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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조계산 선암사 뒷편의 운수암 가는 길입니다.
 순천 조계산 선암사 뒷편의 운수암 가는 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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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탑과 삼나무 숲을 지나면 운수암 가는 길입니다.
 부도탑과 삼나무 숲을 지나면 운수암 가는 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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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뒷편의 운수암 가는 길입니다.
 선암사 뒷편의 운수암 가는 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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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습니다. 목적지가 딱히 없습니다. 걷다 보면 어느 곳엔가 다다를 터. 삶에 있어 때때로 필요한 순간입니다. 가르침을 따르다 보면 언젠가는 깨달음에 이를 것입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냐는 차이만 있을 뿐.

운수암 가는 길, 깨달음을 구하라는 느낌표!

담벼락 안에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풍요를 봅니다. 무우전 담을 돌아드니 부도탑과 삼나무 숲입니다. 자연스레 운수암 가는 길로 접어듭니다. 청정한 고요입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가 교향곡입니다. 단풍이 초록과 얽혀 멋을 뿜어냅니다. 스님, 이 길을 "선암사 최고의 운치 있는 길"로 꼽습니다.

"스님, 절대자는 참 이기적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살다 보니 세상 이치를 어느 정도 알겠더라고요. 삶, 알만 하니까 저승으로 데려가잖아요. 윤회라고,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이 과정을 고스란히 또 처음부터 겪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조물주가 이기적이라는 겁니다. 나를 넘어서지 마라는 건가?"
"삶이 그렇지요. 이 길은 편안하고 향이 참 좋습니다."

스님, 이 길을 즐겼다고 합니다. 왜냐고 묻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대요. 운동 삼아, 차오르는 번뇌 떨치며, 위안 얻기 위해 걸었을 거라 추측합니다.

운수암 가는 길은 청정한 고요가 있습니다.
 운수암 가는 길은 청정한 고요가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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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암 입구의 느티나무입니다.
 운수암 입구의 느티나무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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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암 입구 느티나무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라는 느낌표로 읽습니다.
 운수암 입구 느티나무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라는 느낌표로 읽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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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저만치 앞서 갑니다. 추억 속으로 들어간 그를 가만 둡니다. 그는 추억 속 자신을 발견하고 또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겁니다. 그의 뒷모습에서 휴식을 봅니다. 스님, 조계산과 하나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두런두런 대화소리가 들입니다. 여인들입니다. 그녀들은 "마음이 뒤숭숭할 때면 선암사에 와서, 운수암 가는 길을 걷는다"고 합니다. "그냥 편안해서"랍니다. 산이 거기 있어 가듯, 편안해 오는 게지요. 운수암은 선암사와 십여 분 거리임에도 인적이 드뭅니다. 운수암 입구, 느티나무 묘한 생김새입니다.

"이게 뭐로 보이세요?"
"글쎄요. 깨달음을 구하라는 느낌표!"

"그렇게도 보는군요."
"자기 마음자리로 보는 게지요."

대각암 가는 길, 마애여래입상 및 아버지와 아들

선암사 공양간 뒤쪽의 대각암 가는 길입니다.
 선암사 공양간 뒤쪽의 대각암 가는 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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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암 가는 길에 만난 선암사 마애여래입상입니다.
 대각암 가는 길에 만난 선암사 마애여래입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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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암 가는 길 입구에서 선암사 전각들을 돌아보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대각암 가는 길 입구에서 선암사 전각들을 돌아보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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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를 지나 공양간을 돌아드니 대각암 가는 길입니다. 입구에서 뒤돌아 선암사 전각들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고즈넉한 길을 오르니 커다란 암벽이 나옵니다. 평평한 암벽에 마애여래입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높이가 5m에 달하는 거대한 입상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각암은 "대각국사 의천이 크게 깨달아 '대각암(大覺庵)'이라 했다" 합니다. 대각암 입구, 길옆 녹차나무에 하얀 녹차 꽃이 피었습니다. 꽃, 끝물인데도 고고한 자태는 여전합니다. 신기한 문이 있습니다. 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벽 없는 문'입니다. 그래선지, 더 더욱 깨달음 속으로 들어가는 문인 듯합니다.

대선루(待仙樓). 덕해 스님, 의자에 앉습니다. 스님, 사색에 잠깁니다. 아마, 호남제일선원이라는 선암사 선방에서 수년간 선 수행했던 감회가 가득할 겁니다. 옆에 앉아 선문답 나누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째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무념무상(無念無想). 먼발치에서 그저 바라봅니다.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스님, 아드님은 어디 계세요?"
"합천 해인사에 출가해 지금은 송광사에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출가한 것도 복이지요?"
"어려서부터 절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수행 길에 들어서더군요. 다 인연이지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대각암의 신기한 문입니다.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대각암의 신기한 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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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암입니다.
 대각암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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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암 대선루에 앉아 무념무상에 빠진 덕해 스님입니다.
 대각암 대선루에 앉아 무념무상에 빠진 덕해 스님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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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버리려고 살고, 속인은 가지려고 사는 것!"

"선암사 대각암 승탑은 상․중․하대석으로 구성된 밑단 부분과 탑 몸 부분, 지붕돌이 모두 팔각원당형 양식을 취하고 있다. 탑 몸 부분에 비해 밑단 부분의 중대석이 약화되어 전체적으로 볼 때 균형이 맞지 않은 듯 하나 구름무늬와 연꽃무늬는 매우 정교하고 지붕돌은 장중한 느낌을 준다. 조성연대는 고려시대 초기로 추정된다."

대각암 뒤편에는 대각암 부도가 있습니다. 이 대각암 승탑은 보물 제1117호입니다. 알다시피, 승탑은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모셔놓은 일종의 무덤이자 신앙의 대상물입니다. 일반인들이 묘를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선암사에 대각국사 영정과 유품이 전해지는 걸로 봐서 이 승탑은 대각국사가 의천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다음은 동행한 덕해 스님과 일문일답입니다.

- 선암사 스님들이 주로 하는 울력은 뭔가요?
"선암사 3대 울력으로 녹차 만들기, 김장하기, 뒷간 푸기가 꼽힙니다. 이건 누구도 비껴갈 수 없습니다."

- 스님은 뒷간 몇 번 푸셨어요?
"행자 때 한 번. 뒷간 푸던 중 사람이 들어오면 조용히 옆으로 빠져서 끝나길 기다려요. 밑에 사람이 있는 걸 알면 놀라니까. 냄새가 장난 아닙니다."

-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 중 어디가 편합니까?
"주로 고참들이 남자 화장실을 택합니다. 여자 화장실에는 생리대 등이 있어 냄새가 더 고약합니다."

- 법문 한 말씀 하세요.
"스님은 버리려고 살고, 속인은 가지려고 사는 것! 비워야 채워집니다."

대각암 승탑입니다.
 대각암 승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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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꽃이 끝물입니다.
 녹차 꽃이 끝물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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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입니다.
 그 유명한 선암사 해우소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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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선암사, #운수암 가는 길, #대각암 가는 길, #덕해스님, #선암사 해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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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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