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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7시 대전타임월드백화점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을 애완견이 지켜보고 있다.
▲ 애완견도 함께 하는 '박근혜 퇴진' 1일 오후 7시 대전타임월드백화점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을 애완견이 지켜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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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7시 대전타임월드백화점 앞. '하야가'로 촛불 행동이 시작됐다. 27번째다. 지난달 1일 첫 촛불을 들었다. 꼬박 한 달째다. 한 달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촛불을 들었다. 이날도 200여 명의 시민들이 호호 손을 불며 촛불을 들었다.

대전 촛불이 끈질기게 타오르는 연유는 뭘까?

한 아이가 촛불을 들고 오갔다. 예닐곱 살로 보였다. 아이 엄마가 말했다.

"아이가 촛불 집회 나가고 싶다고 떼를 써서 같이 나오게 됐어요."

또 다른 비슷한 또래의 아이 역시 같은 이유로 엄마와 손을 잡고 참석했다. 촛불행동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민의 문화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촛불을 들고 싶어 떼를 썼다는 아이들
 촛불을 들고 싶어 떼를 썼다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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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약속대로 뼈 좀 깎아라"

이날 첫 자유발언에는 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나섰다. 그는 "참을 수 없어 몇 년 만에 마이크에 앞에 섰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과거 새누리당은 뼈를 깎는 각오로 잘할 테니 한 번만 봐달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랬더니 여전히 국민의 뜻을 배반하고 있다"며 "약속대로 지금 뼈를 깎으라"고 요구했다. 그의 말에 참석자들이 일제히 웃었다.

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만약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없었다면 행복했겠냐"고 물었다. 그의 답변은 "박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일이 아닌 새누리당과 재벌들을 위해서만 일했다"며 "박 대통령이 있는 한 국정농단과 무관하게 우리의 삶은 불행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길을 지나던 대학원생이 무대 앞에 섰다. 카이스트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한 이 학생은 논산 훈련소에서 4주간 훈련을 받고 꼭 한 달 만에 다시 나왔단다.

"훈련소에 입소할 때만 해도 4주 훈련을 마치고 오면 대통령이 퇴진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근데 아직도 대통령이네요."

논산훈련소 4주 훈련 끝내고 온 대학원생 "아직도 대통령이네요?"

대전 섬나의 집 '레인보우 코러스트 다문화 합창단'이 노래 솜씨를 뽐내고 있다.
 대전 섬나의 집 '레인보우 코러스트 다문화 합창단'이 노래 솜씨를 뽐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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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생이 현 시국을 작사, 작곡한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한 고등학생이 현 시국을 작사, 작곡한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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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다시 한 번 웃음보가 터졌다. 그는 "흔히 군인들이 나라를 지켜서 국민이 편안하다고 하는데, 나라는 군인만이 아니라 여기 촛불을 든 시민들이 함께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말로 발언으로 끝맺음했다.

갑자기 무대 앞이 어수선하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 수십 명이 서성였다. 특별손님들이다.  대전 섬나의 집 '레인보우 코러스트 다문화 합창단'이다. 아이들은 맑은 목소리로 동요를 선보였다. 참석자들이 몸을 흔들며 호응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이중 한 아이가 나서 또랑하게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퇴진하라."

상담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상담 공부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어떻게 상담해야 퇴진을 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담당 변호사가 '여성으로서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했다"며 "박 대통령이 여성인지, 여자인지"를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여자 박근혜'가 아닌 '대통령 박근혜'를 원한다"며 "여성이라는 이름을 약자인 양 무기로 쓰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전 시민들이 매일 촛불을 드는 현장에는 흥겨움과 웃음, 열정이 들어 있다.
 대전 시민들이 매일 촛불을 드는 현장에는 흥겨움과 웃음, 열정이 들어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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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 시장은 왜 갔나? 제발 아무 일도 하지 말아라"

김연희 약사는 박 대통령이 35일 만의 첫 외부일정으로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가 10분 만에 현장을 떠난 것과 관련 "제발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집회를 시작 한 지 1시간 30여 분이 흘렀다. 사회자가 집회를 정리하려 할 즈음 길을 지나던 고등학생 두 명이 무대에 섰다. 이들은 "미래 후손들에게 오늘의 현장을 전해주기 위해 직접 작사 작곡을 했다"며 랩을 선보였다.

시작과 같이 이날 촛불행동은 '하야가' 리듬에 흥겹게 춤을 추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앞서 사회자가 주말 일정을 안내했다. 오는 3일 토요일 3시에는 '대학생 시국 대회'가, 4일 일요일 오후 3시에는 '63개 학교 청소년 시국 대회'가 열린단다. 이어 4일 오후 5시부터는 김제동씨가 참여하는 대전 만민공동회가 예정돼 있다.

대전 시민들이 매일 촛불을 드는 현장에는 흥겨움과 웃음, 열정이 끊이지 않았다.

대전시민들은 2일 오후 7시, 이곳에서 28번째 촛불을 든다.


태그:#대전촛불행동, #1개월, #박근혜, #퇴진,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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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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