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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경계> 표지
 <생각의 경계> 표지
ⓒ 한권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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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생각의 경계>는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김성호 교수가 학자로서의 통찰과 그간 제자를 양성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한다는 것의 본질과 그 메커니즘을 규명한 책이다. 책을 읽기 전 수학자의 책이라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완독한 이후 그것은 그저 내가 가진 지식과 편견의 단면을 저자에게 투영한 것임이 명백해졌다.

평생을 수학자로 살아온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심리학자가 되고 싶기라도 한 것처럼 학문적 경계를 과감히 넘어 교육학, 심리학, 인지과학, 뇌과학 등 다양한 연구와 이론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 

그렇다. 저자는 단순하게 지식을 나열하고 있지 않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분양에서 대한 호기심을 갖고 학문 영역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해박한 지식과 이해에 이르는 방법을 충실히 보여준다.

질문의 수준을 보면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새로운 지식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어떤 현상일까? 같은 현상을 두고 왜 누구는 호기심을 갖고 어떤 사람은 전혀 관심이 없을까? 자기 생각에 갇혀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의 변화들은 어떤 계기로 생기는 것일까?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교류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시나리오를 가진 영화 한편을 만드는 것과 같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것은 정지한 단면의 사진이 아니라 마치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저자의 말대로 새로운 것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방법으로 파편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의 단면이 잘 수집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넘어서는 창조적인 재조직화가 필수적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필요하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차원이 높은 배움의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상상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작가가 인용한 퓰리쳐상 수상자 폴 호건의 말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는 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익숙한 것들을 경계를 넘을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의미와 재미를 찾고 나의 존재감을 한층 더 만끽할 수 있다.

지식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책에서 무분별한 소음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건강하게 지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는 현재 지식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손 안에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각종 SNS의 발달로 어마어마한 정보와 지식이 양산되고 있다.

요즘은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른다. 이것은 어떤 사실을 충실히 전달하기보다 광고주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쓰는 기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본체적'인, 의미있는 지식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어쩌면 본체적인 지식에 접근한 사람들을 전문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전문가는 단편적 지식을 넘어 어떤 현상의 원인과 배경을 이해하고 포괄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다. 깊이도 있지만, 지식의 폭도 넓어서 예외적인 상황에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전문성은 매듭과 꼭지가 잘 정리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현상이나 지식을 세분화하고 분류하면서 매듭을 정리하는 훈련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어떤 복잡한 일이든 그 원인과 배경이 되는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다. 그 꼭지를 찾아내는 훈련이 잘 되어 있다면 아주 훌륭한 해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지식에 도달하기 위해 관심을 가질 만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은 단지 많은 지식 습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과 발견은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생각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고, 흥미로운 어떤 현상을 만나더라도 금방 잊히기가 쉽다. 그래서 우리에게 쉼이 필요하다. 현상과 사실의 틈에서 새로운 생각의 싹이 자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충분한 쉼은 상상력을 키우는 청량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는 선행학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선행학습의 문제에 대해 부정적이다. 선행학습을 하면 당장 성적이 높게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선행학습은 지식 습득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 구조가 형성되는 단계인 상상의 나래를 펴는 기회를 박탈 할 수있다고 경고한다. 되새김이 되지 않은 지식, 스스로의 고민과 질문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지식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 지식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 암기와 기출 문제의 반복 학습을 강요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다양한 지적 경험과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에 집중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뛰어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들이 조급해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일상이 참 지루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도 없고 도전하고 싶은 일도 딱히 보이지 않았다. 타성에 젖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가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책이 참 반가웠다. 책을 첫 장을 읽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마지막 장을 향해 내달렸다.

한번으로도 모자라 두 번, 세 번 밑줄을 치며 책을 읽었다. 그만큼 나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향해 가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마지막 저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이 책은 과연 독자를 어떤 새로운 생각의 경계로 이끌었을까?"

이 책을 읽은 나는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만날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고 답할 수 있다. 인생이란 삶의 장면들이 대립하는 단면의 연속이다. 저자의 말처럼 즐거울 때도 있고, 아플 때도 있고, 기형적으로 될 때도 있다.

다만 나는 그 대립하는 단면에 서서 고뇌하고 질문을 던지고 또 그 답을 찾아나가는 그런 존재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변화하지 않고 멈춰 있는 것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나는 새로운 생각을 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생각의 경계 - 생각은 어떻게 지식으로 진화하는가

김성호 지음, 한권의책(2014)


태그:#책소개, #생각의 경계, #김성호 교수 ,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육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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