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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과 산하 4개 교육지원청이 221개 초등학교에 일제히 보낸 '친권자 동의서' 서식.
 대구시교육청과 산하 4개 교육지원청이 221개 초등학교에 일제히 보낸 '친권자 동의서' 서식.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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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이 중학교 자녀 배정을 앞둔 이혼 부모들에게 '양육권을 양도하라'는 내용이 담긴 각서를 일괄 요구하고 있어,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7일 대구시교육청이 산하 4개 교육지원청과 함께 만든 '대구 중학교 입학업무 시행계획 공고문'(11월 2일자)을 보니, 이 교육청은 이 지역 221개 초등학교에 '친권자 동의서'를 받도록 일제히 지시했다. 친권자이지만 자녀를 양육하고 있지 않은 이혼 부모를 대상으로 이 동의서를 받으라는 것이다.

중학교 보내려면 양육권 양도하라?

입학공고문 제19호 공식 서식인 '친권자 동의서'엔 다음과 같은 각서 형태의 내용이 적혀 있다.

"상기 본인은 ○○○(학생 이름)의 친권자로서 △△△(이혼한 전 배우자 이름)에게 자녀교육 및 양육권을 양도하며 학생 중학교 입학에 적극 동의합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양육권을 갖고 있지만,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이혼 부모는 양육권을 넘기라는 내용이다. 이 동의서는 대구에서 올해 처음 공식 서류로 등장한 것이다.

법원 판결로 정해진 양육권은, 교육청은 물론 국가에서도 임의로 포기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청이 이에 대한 양도 각서를 요구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서식을 이혼 부모에게 전달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이 지역 A초등학교의 한 6학년 담임 교사는 "교육청 지시대로 친권자 동의서를 이혼부모에게 보냈더니 이 학부모가 설명을 요구했다"면서 "교육청이나 학교가 '양육권을 양도하도록 하는 각서를 강요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사는 "이 황당한 동의서는 아픔이 있는 가정과 학생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인권침해 각서"라면서 "이미 상당수 학교들이 원서접수를 위한 서류를 학부모에게 보낸 상황이어서 대구 전체 초등학교에서 곤혹스런 일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꼬집었다.

실거주 증빙서류 중 하나... 교육청 "재검토 논의하겠다"

대구교육청은 오는 10일부터 중학교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이 교육청은 일선 초등학교에 원서접수를 위한 실거주 증빙서류 가운데 하나로 위와 같은 동의서를 받을 것을 공식 지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중학교 입학시행계획 주무를 맡은 대구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동의서에서 사용한 '양육권'이란 말은 법적 용어가 아니라 그냥 양육을 하는 권리라는 일반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면서 "오해가 있다면 (우리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도 "오는 8일 오전에 곧바로 중학입학 업무당당자 회의를 열어 해당 서식에 대해 재검토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대구교육청, #양육권, #친권자_동의서, #중학교_입학,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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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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