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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마(斷末魔)로 인한 발악일까? 위안부와 사드 배치 문제 그리고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 체결에서 느껴지는 박근혜 정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민감한 국가적 대사(大事)를 번갯불에 콩 볶듯 처리하려는 모습에서 자못 비장함이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소통이나 의견수렴은 평소 그녀의 모습에 비춰 볼 때 언감생심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국인가? 박근혜 본인과 비선 실세 최순실의 헌법파괴 행위로 국정은 마비됐고, 나라 전체는 전 세계의 우스갯거리로 전락해버리지 않았던가! 또 정작 대통령 본인은 국민으로부터 거센 하야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럼에도 국민정서와 국익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국민과 맞서려는 그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위안부 문제부터 따져보자. 화해·치유재단이 국정마비 상황을 무릅쓰고 일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현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정부와 재단은 도대체 몇 명의 할머니들에게 얼마큼의 액수를 지급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온 나눔의 집이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는 이를 알리지 조차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12.28합의는 피해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제인권단체들로부터도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이라는 한일 간의 합의는 그 실효성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돈 몇 푼으로 일도양단(一刀兩斷)의 보검이라도 휘두르듯 할머니들을 편 갈라 분열시키려는 이 정부의 모습이 참으로 잔인하다. 정부가 나서서 국가권력의 피해자들에게 재차 폭력을 가하는 그 행태가 물대포에 희생된 고 백남기 농민에 부검의 칼날을 들이밀었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한 느낌이다.

다음은 사드 배치다. 그동안 사드 배치 부지를 물색해온 국방부가 롯데상사 소유의 성주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의 군(軍) 소유 부지를 교환하는 데 합의를 하였다. 이제 양 측은 감정평가를 실시한 후 교환할 부지면적을 확정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과 부지 공여절차를 진행한다.

사드 배치 문제는 그동안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였고 그 실효성도 계속 의심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마찰로 오히려 안보위협은 증가하고 경제적 손실도 클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최근엔 갑작스러운 국방부의 입장 변화에 최순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 야당의원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더구나 미국의 차기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는 MD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역시 개의치 않고 마이 웨이 행보다.

이 정부가 국민과 맞서고 국익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또 있다. 바로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이다. 이미 가서명이 이뤄졌고 17일(내일) 차관회의 의결을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국정파행으로 이 달 들어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국무회의를 소집해 11월 안에 모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니 협정 통과에 실린 정부의 의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무회의에서 확정되면 법적인 절차는 모두 마무리 된다.

이번 협정이 행정부가 단독으로 맺는 약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소야대의 국회도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방도는 없다. 한 번 결정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는 위안부, 사드배치 문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 체결은 반성 없는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용인과 같다. 더구나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으로 우리는 미국의 MD체계에 편입하게 되며 이를 통해 일본은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도 한반도에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 그런데 국민의 동의도 없이 또 아무런 역사인식 없이 이를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박근혜 정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 체결은 모두 미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재균형전략이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아시아재균형 전략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MD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사드의 한국 내 배치는 MD체계의 완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미국은 북의 위협을 앞세워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일 간의 역사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자 미국은 역사문제를 낡은 과거의 문제로 치부하며 반일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던 박근혜 정부를 설득하였다. 그리고 그 성과가 전격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걸림돌이 치워지자 미국은 이를 동력 삼아 이제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을 추진하였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미국 뿐 아니라 친일에서 친미로 그 무늬를 바꿔가며 이 땅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수구세력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들에겐 이번 기회가 반일정서를 지워버리고 자신들에게 씌워진 역사의 굴레를 벗어던질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또한 북의 위협을 내세우고 한미동맹에 신앙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보험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커다란 변수가 발생하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 정부가 식물정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아직 1년 이상의 임기가 남았지만 국정을 이끌고 나갈 동력이 사라져 버렸다. 국정공백의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하야를 요구하는 외침에는 귀를 막고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에는 눈을 가린다. 그리고 국익과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광란의 질주를 멈추질 않는다. 오히려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의 상황은 '혼이 비정상'인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향한 저주의 굿판을 벌이는 것과 같다. 제상에는 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안녕이 올라 있고 그녀의 춤사위가 격해질 때마다 국민의 고통과 눈물이 술잔을 채운다. 오늘 그녀가 울부짖듯 주술을 외쳐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으리라! 국민과 맞서리라!'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국민을 이긴 유일무이한 권력이 되고 싶은가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장금석님은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위안부, #사드,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 #아시아재균형, #장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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