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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알찬 도서관을 5곳이나 품은 도심하천, 불광천.
 작고 알찬 도서관을 5곳이나 품은 도심하천, 불광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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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佛光川)은 북한산 비봉에서 발원해 서울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에 걸쳐 한강으로 흐르는 약 9km의 작은 물줄기다. 하천가를 따라 서울 6호선 전철 응암역에서 월드컵경기장역이 이어져 있어 접근성도 좋다. 대중교통편이 가깝다 보니 하천 주변으로 주거지가 밀집되어 있는 대표적인 도심하천이기도 하다.

산책이나 운동하러 혹은 출퇴근을 위해 사시사철 많은 주민들이 늘 오가는 천변 산책로에 구(區)마다 지어놓은 작고 특별한 도서관들이 5곳이나 자리하고 있다.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날의 산책길이나 퇴근길에 들를 수 있어 좋다. 모두 공공기관이지만 관(官)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 작지만 개성있고 알찬 도서관들이라 산책하는 발걸음이 더욱 즐겁고, 지친 퇴근길에 힘을 북돋워준다.

작지만 개성있고 알찬 도서관들

'포수마을 만화도서관'에 찾아온 아이들.
 '포수마을 만화도서관'에 찾아온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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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있는 6호선 전철 응암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이 불광천이다. 차도에 덮여 복개된 하천이 처음 드러나는 지역이기도 한 이곳에 '포수마을 만화도서관'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만화카페는 봤지만 편안한 소파에 눕거나 기대어 만화책 실컷 보며 빈둥거릴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니, 처음엔 잘 믿겨지지가 않았다.

이 도서관에 오면 시대가 변했음을 알게 된다. 과거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소재를 다룬 좋은 만화들이 등장하면서 문화의 한 부분으로 만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향상된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아동, 청소년, 성인물까지 다양한 만화책이 있다. 만화작가를 초빙해 웹툰 창작교실을 열기도 한다.

'포수(砲手)마을'이란 지명은 은평구 응암동의 백련산 매바위와 관련되어 생긴 이름으로서, 과거 매는 동네에 들어오는 잡귀 등 모든 병을 막아주는 동네 수호신이었단다. 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면 동네가 망한다고 하여 매바위 주변 동네를 포수마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매가 움직이면 포수가 쏠 것이므로 매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옛 선인들의 순박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포수마을 만화도서관은 2014년 은평구 주민참여제안사업으로 마련된 곳으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도서 대여는 하지 않는다.

ㅇ 주소 : 은평구 응암동 114-9번지
ㅇ 문의 : 02-351-7262 (은평구 교육복지과)

천변의 아담한 정자같은 불광천 작은 도서관.
 천변의 아담한 정자같은 불광천 작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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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를 대표할 만한 경관이면서 주민들의 좋은 휴식 공간인 불광천변 중간에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든 '불광천 작은도서관'이다. 작지만 알찬 도서관의 좋은 예로, 도서관 앞 하천에는 오리가족이 떠다니고, 산책로를 따라 운동을 즐기는 주민들이 오간다. 아담한 정자가 옆에 있는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재밌게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마치 이웃집이나 친구 집에 놀러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서관 책상, 마룻바닥 가릴 것 없이 아이들이 편안하게 주저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작아서 그렇지 두 분의 사서가 근무를 하며 일반 도서관과 똑같이 운영을 하고 있다. 옛날 다섯 식구가 한 방에서 살던 때가 떠오르는 아담하고 편안한 도서관이다. 그래선지 사서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책 읽는 주민들이 이웃사촌처럼 가깝게 다가오는 작은 도서관만의 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ㅇ 주소 : 은평구 불광천길 370
ㅇ 문의 : 02-308-3117 (www.ealib.or.kr)

재미있는 문화, 예술 프로그램이 많은 구립증산정보도서관.
 재미있는 문화, 예술 프로그램이 많은 구립증산정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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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벤트를 즐기는 아이들.
 도서관에서 이벤트를 즐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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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열대야를 피해 찾아갔던 '구립증산정보도서관'은 주말마다 도서관내 강당에서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여줘 좋았다. 지긋지긋했던 폭염을 무사히 보내게 해준 고마운 도서관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창작교실, 모자(母子) 열람실 등 작지만 다양한 형태의 문화, 독서 프로그램이 있는 도서관이다. 단순히 책을 보거나 빌려 읽는 도서관에서 탈피한 지역문화공간이다. 요즘엔 주민들과 함께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 '행복한 인문학 일상에서 만나다'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2016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영미 시인과 함께 하는 시 창작교실 '가을을 노래하다' 강좌도 흥미롭다. 도서관이 지역주민들의 일상에 문화와 예술의 씨앗을 심어주고 이끄는 역할을 하는 도서관의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다.

요즘 도서관은 이렇게 더 이상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다. 사실 책벌레는 자칫 외골수가 되기 쉽다. 최근 이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 <히틀러의 비밀서재>라는 책에 의하면, 당대의 베스트셀러 나의 투쟁>을 쓴 저자이기도 했던 히틀러는 특정 작가들의 책을 삶의 교본으로 삼은 독서광으로 무려 1만 6000권의 책을 소장했던 애서가였단다.

ㅇ 주소 : 은평구 증산로 5길 8
ㅇ 문의 : 02-307-6030 (http://www.jsplib.or.kr)

지식·정보·교육·문화의 중심기관이 되고 있는 동네 도서관

올 7월에 새로 생겨난 예쁜 이름의 꼬마 도서관.
 올 7월에 새로 생겨난 예쁜 이름의 꼬마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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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12년부터 '집에서 10분 거리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민 누구나 좀 더 편리하게 집에서 1㎞ 반경 안에 있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서대문구립 '이팝꽃향기 작은 도서관'은 그런 취지로 지은 도서관으로 불광천에서 가장 최근인 올해 7월에 새로 생겨났다.

옛날 사람들은 이팝나무에서 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했단다. 향기롭고 하얗게 피어나는 이팝꽃이 흰쌀밥을 닮아서라고. 18㎡ 면적의 꼬마 도서관이지만, 유아·어린이·성인을 위한 1300여 권의 책을 갖췄다.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도 상호대차서비스를 이용해 빌려 볼 수 있다.

유리벽 밖으로 불광천이 보이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안에까지 들어와 얼굴을 비추었다. 보통 도서관에서 몇 시간씩 앉아 있다 보면 답답하기 쉬운데 이렇게 밖이 보이고 햇볕까지 쬐니 무슨 카페에 있는 듯했다. 비나 눈이라도 내리면 책 읽는 즐거움에 운치까지 더할 것 같다. 휴관인 일요일에는 주민커뮤니티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으로 지역주민의 문화휴식공간이기도 하다.

ㅇ 주소 ; 서대문구 불광천길 204
ㅇ 문의 ; 02-302-9798 (http://lib.sdm.or.kr)

눈 시원한 조망이 좋은 마포구립 하늘도서관.
 눈 시원한 조망이 좋은 마포구립 하늘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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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립 하늘 도서관의 편안한 쉼터.
 마포구립 하늘 도서관의 편안한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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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이 한강으로 들어서는 지역에 있는 '마포구립 하늘도서관'은 그 이름에서 느껴지듯 아늑한 스카이라운지에서 책 속에 빠질 수 있는 이채로운 도서관이다. 마포구청의 제일 높은 곳이었던 12층 전망 좋은 강당과 옥상 자리에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한강과 하늘공원, 월드컵공원이 눈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좋은 전망에다 정원과 작은 카페가 있는 옥상까지... 426㎡(약 128평)인 도서관은 멋진 북카페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해 저문 후 도서관 창밖으로 펼쳐지는 야경은 서울 시내 공공 도서관 중 최고로 꼽힐 정도다. 구청 직원들이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면서 도서관으로 자주 올라올 정도라고.

독서공간이 딱딱한 열람실 분위기가 아닌 것도 좋다.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창가 쪽은 책을 읽다가 피로해진 눈이 저절로 풀린다. 노트북 등을 이용할 수 있게 콘센트를 구비한 좌석도 있고, 창가를 바라볼 수 있는 일인용 자리도 있는가 하면 가족이 함께 둘러앉을 수 있게 원형탁자를 놓은 열람석도 있다. 통유리로 보이는 주변 전망이 좋아 아늑하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영·유아를 위한 열람실은 유일한 맞춤방이다. '책 읽어주는 도서관'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ㅇ 주소 : 마포구 월드컵로 212(성산동) 마포구청 12층
ㅇ 문의 : 02-3153-6260 (http://skylib.mapo.go.kr)

요즘 도서관들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점점 다양하고 진일보해져 손뜨개 문화강좌가 있는가 하면, 인천의 어느 도서관에선 치매 예방과 극복을 위한 '가치 함께 도서관' 프로그램이 다 있다. 대학을 포함 학교나 학원이 취업이나 입시에만 집중하다보니, 해가 갈수록 동네 도서관이 지식·정보·교육·문화의 중심기관은 물론 동네 공동체 역할까지 하고 있다.

서울에는 132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동네 곳곳 작은 도서관까지 합치면 97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점점 살아가기가 팍팍한 도시에서 다행히도 공공도서관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잠들어 있는 생각을 깨우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필요와 지자체의 지원이 이룬 좋은 성과지 싶다.

덧붙이는 글 | - 지난 10월 중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불광천 작은도서관, #포수마을 만화도서관, #이팝꽃향기작은도서관, #증산정보도서관, #마포구립하늘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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