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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육아하는 엄마의 시간 빈곤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당시 시간 빈곤 계산 방법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이미지를 저장해뒀는데요. 1주일 168시간(24시간 * 7일)에서 주당 근로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개인 돌봄 시간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주당 근로시간에는 근무, 출퇴근, 보육, 가사가 포함되고, 개인 돌봄 시간에는 수면, 식사, 세면, 휴식이 포함됩니다.

육아를 하는 엄마, 일하며 육아를 하는 엄마의 개인 돌봄 시간이 주당 97시간에 미치지 못하면 '시간 빈곤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97시간은 두 자녀 맞벌이 가정의 평균 개인 돌봄 시간이라고 하네요.

워킹맘인 내 시간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시간빈곤계산법
ⓒ K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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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기사를 묵혀뒀다가 최근 꺼내놓고 저의 일주일 시간 사용을 계산해봤습니다. 비교적 규칙적인 주중 일과표를 그려보니 대략 아래와 같은 시간표가 나왔는데요. (좌) 주중, (우) 주말의 시간표입니다.

워킹맘의 시간빈곤
▲ 시간빈곤 워킹맘의 시간빈곤
ⓒ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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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는 약 7시간 15분(밤 10:45~아침 6:00), 주말에는 약 10~12시간(밤 10:45~아침8:00 및 자투리 시간)의 개인 돌봄 시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일주일 168시간 동안 저의 개인 돌봄 시간은 65시간을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육아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가사는 가사도우미 서비스까지 이용하면서도 늘 허덕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의 의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일주일의 시간 사용을 들여다보니 원인은 시간 빈곤으로 인한 피로감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주중에 가사를 전혀 안 할 수 있는 이유는 일주일에 두 번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아이들 돌봄을 친정 부모님이 해주시는 덕분이에요. 그나마 친정부모님이 쌍둥이 남매의 육아를 전담해주셔서 이 정도 스케줄을 유지하는 겁니다.

지난해 일시적으로 등하원을 돕는 돌봄 이모님과 함께 할 때는 남편이나 저 둘 중 한 명이 집에 8시에 도착하기 위해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봐가마 얼마나 퇴근을 서둘렀는지 모릅니다. 반 년 넘게 해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기에 친정아버지가 손주 육아를 돕겠다고 나서주셨어요.

퇴근의 경우 대개 시간표를 지키기보다 훨씬 더 늦은 시각에 사무실에서 나오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사무실에서 '제일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친정부모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저는 절대로 워킹맘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

주말에는 격주로 시댁에 가기도 하고(가끔 경조사가 생기기도 하고), 일주일간 쌓인 피로를 잠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가까운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 관람, 공연 관람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통 아침 9~10시 경에 나가서 오후 3~4시 이전에 들어옵니다. 시댁에 가는 경우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고 오죠. 평균 6~8시간씩 외출을 하는데요. 이때 할 수 있는 일은 보육밖에 없습니다.

외출 후 돌아오면 가사도우미 서비스로 해결할 수 없는 미뤄둔 가사를 해야죠. 주중에 가사를 안 하는 대신 주말에는 남편과 제가 각각 집안일을 나눠서 하는데요. 아이들의 기본학습 점검 및 집안일로 허둥지둥 움직이다 보면 남은 시간은 늘 어디론가 사라지더군요.

엄마들의 삶이 힘든 이유, 특히 워킹맘의 삶이 힘든 이유는 육아와 일 중 어느 쪽에도 완전히 마음을 쏟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늘 바쁜 순간을 보내는 게 분명한데 때로는 지나가는 시간을 '멍'하니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무언가 했지만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집안일도 말끔히 해치우고,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며 행복을 느끼고 싶지만 그건 '언감생심'입니다.

시간빈곤 워킹맘
▲ 시간빈곤 워킹맘 시간빈곤 워킹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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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간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은 장시간 일하는 우리네 조직문화 때문에 남녀 모두 육아에 쏟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과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가구 구조 변화에 따른 엄마의 육아 부담 가중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예전에 비하면 기계의 발달이나 복지제도의 개선으로 일하는 환경이나 육아 상황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시간 빈곤에서 탈출하려면 국가의 지원이나 사회적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개인의 변화를 도모하는 편이 빠르죠. 저는 이 사실을 올해(2016년) 초에 읽은 <타임 푸어>(브리짓 슐트)라는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우리보다 복지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기자가 쓴 책이라 혹시 시간 관리에 어떤 비결이 있을까 기대했던 것과 달리 개인의 변화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 책을 덮으며 조금은 우울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회사 일이나 가사, 육아에 휩쓸려 나 자신을 내려놓지 않는 방법을 찾아가며 조금씩 천천히 균형을 찾는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올바른 시간의 관리, 효율적인 공간의 관리, 현명한 돈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새삼스럽지 않은 결론을 얻은 거죠. 그나마 사회의 틀이나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보다는 나 자신, 나를 둘러싼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조금 더 쉬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

제가 선택한 타임 푸어(시간 빈곤자) 탈출 방법은 새벽 시간 및 출퇴근 시간 활용과 가사도우미 서비스 이용, 아이들 시간표 관리입니다.

먼저 새벽 시간 활용입니다. 위의 시간표에는 제가 잠자는 시간을 오후 10시 이후로 표시해뒀지만 쌍둥이 남매가 함께 자기를 원하는 날에는 10시 전에라도 종종 잠자리에 들곤 합니다. 일찍 자는 것을 활용해서 수면시간을 평균 7시간쯤 확보합니다.

대신 주 중이나 주말에 상관없이 저는 매일 오전 4시 50분에 일어납니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고 싶지만 체력적으로 무리였고, 더 늦은 시간에 일어나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책도 읽고 글도 씁니다. 온 가족이 주중보다 한 시간씩 늦게 일어나는 주말에 홀로 일찍 일어나면 좀 더 넉넉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의 활용은 교통수단이 오로지 지하철인 저만의 노하우인데요. 지하철에서는 무조건 책을 읽습니다. 가끔은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잠들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기에 잠이 달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왕복시간 중 2시간 정도를 온전히 책 읽는데 사용하면 일주일 동안 감춰진 10시간을 발견할 수 있게됩니다. 저의 개인 돌봄 시간이 65시간에서 75시간으로 늘어나는 거죠.

두 번째는 가사도우미 서비스 이용입니다. 일주일에 2회 반나절 동안 청소, 설거지, 빨래 등  일체의 집안일을 도움받습니다. 그래서 설거지를 제외한 빨래나 청소는 정말 일주일에 두 번만 하고 삽니다. 조금 지져분해도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매일 입는 속옷 정도는 넉넉하게 8세트 정도 구비해둡니다. 주말에는 베란다나 화장실 청소 일부, 분리수거, 장보기와 요리를 합니다. 보통 장보기는 인터넷 배달 서비스를 좀 더 이용하는 편이지만 한 달에 한 번쯤은 눈으로 보고 구입해야 하는 것들도 삽니다.

세 번째는 아이들의 시간표 관리입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없는 동안 스스로 할 일 목록을 적어두고 실천하게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친정부모님의 도움이 있기 때문인데요.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주중에 엄마 아빠가 없는 동안  목록대로 할 일을 다 한 다음 노는 시간, TV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고 엄마 아빠가 퇴근해서 집에 있는 동안은 온전히 책을 읽어주거나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사용합니다. 주말에는 일정 시간 함께 책상에 앉아 일주일간의 학습을 점검하기도 하죠.

 워킹맘의 시간빈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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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지지, 부모님의 적극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제가 워킹맘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이런 시간 관리 노하우입니다. 잠자는 시간, 출퇴근의 관리를 통해 저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작은 실천을 통해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가르칩니다.

타임 푸어 워킹맘(시간 빈곤자)일수록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통해 육아와 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생활 17년, 워킹맘 8년 차. 내일도 여전히 하루 종일 사라지는 시간을 보며 허둥대겠지만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저는 누구보다 시간관리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시간빈곤, #타임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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