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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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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다고 투덜대기는 하나, 꼽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정책의 도움으로(사실은 그보다 더 큰 주변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워킹맘을 8년째 계속하고 있다는 걸
2016년 4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558만 명 중 절반은 경력단절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경력단절 사유는 결혼(34.6%), 육아(30.1%), 임신 출산(26.3%) 등이 꼽혔습니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 결혼에 따른 경력단절은 줄어든 반면 임신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정부는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휴직제 강화와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을 통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선 여성 채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시간제 일자리는 계약직이라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부는 어떤 정책으로 엄마, 워킹맘을 지원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어떤 도움으로 워킹맘을 지속하고 있는 걸까요? 이번 글에선 알아도 챙기기 어려운 출산, 육아 정책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아래 안내하는 모든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국민 생활서비스 정책 2016' 기준입니다. 각종 혜택은 해마다 변경될 수 있으니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pixabay
▲ 70점엄마 pixabay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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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받은 첫 번째 혜택은 임신 지원(난임 시술)입니다

결혼 후 5년간 임신이 안 되었던 저는 시험관 시술을 받았습니다. 2년 반 동안 불임 병원에 다니면서 열 번도 넘는 인공수정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험관을 시도하기로 했는데, 운 좋게 첫 번째 시험관에 쌍둥이 남매를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인공수정은 매 회별로 20~30만 원, 시험관 시술은 시술 방식마다 차이가 많은데 제가 거친 방식은 사이클이 두 달로 길어 약 4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습니다.

지금과는 대상도 다르고 금액도 달랐는데 당시에 건강보험 불임시술비 지원이 있었지만 저희 부부는 자격이 안 됐어요. 다행히 회사의 의료비 혜택을 통해 불임시술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저출산 지원과 맞물려 난임시술비 지원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2016년 중반까지는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150%(2인가구 기준 583만 원) 이하인 부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던 난임시술비 지원이 9월 1일자로 소득상한이 폐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경우 현행 190만 원에서 240만 원까지 지원금액이 올랐습니다.

아이를 원하는 난임부부에게 체외수정, 인공수정 등 큰 비용이 소요되는 시술비 중 일부를 지원해줍니다(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로 문의하세요).

두 번째 혜택은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입니다

쌍둥이 임신이 확인되자마자 불임 병원에서는 출산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시켜주셨어요. 임신 사실을 기재한 진단서를 가지고 가까운 은행(당시 KB)에 가서 고운 맘 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지금은 국민행복카드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는데요. 두 번인가 세 번 정도 병원 진료비로 사용하니 흐지부지 없어졌던 임신 출산 진료비는 20만 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50만 원(다태아의 경우 70만원)의 바우처 혜택을 제공합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카드사(BC제휴카드, 삼성, 롯데카드 등)를 통해 카드를 발급받아 태아 진료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회비가 없는 특수 목적 카드이나 일상에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임신이 확인된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모두 대상입니다(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로 문의하세요).

세 번째 혜택은 보건소의 엽산/철분제 지원입니다

약사인 친구가 임신 축하 선물로 철분제를 선물해주기도 했는데, 쌍둥이라 섭취량을 따져야 해서 보건소에 받으러 다녀왔어요. 회사 시간에 맞추기가 힘들어 한 번인가 두 번밖에 다녀오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임신 전부터 복용을 권장하는 엽산도 지원해준다고 하니 챙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자세한 내용은 거주지 관할 보건소로 문의하세요).

네 번째 혜택은 출산 지원금입니다

출산과 관련해서 저는 세 군데에서 지원을 받았는데요. ①가입해둔 보험사에서 제왕절개 수술비 50만 원을 받았습니다. 저의 경우 36주 4일에 양수가 터져 다음날 오후까지 자궁문이 열리길 기다리다가 결국 수술을 받았습니다. ②거주지 구청에서 출산 축하금 20만 원을 받았습니다. 당시 성동구에 거주하고 있었고 자녀 두 명이라 둘째의 축하금을 받은 겁니다. ③회사에서 출산 축하금을 받았습니다.(자세한 내용은 거주지 시군구청으로 문의하세요.)

더불어 국민연금 출산 크레딧이 있습니다.

저도 아직 국민연금 수급권이 발생하지 않아서 혜택을 받지는 못하지만 연금 청구 시 국민연금공단에 가족관계 등록부를 제출하면 2008년 이후 둘째 아이 이상을 출산 또는 입양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준다고 합니다.

둘째 아이는 12개월, 셋째 아이부터 1명마다 18개월씩 최장 50개월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추가 인정해준다고 하니 혜택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 연금급여팀으로 문의하세요.)

이 밖에 출산 전후 지원은 미숙아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서비스는 가구 소득에 따라 제한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출산 및 육아휴직입니다

아이를 임신하고 고대하던 출산 및 육아휴직.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인생 최고로 긴 시간 동안 회사를 가지 않는다고 무척 좋아했는데, 육아의 어려움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래도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출산 육아 휴직이란 출산 전후 90일을 쉬는 출산휴가 제도와 함께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입니다. 특히 육아휴직 기간 동안 고용보험에서 통상 임금의 40%에 해당하는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는 꼭 챙기세요.

최저 50만 원~최고 100만 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육아휴직 급여액의 75%는 매월 지급하고 나머지 25%는 육아휴직 종료 후 해당 사업장에 복귀해 6개월 이상 근무한 경우 합산하여 일괄 지급을 한답니다.

게다가 엄마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다음 같은 자녀에 대해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을 지급한다고 하네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지만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 단축을 최대 1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도 하네요. 회사에서 제도가 도입된다면 쌍둥이 남매 몫으로 미사용한 육아휴직 기간을 몰아 단축근로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이 경우 역시(통상임금의 60% Ⅹ 근로시간단축비율)에 따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를 지급한다고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로 문의하세요.)

여섯 번째는 국가예방접종 서비스입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듭니다.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게 예방접종인데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필수예방접종을 다 맞았는지 증명서를 내야 합니다. 쌍둥이 남매가 태어난 즈음에는 꽤 많은 비용을 들여 필수예방접종 주사를 맞혔는데요.

2014년부터 몇 가지 백신 접종이 무료로 바뀌었더라고요.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지원백신(14종 ; BCG, B형간염, DTaP, 폴리오, DTaP-IPV, MMR, 수두, 일본뇌염, Td, Tdap, Hib, 소아 폐렴구균, 소아 A형 간염 등)의 경우 보건소 및 지정 의료기관 이용 시 무료로 접종해줍니다.(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에서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이 가능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로 문의하세요.)

일곱 번째는 보육비 지원입니다

회사 복직을 위해 쌍둥이 남매는 9개월 차부터 가정식 어린이집에 다녔습니다. 그때 어린이집에 냈던 비용이 한 달에 약 70만 원가량인데요. 2011년인가 2012년부터 쌍둥이 남매도 무상으로 어린이집을 다니는 혜택을 누렸습니다.

유치원에 들어가 각종 특별활동을 배우면서부터는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보람도 없이 매월 60~70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는데요. 그나마 국가에서 지원해줘서 그만큼 비용으로 유치원을 다닐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시 카드 이름이 어린이집은 아이사랑카드, 유치원은 아이즐거운카드였는데 현재는 아이행복카드로 하나로 통합돼 소득에 상관없이 연령별 기본 보육비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약 20~40만 원까지 비용이 지원됩니다.

아이행복카드 역시 특수 목적 카드로 연회비가 없지만 일상에서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 카드사에서 발급이 가능합니다.

기관에 보내지 않는 경우 가정양육수당을 주는 제도도 생겼죠. 소득에 상관없이 가정에서 양육하는 취학 전 만 84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둔 가정에 연령별로 10~2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과(보육비, 누리과정), 보육사업기획과(가정양육수당)로 문의하세요).

여덟 번째는 학교의 돌봄 서비스입니다

쌍둥이 남매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 학교에서 수업 후 4~5시까지 돌봄 교실에 머무르다가 집에 옵니다. 친정부모님이 육아에 도움을 주시긴 하지만 아이들과 너무 긴 시간을 보내기엔 연세가 많으세요.

회사 근무시간이 길어지면서 쌍둥이 남매를 돌보는 시간 또한 덩달아 길어진 친정엄마가 유치원 기간에 이미 한 번 크게 아프신 경험이 있어요.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최대한 활용합니다. 가구 소득에 따라 비용에 차등이 있기는 하지만 안전한 학교에서 적정 시간까지 돌봐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늦은 퇴근, 돌봐줄 가족이 없는 경우 5시 이후에는 지역 돌봄 센터로 이동해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집에서 학교보다 더 먼 곳으로 아이들이 이동해야 해서 저희는 이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학교 이전 만 12세 이하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 취업 한부모 가정, 장애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등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 유치원 돌봄 또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 돌봄의 경우 종일반 월 7만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초등 아이 돌봄의 경우 이용 시간 및 가구 소득에 따라 이용 요금은 차등 적용됩니다.

유치원이든, 학교든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맞벌이 가구라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재직증명 또는 건강보험증 사본 등의 제출이 필요합니다.(자세한 내용은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유치원 돌봄), 여성가족 가족지원과(아이 돌봄)로 문의하세요.)

70점엄마, pixabay
▲ 70점엄마 70점엄마, pixabay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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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다고 투덜대기는 하나, 꼽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정책의 도움으로(사실은 그보다 더 큰 주변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워킹맘을 8년째 계속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온 나라가 필요하다는 말은 정말이었네요.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걸어올 수 없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정책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여전히 힘에 부칩니다. 남녀 할 것 없이 긴 노동시간이 그 원인이고, 육아는 여전히 엄마의 몫이라는 사회의 시선도 한몫하겠죠.

국가에서 지원해준다고는 하나 육아에 드는 비용은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꼭 비싼 용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매월 고정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높습니다. 기관에 들어가면 무상보육이라는 정부의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각종 목적에 따른 교육비가 추가로 지출됩니다. 정부의 눈을 피해 꼭 현금으로만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학교에 들어가면 각종 사교육이 시작됩니다. 미술과 수영 외 다른 사교육은 하지 않는 쌍둥이 남매는 학교의 방과 후 교실을 활용하고 있는데, 방과 후 수업을 2개 듣는데 재료비를 포함하여 3개월에 약 40만 원. 두 녀석이니까 80만 원의 비용이 들더군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더 큰 문제는 기관(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 기간, 엄마 아빠의 출퇴근 시간을 커버해주지 못하는 교육 시간, 아이들이 아프거나 각종 행사 때마다 부모가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들입니다.

자녀 문제로 회사에 휴가를 내는 것에 아직도 우리 사회는 너그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좋은 교사를 만나는 일도 중요합니다. 기관의 아동 학대, 교사의 차별 대우 등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 및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꼽을 수 있는데요. 아이를 낳고 다시 복귀해서 일하겠다는 워킹맘은 저출산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력 부족 문제까지 해결하고자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워킹맘에게 보육으로 일터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상이라도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전 모 회사에서 남자직원들도 배우자가 출산을 하면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2017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제가 쌍둥이 남매을 출산할 때만 해도 남성의 육아휴직은 금기어에 가까웠는데 회사에서 제도화 하다니 정말 고무적이네요.

임신에서 출산과 육아, 초등 입학까지 워킹맘으로 힘겹게 달려왔습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정책의 발굴로 기꺼이 임신하고 안심하고 육아를 하며 즐겁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워킹맘육아, #쌍둥이육아, #워킹맘을도와주는정책, #보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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