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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어이가 없다. 민간인에게 삥을 뜯어서 대통령 절친(절친한 친구)에게 재단을 만들어 준 사건인데 이게 뇌물죄지 어떻게 직권남용이 되냐?"

검찰 재직시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3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시사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름 석자만 들어도 알 만한 법조인이다. 그는 "검찰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하야로 가는 추세를 막고 어떻게든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려는 술책에 동참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하루 전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비선 최순실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형법상 직권남용과 사기미수죄를 적용했다. 이 중 직권남용을 적용한 건 말이 안 된다는 게 이 법조인이 분노한 이유다. 그는 "직권남용죄로 의율하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다. 재판에선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약 30분 간 이 법조인의 격정적인 법률강의를 들었다. "검사들이 법리를 들어서 '이건 적용이 안 된다'고 하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들이나 국민들이나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두 눈 부릅뜨고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들은 '특수수사통의 직권남용인가 뇌물죄인가' 강의를 문답식으로 요약했다.

긴급체포된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1일 오전 검찰 조사를 계속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긴급체포된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1일 오전 검찰 조사를 계속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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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123조(직권남용)
-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직권남용죄란?
"국민들도 그렇고 법조기자들도 그렇고 직권남용을 '공권력 남용'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주어진 직무권한을 수행했는데, 그 일을 뜯어보니 동기가 엉뚱한 목적에 있었더라. 이렇게 되면 직권남용죄가 된다"

-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한 세무서가 A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했는데, 세무서장이 직원들에게 'A기업 장부 갖고 와라'해서 조사하는 건 겉으로 보면 세무서장이 자신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한 걸로 보인다. 그런데 전후 사정을 알고 보니 A기업 사장이 세무서장의 누이동생을 사귀다가 걷어찬 사람이고 그 일이 세무조사의 동기가 됐다면 세무서장에게 직권남용죄가 적용된다.

만약에 어느 도청에서 입찰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는데, 도지사가 '이번 발주 건은 B기업에 돌아가도록 하라'고 했다면, 도지사의 일반적인 권한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입찰을 통해서 가장 조건이 좋은 곳에 발주를 하도록 한 조례에 위반이 되기 때문에 이것도 직권남용죄 적용이 된다.

-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하는 것 같았지만 다른 목적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직권남용이 되는 건가
"공무원이 직무범위 안에 있는 일을 수행하면서 이상한 짓을 하는 게 바로 직권남용이다."

-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안종범 전 수석이 기업에 돈을 내라고 한 일은 직무범위 안에 들지 않는가.
"안종범 전 수석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기업들에게 돈을 얼마씩 할당해 기부하게 하라'고 한 건 안 수석의 직무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직권남용이 되려면 관행이나 제도상으로 해당 공직자가 평소에 해오던 업무수행 범위에 들어가는 외관을 갖추고,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권한을 행사해서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을 직권남용이라고 한다.

대통령이나 경제수석이 민간인에게 특정 재단에 돈을 내라고 하는 건 직무범위에 없는 얘기다. 대통령이 기업인에게 '문화융성에 많이 애써달라' '체육진흥에 애써달라'는 얘긴 할 수 있어도 '돈을 내라'든지 '누가 민간재단에 돈을 냈는지 안 냈는지 챙겨보라'고 지시하는 건 직무에 속한 일이 아니다."

- 그러면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할 경우, 무죄가 나올 수도 있나?
"기소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최순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다고 본다. 영장심사 판사가 검찰의 입장이나 여론 상황을 고려한다면 영장을 내주겠지만, 법리적으로만 보면 직권남용죄가 안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법원은 사기미수를 아주 약하게 본다."

- 지난 2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선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느냐하는 질문에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만약,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가 대통령령이나 문체부 훈령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사 등이 공정한 정관과 세부운영절차대로 운영이 되고 정부에서도 출연을 하면서 기업들의 후원이 있고 여기에 대해 대통령이 '많은 분들이 협조해주십쇼'했다면 뇌물죄가 안 된다.

그런데 미르나 K스포츠는 아예 대기업 돈을 가져다가 재단을 만든 게 아니냐. 재단이든, 기금이든 사단법인이든 중요한 것은 운영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하는 것이다. 미르나 K스포츠의 경우 최순실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이 것은 최순실의 재단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최순실은 대통령과 '한 몸'같은 사람인데, 기업인들에게 그런 재단에 돈을 기부하라고 해서 재단을 만들었는데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하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만약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업들에 '저소득층 교육을 위한 좋은 일에 쓸 테니 돈을 내시오' 하고 재단을 만들었는데 선거운동 도와준 친구가 재단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시장은 직원 시켜서 기업 출연 내역 보고받고 그랬다면 검찰이 당장 박 시장부터 뇌물죄로 구속하지 않겠나."

형법 130조(제3자뇌물제공) -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 검찰은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 3자로 하여금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것인데, 이번 사안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하면서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고 한다. 청탁 여부나 대가성 입증의 어려움 등도 이유로 얘기되고 있다.
"정말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법조문에서 '부정한 청탁'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선 구체적으로 뭘 해달라는 청탁이 없어도 청와대 경제수석 혹은 대통령이라는 포괄적 권력을 가진 이와 이의 영향을 받는 기업이라는 관계가 이미 성립돼 있으므로 기업이 돈을 내는 행위로 '부정한 청탁'은 이미 성립이 됐다.

만약, 기업이 돈을 냈는데 공무원이 모르게 했고 공무원도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치자. 그러면 이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공무원이 먼저 기업에 돈을 내라고 한 것이다. 대통령도 이같은 상황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돈을 제공받은 곳이 대통령의 최측근이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 곳이므로 기업들이 돈을 낸 자체를 이미 부정한 청탁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뭘 해달라는 청탁이 없어서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한다면 이런 식으로 대통령이 기업 돈으로 민간재단을 만들고 하는 걸 어떻게 처벌할 수 있겠는가. 제3자 뇌물제공 조항은 바로 이런 경우에 처벌을 하라고 만든 법인데 적용이 어렵다니."

- '제3자 뇌물제공' 조항을 적용한다면 어떤 처벌이 가능한가.
"제3자 뇌물제공에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다."

- 검찰은 왜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고 직권남용을 적용한다고 생각하나.
"검찰이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걸 보고, 아 이젠 정신 좀 차렸구나 했다. 하지만 직권남용으로 죄명을 의율하는 걸 보고는 '아 틀렸구나' 했다. 어제 한 종편 채널을 보니 '직권남용죄가 적용이 됐는데 이걸로 처벌을 하려면 강압성이 있느냐 없느냐 이걸 봐야 한다'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더라. 이런 식으로 프레임이 달라지는 것이다.

검찰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하야로 가는 추세를 막고 어떻게든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려는 술책에 동참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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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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