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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세변화의 본질은 <'어제' 야당의 입장을 '오늘' 새누리당이 채택한 것>이다. 오늘, 새누리당은 <4월 퇴진 + 6월 조기대선>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럼, 새누리당이 결정한 당론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추미애-박지원-심상정 '탄핵회동'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부터)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과 관련 야3당 대표 긴급 회동을 갖고 인사하고 있다.
▲ 추미애-박지원-심상정 '탄핵회동'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부터)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과 관련 야3당 대표 긴급 회동을 갖고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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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변화의 본질 – 비박의 회군과 '어제' 야당 당론을 '오늘' 새누리당이 채택

복잡한 문제일수록 '원칙-원론'으로 돌아와서 판단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민주당과 정의당의 당론은 '질서있는 퇴진론'이었다. 질서있는 퇴진론의 내용은 ①대통령의 퇴진 입장 표명 ⇒ ②신임총리와 관리내각 ⇒ ③조기대선 일정 확정 ⇒④실제 하야 ⇒ ⑤ 조기 대선 실시였다.

표현은 약간씩 달랐지만 민주당의 당론이기도 했고, 정의당의 당론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논자는 민주당 민병두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서울대 조국 교수 등이었다.

노회찬 의원은 '4월 말, 조기대선'이라는 구체적인 시점도 언급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노회찬 의원의 4월 조기대선과 새누리당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6월 조기대선은 근본적으로 다른 주장인가? 그렇지 않다. 둘은 같은 주장이다.

새누리당, '어제' 노회찬 의원의 주장을 '오늘' 당론으로 채택

노회찬 의원의 주장과 새누리당의 당론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그럼, 이 찜찜함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시차의 불일치'(=시간차)에서 발생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질서있는 퇴진론'에서 ⇒ '탄핵 추진'으로 포지셔닝 이동을 했다. 그런데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버티기'에서 ⇒ '질서있는 퇴진론'으로 포지셔닝 이동을 했다. 즉, '오늘'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당론이 '어제' 민주당과 야3당의 당론이다. 둘은, '시차'를 제외하고는 서로 같은 이야기이다.

박근혜는 왜 버티기에서 퇴진으로 입장을 바꿨는가? 새누리당은 왜 친박을 포함해서 4월 퇴진으로 입장을 바꿨는가? 그 이유는 '촛불의 힘'때문이었다. 그리고 야3당 공조에 입각한 정치적 압박 때문이었다.

민주당 및 야3당이 탄핵을 추진했던 근본 이유는 상대방이 퇴진을 '수용할 의사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상대방이 퇴진을 수용할 의사를 밝힌 이상, 탄핵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다. 상황이 바뀐 경우이다. 비박 입장에서도 '탄핵 입장'에서 '기간이 정해진 퇴진' 입장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민주당을 포함한 야3당은 의지와 무관하게 '탄핵'을 관철할 힘이 없어졌고, 실은 관철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우리가 쟁취한 '절반의 승리'로 '탄핵 강행'은 실현가능성이 없어졌다

민주당 및 야3당은 '어제'의 당론이 '오늘' 새누리당에 의해 수용됐음을 인정하면 된다. 그래서 당내 책임론과 분란이 발생할 필요가 없고, 촛불과 야3당 공조의 힘으로 '절반의 승리'를 쟁취했음을 인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질서있는 퇴진'은 전략이었고, '탄핵'이라는 방법론은 전술이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민주당 등 야3당의 당론을 수용했기에, 전략적 방향성을 재확인하고 전술은 다시 바꾸면 된다.

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탄핵 추진'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실현가능성  ▲논리적 정합성  ▲정치적 적합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이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12월 2일 탄핵>의 경우, 관철할 '힘'이 없다. 재적의원 과반(151석)이 필요한데, 국민의당 협조 없이 불가능하다. 설령 발의되어도 '부결'될 것이 분명하기에 할 이유가 없다.

둘째, <12월 9일 탄핵>의 경우, '발의'는 할 수 있지만 <부결>이 확실하다. 그럼, 판단은 갈린다. 1) 부결전술을 쓸 것인지? 2) 부결 전술을 쓰지 않을 것인지.

먼저, '부결 전술'을 쓰는 경우이다.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일까? 답은 명백하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이익이고, 민주당과 야3당이 손해이다. 그래서 '부결'을 감수하는 전술은 쓰면 안 된다. 새누리당이 '4월 퇴진 당론'을 결정하기 이전에는, 부결의 정치적 부담이 비박(非朴)에게 귀결됐다. 그런데, '4월 퇴진 당론'이 결정되었음에도 탄핵을 고집할 경우 정치적 부담은 야3당, 특히 민주당에게 귀결된다.)

소결하면, 12월 2일이든, 12월 9일이든 '탄핵'의 방법론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졌다.

촛불의 정치연합 – '탄핵해서 혼내줘라' 촛불과 '책임지고 물러나라' 촛불

탄핵 추진의 실현가능성이 없어진 것을, '머리'로 인정은 하겠는데, '가슴'으로 수긍은 되지 않는 분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비박, 국민의당 등으로 원망의 화살을 보내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행태는 부적절하고, 그리고 부질없다.

애초 촛불 민심은 두 가지 촛불의 정치연합이었다. 1)하나는 '탄핵해서 혼내줘라' 촛불이다. 2) 다른 하나는 '책임지고, 물러나라' 촛불이다. 이중에서 더 옳은 촛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원래 둘 다 소중한 촛불이다.

새누리당이 4월 퇴진 및 6월 조기대선을 결정한 것은 이중에서 2) '책임지고 물러나라' 촛불의 요구를 수용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상황변경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및 야3당이 탄핵을 강행한다면 4가지 이유에서 부적절하다.

첫째, '어제' 야당의 주장이 '오늘' 새누리당에 관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둘째, 결과적으로 '촛불을 두동강 내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셋째, 탄핵 강행 이유가 '대권을 날로 먹으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오해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그것은 마치 '오얏나무 아래에서' 매우 무리하면서 갓끈을 고쳐 매려는 행위와 같다.

넷째, 야당에서 '질서 있는 퇴진론'을 애초에 주장했던 초심(初心)에 비춰봤을 때 부적절하다. '즉각 하야'가 아니라 '질서있는 퇴진론'을 주장했던 최초의 이유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기간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유불리의 문제를 떠나서,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① - '다음 단계' 싸움으로 넘어가야 한다

광화문과 시청광장을 동시에 가득 메운 촛불시위는 원래 두 가지 촛불의 정치연합이었다. '탄핵해서 혼내줘라' 촛불과 '책임지고, 물러나라' 촛불이다. 오늘 새누리당의 4월 퇴진 당론채택으로 인해, 이 중에서 '책임지고, 물러나라' 촛불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즉, 고집불통 박근혜와 새누리당 친박을 대상으로, 촛불시위가 이뤄낸 '절반의 승리'이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나머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수순을 밟으면 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처음에 상정했던 <질서있는 퇴진론>의 기본 프로세스로 되돌아오면 된다. <질서있는 퇴진론>의 5단계 프로세스를 정리하면, ①대통령의 퇴진 입장 표명 ⇒ ②신임총리와 관리내각 ⇒ ③조기대선 일정 확정 ⇒④실제 하야 ⇒ ⑤조기 대선 실시였다. 이중에서 박근혜의 3차 대국민담화는 ①번에 해당하고, 새누리당의 4월 퇴진 및 6월 조기대선 당론은 ③번에 해당한다.

이제 민주당 등 야3당은 그 다음 프로세스를 밟으면 된다. 즉, ②신임총리와 관리내각을 구성해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제도적 재발방지'를 이뤄내야 한다. 그리고 ④실제 퇴진 ⑤조기대선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감시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② - 서로 다른, '촛불의 정치연합' 그 자체가 중요

두 가지 촛불의 정치연합 중에서, <'책임지고, 물러나라' 촛불>의 주장은 관철되었으니 '촛불의 두 동강'은 불가피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책임지고, 물러나라' 촛불>의 주장조차도 ①번~⑤번까지의 프로세스 중에서 이제 경우 ①번인 퇴진에 대한 입장표명과 ③번인 조기대선 일정만 이뤄졌다. '나머지 싸움'을 계속 해야 한다.

나머지 싸움을 계속 하기 위해서라도 서로 다른, '촛불의 정치연합'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촛불의 정치연합'을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차원에서 실천이 진행돼야 한다.

지금 야권-야당-진보 내부에서 발생하는 혼란의 본질은 '어제' 야당의 당론을 '오늘' 새누리당이 채택했기 때문이다. 즉, '시간차' 때문에 발생하는 인식의 혼란이다.

이는 동시에, 1) '탄핵해서+혼내주자' 촛불과 2)'책임지고+물러나라' 촛불로 표현할 수도 있다. 전자(前者)의 촛불이 '탄핵 촛불'이고 후자(後者)의 촛불이 '퇴진 촛불'이다.

원래 '촛불의 실체'가 두 가지이기 때문에, 야당의 국회의원들도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탄핵해서 혼내주자'라는 주장을 하는 정치인과 '책임지고 물러나면' 된다는 정치인으로 갈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촛불의 정치연합>을 위해서는 시민사회+정치인을 포괄하는 '공감의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공감의 정치'가 이뤄지기에 적합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시민사회단체+야3당 지도자의 간담회같은 것을 통해 '절반의 승리'를 서로 자축하고, 앞으로의 실천과제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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