쏘는 맛이 있는 사이다와 같다, 넓은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는 무지개 같은 수업'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홍주중 진로활동실. 충남도교육청 지원에다 홍주중 자쳬예산을 보태 만들었다. 깔끔한 진로활동실은 학교 측의 진로교육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한다.
 홍주중 진로활동실. 충남도교육청 지원에다 홍주중 자쳬예산을 보태 만들었다. 깔끔한 진로활동실은 학교 측의 진로교육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한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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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중 '꿈을 잡G0'!' 행사에는 홍주 시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홍주중 '꿈을 잡G0'!' 행사에는 홍주 시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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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계기로 변하게 됐나?

"교사 진로연수를 하면서 구시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연수를 하면 할수록 '내 테두리 안에 나를 가둬 놓았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티(IT) 산업의 변화 양상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어마어마한데 '수업혁신'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고…. 교사가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 미래 세대에 대해 고민하면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알려주고 싶어 진로교사를 택했다."

- 학습 지도방식 변화에다 자유학기제까지 시행되면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아니다. 토론식, 그룹활동을 주로 하는 자유학기제 자체가 수업혁신이다. 실제 아이들은 자유학기제에서 배우니까 시험 부담이 없어서 쏙쏙 들어오고 공부가 더 잘된다고 말한다. 자신도 아, 이게 수업의 변화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 다른 교사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존중해준다. 또 이렇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해준다. 수업 방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연수를 위한 출장과 강의에 대해 100% 허락해 주고 있다. 일부 학교의 경우 못 가게 하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다른 학교 교사들이 우리 학교를 매우 부러워한다. 물론 수업까지 하면서 덤으로 여러 가지를 해야 해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많다."

- 학교의 지원은?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어 더 바랄 게 없다. 학교장과 교감 선생님이 적극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몸부림쳐도 학교장이 '하지 마'하면 기죽게 마련이다. 일부 다른 학교의 경우 학교장이 '공부하지 진로냐'며 달가워하지 않아 힘들어하는 곳도 있다. 우리 학교는 그런 일이 없다."


태그:#홍주중, #진로진학, #김현진, #충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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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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