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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지역 90개 모든 중학교가 내년에 국정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게 된다. 국정교과서 채택률이 0%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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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과정 편성권한은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에 교육부도 이를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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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있는 중학교 모두가 내년 <역사> 과목을 국정교과서로 가르치지 않는 방안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가 광주 중학교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사라진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다른 시도로도 퍼질 가능성이 높아 파문이 예상된다.

23일, 광주시교육청과 이 지역 중학교에 따르면 광주지역 90개 중학교(사립 25개교 포함) 가운데  1학년 때 <역사>과목을 가르치지 않기로 한 학교가 88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 10월 '2017학년도 1학기 교과용 도서 주문 안내' 지침에서, 내년에 중학교 1학년 신입생 대상으로 <역사> 교과를 개설한 경우에 한해 국정교과서를 주문토록 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2학년 이상에서 <역사>를 가르칠 경우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광주지역 중학교 88개교는 국정교과서를 주문하지 않았다. 여기에 내년에 1학년부터 <역사>를 가르치기로 계획을 세웠던 2개 중학교도 태도를 바꿀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S중학교 교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2학년부터 <역사>를 가르치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면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많고, 주변 중학교도 2학년부터 <역사>과목을 개설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I중학교 교육기획부장도 "우리학교 교직원들이 역사교사와 상의한 결과 <역사>과목을 내년부터 2학년 때 개설하기로 80% 정도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두 학교는 모두 사립학교다.

이렇게 될 경우 광주지역 90개 모든 중학교가 내년에 국정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게 된다. 국정교과서 채택률이 0%가 되는 것이다. 교육과정 편성권한은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에 교육부도 이를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역 5만2034명의 중학생은 모두 최소한 내년엔 국정교과서로 배우지 않게 된 것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교육청은 국정교과서가 학교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중학교 교과서 '대금납부 거부' 등의 방안까지 궁리해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고 환영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도종환 의원(더민주 간사)에게 보낸 '2017학년도 신입생 기준 중학교<역사> 적용시기'라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내년 1학년 때부터 <역사>를 가르치는 학교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내에 100개교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교과서 중1 적용 전국 100개교 뿐

이들 학교들이 태도를 바꿔 광주지역 중학교처럼 <역사> 과목 적용시기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교육과정 변경은 교과협의회 등을 거쳐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하면 된다. 이후 이미 주문한 국정교과서는 주문 취소 절차를 밟으면 된다.

한 역사교육단체 핵심 관계자는 "광주지역 중학교 전체가 국정교과서를 불채택하기로 한 것은 놀라운 사건"이라면서 "이 같은 사례를 이어받아 다른 시도교육청 소속 중학교들도 교육과정 변경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28일 중고교<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할 방침을 세웠다. 그런 뒤 내년 3월부터 전체 중고교 과목을 국정교과서 체제로 만들 예정이었다.

의무교육기관이 아닌 고교의 경우 <한국사>국정교과서를 학부모들이 직접 구입해야 한다. 이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와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가 고교<한국사> 교과서 구입 거부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교육대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국정교과서 공개하더라도, 내년 국정교과서 채택률은 무척 낮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국정교과서가 미미한 채택률을 보인 '교학사 교과서' 꼴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태그:#국정교과서, #광주, #중학교, #광주교육청,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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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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