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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16.10.25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16.10.2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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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우리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아픔을 겪어야 우리의 민주주의 그 소중함을 깨달을 것인가.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음유시인 밥 딜런(Bob Dylan)의 대표적 노래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식으로 시대를 읊고 싶은 하 수상한 시절이다.

최순실 국기문란 국정농단 사태 앞에서 대통령 직무 관련 조항들이 나열되어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4장 제1절을 보니 더욱 참담한 심정이 든다. 대한민국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4년 전 민의의 전당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국민들을 향해 엄숙히 선서했던 그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하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것이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시국선언도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까지 광장으로 나서 촛불을 드는 데에는 기성세대의 한 사람이자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염려와 함께 죄송함과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법치국가의 헌정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누란(累卵)의 위기 이 와중에 경상북도와 구미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오는 11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정계·관계·재계·언론계·학계·경제계 등 각계각층의 인사 200여 명이 참여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예정대로 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추진위는 출범식 후 ▲박정희 탄생 100주년 탄신제 ▲기념우표 및 메달 제작 ▲박정희 총서 발간 및 다큐멘터리 제작 방송 ▲박정희상 제정 및 시상 등으로 '박정희 기념사업'을 범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욕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관옆 '50주년 기념공원'에 지난 3월 설치된 높이 2미터 황금색 박정희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 아래쪽 바닥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자 박정희’가 새겨져 있다.
▲ KIST에 세워진 황금색 박정희 동상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관옆 '50주년 기념공원'에 지난 3월 설치된 높이 2미터 황금색 박정희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 아래쪽 바닥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자 박정희’가 새겨져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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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온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지금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국민 앞에 내세울 시국인가. 폭풍전야의 국민 정서를 헤아린다면 박근혜 대통령 자신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효심을 이제 거두어야 할 것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활동도 자제하도록 직접 지시해야 할 것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계절, 가슴이 스산한 이 계절에 국민들의 가슴은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으로 뻥 뚫리고 휑하기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젊은이들로부터 헬조선이라는 불리는 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그야말로 헬게이트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 참담한 심정을 헤아려, 최순실 관련 각종 의혹 해소에 참회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명예롭게 마무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태그:#최순실, #박근혜,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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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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