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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과 촛불을 든 사람들의 모습이 뒤로도 계속 이어져있었다.
 피켓과 촛불을 든 사람들의 모습이 뒤로도 계속 이어져있었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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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나는 춘천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했다. 집회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거리로 나와 집회 준비를 돕기로 했다. 한창 초를 종이컵에 꽂던 도중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다가와서 자기들도 초를 꽂는 것을 돕고 싶다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신들을 '박근혜를 싫어하는 초등학생들'이라고 밝힌 어린 친구들과 자리에 앉아 초를 꽂는데 이 친구들 말하는게 참 재미지다.

박근혜가 왜 싫냐는 질문에 '그냥 싫어요', '불쌍해요' 등 다양한 대답이 돌아온다. 잠시 묵묵히 초를 꽂던 한 친구는 '학교숙제도 이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는데'하면서 꽂아넣은 초를 봉지에 담았다. 한참을 툭닥툭닥 자기들끼리 떠들면서 초를 꽂다가도 음향점검을 위해 틀어놓은 하야송에 다같이 초를 들고 춤을 추기도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했었다.

춘천에 이리도 사람이 많았던가

집회의 맨 앞줄에는 초등학생들이 있었다.
 집회의 맨 앞줄에는 초등학생들이 있었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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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을 쇠막대에 꽂은채 발언을 듣는 초등학생들
 피켓을 쇠막대에 꽂은채 발언을 듣는 초등학생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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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가 되자 슬슬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주최 측에서는 처음에 2~3천 명이 모일거라 예상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자리를 꽉꽉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춘천에 13년가까이 살았고 최근 1년 간은 춘천에서 집회도 자주 참여했던 나였지만 춘천에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코스프레를 하며 욕을 대신 먹어주는 사람, 김진태의 막말에 못이겨 현수막까지 만들어 거리로 나오신 70개띠분들 등등 집회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강원대학교 풍물패의 공연으로 집회의 시작을 열고 차례차례 집회가 이어졌다. 집회 도중 자유발언 시간이 있었는데, 발언을 하고싶어 하는 사람들의 줄이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동안 사람들이 오냐오냐하면서 참아왔던 것들이 한번에 폭발한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침착하게 발언을 하시는데 한분한분이 다 명연사였다.

누가 바람불면 촛불이 꺼진다 했는가

한 시민분이 김진태의 가면을쓰고 '욕먹어 드립니다'를 외치면서 돌아다니고있었다.
 한 시민분이 김진태의 가면을쓰고 '욕먹어 드립니다'를 외치면서 돌아다니고있었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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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의 개소리에 쪽팔려서 못살겠다!! 
-춘천 70개띠 모임-
 김진태의 개소리에 쪽팔려서 못살겠다!! -춘천 70개띠 모임-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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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분노를 가득담아 만든 피켓으로 1인시위를 하고있다.
 한 시민이 분노를 가득담아 만든 피켓으로 1인시위를 하고있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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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 하야, 김진태 → 사퇴
 박근혜 → 하야, 김진태 →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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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콩이 함유되었다는 그만두유, 집회 시작전에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고있었다.
 퇴진콩이 함유되었다는 그만두유, 집회 시작전에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고있었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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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시민들은 바람불면 꺼질 그런 촛불들이 아니었다. 김진태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바람불면 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올라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그런 촛불이었다. 집회가 끝나고 행진을 시작하는데 누군가 집회의 가운데서 "박근혜는"이라고 외치자 순식간에 "퇴진하라"가 붙어 서로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고 있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김진태는 사퇴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모습이 꼭 지난주에 광화문에서 행진할때의 모습같았다. 김진태의원의 사무실이 점점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더 큰 목소리로 김진태의 사퇴를 외치기도 하였다.

박근혜가 퇴진하는 날까지 싸웁시다

도로를 점령한 춘천시민들 박근혜퇴진,김진태사퇴,새누리당해체등의 문구를 든 학생들이 가장 선두에 서있다.
 도로를 점령한 춘천시민들 박근혜퇴진,김진태사퇴,새누리당해체등의 문구를 든 학생들이 가장 선두에 서있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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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촛불과 플래시라이트를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있다.
 시민들이 촛불과 플래시라이트를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있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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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의원의 사무실이 있던 건물에 붙은 많은 메시지들
 김진태의원의 사무실이 있던 건물에 붙은 많은 메시지들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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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김진태 의원의 사무실 앞까지 행진했는데 그냥 가기는 아쉽다고 느꼈는지 김진태의원 사무실과 가까운 거리의 도로를 점령한 채 시민들이 발언을 이어나갔다. 발언자 중에는 김진태 의원에 의해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연소 이적단체 수장이 된 중고생연대의 최준호(19)도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중고생들에게 총칼을 겨눈 정권은 있었어도, 심리전을 펼치며 중고생들의 가슴에다가 대못을 박아버리는 정권은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 나라가 얼마나 잘못되었으면 학교에서 공부하던 중고등학생까지도 거리로 나와서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진행했겠는가. 그런데 잘못을 인정하고 벌을 받기는 커녕 그 학생들에게 이적단체라느니 종북이라느니 프레임을 씌워 탄압하려는 모습을 보자니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다.

하지만 춘천 시민드들은 정부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비판해내고, 집회에 나오는 중고등학생들을 안타깝게만 바라보지 않았다. 서로 응원하면서 함께 하자고 다독였다. 춘천의 시민들은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

필자가 속한 '박근혜 퇴진을 원하는 한림대 & 강원대 학생들'의 단체사진
 필자가 속한 '박근혜 퇴진을 원하는 한림대 & 강원대 학생들'의 단체사진
ⓒ 박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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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퇴진, #김진태 사퇴, #새누리 해체, #춘천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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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는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자 대안대학 청춘의 지성 강원지부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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