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몸을 추스르기 어려워지면 사람은 조용히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뉴스를 거의 외면하고 사는 것도 속칭 '스트레스'를 피하는 길이라는 말도 들었다. 

2015년 1월부터 현재까지 그런 말을 듣고 가급적 그런 방향으로 살고자 했다. 내가 나선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의와 부정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글에 공감의 표시를 해주 것이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내 의견을 글로 쓰기도 했는데, 그런 행위마저 감당하기 어려워 중단했다.

겨우 텃밭에서 운동 삼아 일하고 걷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정원에 피는 꽃들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최대의 활동이었다.

그런데.

어떤 언론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고 하고 대통령을 결부시키는 것이 민망해서인지 어떤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라고 하는데, 하여튼 어떻게 부르던 '박근혜 대통령의 국기문란 행위'가 터진 것이다. 

드러난 관련자만 수십 명이요, 거론 되는 금액은 서민들이 감히 꿈도 못 꾸는 수백억 원이다. 거기에 국가의 기밀이 새나가고 아무런 직함도 없는 '강남 중년여성'이 대통령의 연설문에 빨간 줄을 긋고 청와대를 자기 집처럼 들락거렸다는 예상 못한 뉴스를 보면서 솔직히 머리의 신경이 끊어지는 줄 알았다. 

대통령이 국정을 통치개념으로 이해하고 경제민주화 노인 수당 등의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할 때부터 싹수가 노랗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가슴을 치는 울분, 분노, 상대적인 박탈감, 어른으로서 자괴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같잖게 여겼던 종편을 보기 시작했고, 인터넷을 뒤적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가 어린 학생들까지 나왔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고, 우연히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 나온 모 여고생의 발언을 들으면서 울컥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수많은 어른들이 분노하면서도 침묵하는데 어린 소녀가 현실을 조리있게 설명하면서 웬만한 어른도 못하는 대통령 하야를 공개적으로 외칠 수 있다니! 그것도 박근혜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그럼에도. 거짓말과 알맹이 없는 사과로 시간 끌기를 하는 대통령. 휠체어를 타고 버티면서 계속 모른다고 발뺌하는 강남 중년여성. 팔짱 낀 우병우를 모시듯 시늉만 하다가 여론이 사그라지기만 기다리는 검찰. 책임지기는커녕 한 마디 사과 없는 자칭 '친박'이라는 인간들. 날마다 터지는 의혹, 그리고 5%의 대통령 지지율. 이건 정상적인 정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 이대로 임기를 채우겠다는 박근혜를 보면서 절망한다.

지금은 대통령의 하야가 정답이다. 대통령의 잘못은 언론이 앞장서서 이야기하기에 일일이 열거하고 싶지 않다. 이제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치에서 은퇴 선언 후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살리는 길이요 국민을 안심시키는 길이다. 과거의 역사를 봐도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헌정 혹은 국정이 중단되지 않는다.

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전국적으로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무엇을 얼마나 잘했기에 그렇게 경찰을 동원해 행진을 막으려드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은 더 없이 귀하다. 막는 과정에서 방어벽을 치고 또 물대포 등을 사용한다면 지난번 백남기씨의 죽음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300여 명의 어린 아이들이 죽어가는 데도 7시간이나 뒤에 나타나 엉뚱하게 구명조끼 운운하며 외면했던 대통령이다.

그간 보여준 작태로 보면 내일은 비행기로 폭격이라도 할 것만 같아 걱정이다. 청와대가 잘 했다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경찰은 국민의 행진 대열에 동참하지는 못할망정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지 마라. 참가하는 국민들도 이성적인 행동으로 박근혜에게 회생의 빌미를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마음은 당장이라도 서울행 열차를 타고 싶지만 가까운 광주 집회는커녕 외출도 어려운 내 처지에서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리에서 촛불을 밝히는 시민들을 응원하는 글이라도 써서 미안함을 대신하고자 한다.

다시 강조한다. 대통령은 하야하고 정치에서 은퇴하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겨레 블로그와 다음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통령하야, #촛불집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