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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이 좀처럼 꺼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진보와 보수, 남녀와 노소가 따로 없다. 자연히 지역에 따른 차이도 없다. 연말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 슬프게도 국민들이 이처럼 하나가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정부의 국민 기만' 때문이었다.

촛불집회 준비 중, 전북 전주시 풍남문의 모습.
 촛불집회 준비 중, 전북 전주시 풍남문의 모습.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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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전라북도 전주시에서도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이 집회는 지난 10월 31일부터 매일 오후 6시 30분마다 열리고 있다. 

오는 12일에 예정된 민중총궐기를 열흘 앞둔 어제(3일)도 전주의 밤거리는 시민들이 든 촛불의 열기로 무척 뜨거웠다. 그 현장을 담고 왔다.

촛불 켤 준비를 하고 있는 전주 시민들.
 촛불 켤 준비를 하고 있는 전주 시민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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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0분] "속속 모여드는 시민들, 촛불들이 켜지기 시작..."

기온 7℃. 지난 며칠보다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날씨가 쌀쌀했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풍남문 광장은 바로 맞은편에 한옥마을이 위치해 있어 유동인구가 상당한 곳이다. 그래서 도로상황도 복잡한 터에 퇴근 시간까지 겹치면 접근이 썩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이 날은 평일,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모일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300여 명(주최 측 추산)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여느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성별과 직업,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공통된 요구는 '대통령의 하야'였다.

집회에 처음 참여해봤다는 박준영(26)씨는 "매일 뉴스를 볼 때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싶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 모든 사람들이 집단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며 분노했다.

전주교대에서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황세연씨도 집회에 참여했다. 황씨는 집회에 앞서 교수 및 학생 500여 명과 함께 시국선언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촛불집회에서는 시민들 앞에 나서서 "우리는 세상 속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나, 다 같이 모이면 원을 그릴 수 있고 이를 통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모두가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도로행진 중인 전주시민들.
 도로행진 중인 전주시민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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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행진 중인 전주시민들.
 거리행진 중인 전주시민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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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5분] 버스도 경적 울리며 '지지'

광장에서의 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 각자 저마다의 피켓을 들고, 또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춘 채 도로로 나서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전주시민 함께해요!"

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은 물러나라(혹은 하야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면서도, 곳곳의 시민들에게 '함께 하자'는 호소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이 거리에 들어서자 지나가던 버스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적을 울린 버스를 향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길을 걷던 시민들 중에서도 짜증 섞인 표정을 짓는 사람이 없었다. 현재 전주에서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버스들의 '경적 시위'도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주에서는 촛불대열을 향해 버스가 경적을 울려대는 것이 "비키라"는 신호가 아닌 "우리도 함께 하고 있다"는 의미로 통하고 있다.

촛불이 주변으로 번져가는 효과는 상당했다. 행진을 진행할수록 대열에 합류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시민들이 촛불과 피켓을 나눠 받고는 행진을 함께 했다. 노인도, 중년도, 학생도, 심지어 어린이들도 합세했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진영씨는 "우리도 알 건 다 안다"면서 함께 걷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은 몰랐던 사람"이라면서 "국민들은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적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나섰다. 이진구(11)씨는 "대통령이 할 일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서 "이 때문에 어른들이 화가 많이 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통로R, 뿔뿔이 흩어져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관통로R, 뿔뿔이 흩어져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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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참가자들 응원하는 상인들의 모습
 집회참가자들 응원하는 상인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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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30분부터] 행진대열에 시민들 "화이팅"... 상인들도 '엄지 척!'


행진을 이어간 지 약 30분 후 집회참가자들은 관통로사거리에 멈춰 섰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4곳으로 나뉘어, 가만히 선 채로 구호들을 외쳤다.

"대통령은 퇴진하라" "전주시민 함께해요" "하야~하야해(아리랑 목동 개사)"  

그리고 다시 시작된 행진. 마지막 코스는 '객사길'이었다. 이곳은 전주시내 주요 번화가 중 한 곳으로, 쇼핑매장들이 다수 몰려있어 인구밀집도가 높은 곳이다.

집회참가자들이 거리로 들어서자 쇼핑객들이 매장 접근에 불편을 겪는 상황이 됐다. 상인들도 고객을 받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시민들과 상인들은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과 하나가 됐다.

일부 상인들과 고객들이 동시에 매장 밖으로 나와 촛불행진을 카메라에 담는가 하면, 데이트를 하던 어느 커플은 피켓을 받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장사를 하던 상인들도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응원한다"고 소리쳤다.

이곳에서 집회참가자들은 촛불과 피켓, 깃발 등을 손에 쥐고 파도타기를 하는가 하면 "하야하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면서 열기를 점차 더해갔다.

객사길에서 파도타기를 준비 중인 집회 참가자들.
 객사길에서 파도타기를 준비 중인 집회 참가자들.
ⓒ 주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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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45분] "내일도, 앞으로도 또 만나요, 우리"

거리의 끝에 선 집회 참가자들은 성공리에 마무리된 평화집회, 그리고 시민들의 응원에 사기가 많이 진작된 상태였다. 불과 1시간 전 광장에 모여있던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촛불집회 4일차였던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함께 하자"며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아리랑 목동을 개사해 만든 "하야~하야해~"를 부르고는 집회를 끝마쳤다.

전주에서의 촛불집회는 오는 12일까지 매일 오후 6시 30분마다 풍남문광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집회는 전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인 익산과 군산에서도 진행되며, 오는 5일에는 전북도민 전체가 함께하는 '전북도민 총궐기대회'가 전주오거리 광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전주에서는 전북대 교수 133명, 전주대 학생과 교수진 520여 명이 시국선언을 한 바 있다.



태그:#전주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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