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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탑승 대기중
▲ 인천공항 비행기 탑승 대기중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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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에서 파리 드골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출발 시간은 오후 1시 20분이었지만 아침부터 서둘러 공항에 도착했다. 먼저 환전을 하고 핸드폰 로밍도 하고 한동안 맛보지 못할 한식으로 든든하게 배도 채웠다. 사실 캠핑카 여행이라 주로 한식을 먹게 될 것 같지만 간단하게 해먹는 음식이랑 한식 만찬이랑은 차원이 다를 것이니까!

준비가 완벽했다고 생각하며 신나게 공항에서 놀다 드디어 수속을 시작했다. 이런! 수화물이 너무 많았다. 캠핑카 여행을 위한 먹거리들을 담은 상자들을 다 부칠 수가 없었다. 부칠수 있는 짐은 1인당 가방 하나! 그렇다면 짐을 다시 싸야했다. 기내에는 간단한 핸드백 하나만 들고 들어가려 했는데 기내로 짐을 하나씩 들고 가야하는 상황이 되니 기내 반입이 안 되는 물품과 되는 물품을 분류해서 완전히 짐을 다시 싸야 했다.

공항 한 구석에서 노숙자가 된 듯 짐을 다 풀어 헤치고, 짐을 다시 싸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든 말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온갖 옷들과 밑반찬, 김치까지 꺼내놓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질서정연하게 각 잡아 싸온 짐들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예쁘게 접어 넣을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허둥지둥 짐을 분류해 넣어 보내고 정신없이 비행기에 올라탔다.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된 여행에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

기내에서 보내는 12시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걱정했던 아이들의 동태가 안정적이라 다행이었다. 아이들은 처음해보는 장거리 비행에 피곤할 법도 한데 참 재미있게 놀았다. 긴 시간 잠 한숨 안자고 밥 먹고, 영화 보고, 음악 듣고, 예쁜 승무원 언니들에게 간식을 달라고 해서 새우깡도 먹고, 땅콩도 먹고, 갖가지 음료수를 먹고 먹고 또 먹으며 끝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씩씩해주어 고마웠다.

지하철 탑승을 위해 이동
▲ 샤를드골공항 지하철 탑승을 위해 이동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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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 오후 6시 20분,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파리 외각 Boulogne 서쪽에 있는 Kyriad Prestige Paris 호텔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짐은 모두 10개. 한 사람당 2개씩 짐을 들고 파리 지하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낯선 땅의 긴장감, 두려움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어두워져서 더 힘들어지기 전에 숙소를 찾아가야 하니까!

호텔주소 :20-22, RUE DES ABONDANCES (PostCode : 92100)
샤를드골공항 도착, 2터미널에서 RER탑승
St,Michel Notre-dame 하차, 지하 연결통로로 Cluny La Sorbonne역에서 10호선 탑승
종점인Boulogne pont de St.cloud 도착 후 도보로 호텔도착

짐은 무겁고 길은 복잡하고 파리 지도에, 지하철 노선도에, 가는 길까지 철저히 준비했지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맞이한 파리 대중교통은 우리 모두를 어지럽게 했다. 겨우 지하철을 찾아 탔는데 결국 아들 녀석이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견디기 힘들어 내려야겠다고 했다. 우리는 엄청난 짐을 다시 들고 알지 못하는 파리 지하철 어느 역에 내려야 했다.

엄마가 가장 두려울 때는 아이들이 아플 때이다. 여행 중이라면 그 두려움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아이를 안심시키며 지하철 벤치에 앉혔다. 모두 벤치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좀 쉬고 출발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애써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다행히 아들은 원기를 곧 회복했다. 짐 더미에 쌓여 수다를 떠는 동양인들을 파리 시민들이 힐끔거리며 보긴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아들이 살아났으니! 휴~~ 다시 지하철을 올라타고 호텔이 있는  Boulogne pont de St.cloud 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해 지는 저녁 무렵 파리의 외각으로 이동하는 지하철은 복잡했다. 유색인종이 더 많이 눈에 띄는 파리의 지하철은 낯설지 않다. 세계 어느 도시에 가도 저녁 무렵 사람들의 표정은 피곤하고 지쳐 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고 노래한 천상병 시인처럼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라 말하고 싶지만 일상을 겪는 우리들 모두는 세상살이가 마라톤 코스처럼 지친다. 비행기에, 파리 지하철에 갓 일상탈출을 한 우리도 좀 지쳐버렸다.

다행히도 숙소가 있는 마을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우리의 피곤함을 씻어줄 만큼 사랑스러웠다. 지하도를 나오니 나지막한 집들이 동그랗게 둘러 쌓인 로타리였다. 작고 예쁜 크레페 집과 알록달록 과일을 쌓아놓은 과일집이 보였다. 동네 사람들이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모여 있는 작은 맥주집도 보였다. 이제 고생 끝이구나 생각하니 감격스러웠다. 그제야 파리의 공기를 맛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숙소는 어딜까? 호텔이라면 꽤 높은 건물일 텐데 그런 건물이 있을 만한 동네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마지막 힘을 내어 짐을 들고 숙소를 찾기 위해 구글지도를 열었다.

이제 숙소만 찾아가면 된다고 힘을 내려는 순간, 조카딸의 가방 손잡이가 뚝~ 부러졌다. 그리고 부러진 손잡이에 찔려 손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괜찮아, 숙소 가서 치료하면 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했지만 손이 아파 어쩔 줄 모르는 아이가 보기 안쓰러웠다. 이제 여행의 시작인데, 아... 뭔 일이 자꾸 터지냐... 지친다... 지도를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찾을 수 없는 숙소도 우리 마음을 지치게 했다. 같은 장소를 3바퀴째 돌았다.

지친 우리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 안보이는 한적한 마을... 다시 지하철 역 쪽으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난감해하는 순간 구세주 같은 잘생긴 프랑스 총각이 지나갔다. 다짜고짜 불러 세워놓고 이 동네 사느냐고 물어보았고, 호텔의 위치도 물었다. 내 참, 자기 동네인데 모른단다. 민망했던지 친절히 아이폰을 꺼내 찾아본다. 그런데 모른다.

그때 동네를 찾아 헤매던 아빠가 돌아왔다. 바로 뒷길에 있었는데 그 걸 몰랐다며! 역시 아빠는 국제적 방향감각의 소유자이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호텔, 숙소에 짐을 풀고 다친 손을 치료하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평범한 파리의 가정집들이 보인다. 빨래도 널려 있고, 가재도구들도 보였다. 할렐루야! 파리의 하늘 아래다! 내일은 좀 더 잘 할 수 있겠지!

숙소는 아늑하고 따뜻했다. 꿀잠으로 빠져들며 좌충우돌했던 파리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볼로뉴 서쪽 호텔 kyriad
▲ 파리 숙소 볼로뉴 서쪽 호텔 kyriad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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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럽여행, #파리, #지하철,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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