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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림 바닷가 옆에 자리한 해운사입니다.
 제주 한림 바닷가 옆에 자리한 해운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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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 가세."
"제주에 해운사가 다섯 개나 있는데. 그중 어디에요?"
"서귀포."

제주4․3연구소와 제주4․3희생자 유족회에서 활동 중인 제주 토박이 양진웅씨와 해운사로 향했습니다. 절집도 둘러보고, 제주도 불교연합회 회장인 탄해 성율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습니다. 미리 일정을 잡은 터라 룰루랄라 했습니다.

"성율 스님 계십니까?"
"그런 스님 안 계세요. 여기는 천태종입니다."

요즘 학생들 말처럼 '헐'이었습니다. 후배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왜 성율 스님이 서귀포에 계실 거라 여겼을까. 제주도는 불교의 다양한 종파가 다 모인 곳이라더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아무튼, 2년 전 밖에서 뵈었던 스님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그 허무함이란…. 부랴부랴 다시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탄해 성율 스님의 태고종 해운사는 제주 한림 애월에 있었습니다.

자부심이 녹아난 해운사와 익으면 만나는 이치

제주 한림 해운사 입구에 붙은 자부심, "해동제일 관음기도 영험도량"
 제주 한림 해운사 입구에 붙은 자부심, "해동제일 관음기도 영험도량"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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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운사 대웅보전에 안치된 삼존불입니다.
 제주 해운사 대웅보전에 안치된 삼존불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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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해운사네요."

후배 양진웅씨, 어렵게 도착했음을 알렸습니다. 해운사는 해안도로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입구에 돌기둥 두개, 그 옆에 사천왕상, 그리고 대웅전과 요사채가 전부였습니다. 해운사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그런 절집이 아니었습니다. 절집은 산 속에 있을 거라는 관념부터 깼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주문, 천왕문 등을 거쳐야 비로소 법당에 이르는 통념까지 부셨습니다.

태고종 해운사, 입구에서부터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입구 돌기둥 옆에는 "해동제일 관음기도 영험도량"과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도량"이란 글귀가 붙어 있었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도량은 전국에 많으니 그렇다 치죠. 우리나라 제일의 관음기도 영험도량이라니.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뭘까? 스님을 만나면 다 알게 될 일이지요.

"성율 스님, 계십니까?"
"종무원 일보러 나가셨는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오늘 하룻밤 묵기로 해서요. 스님께선 언제쯤 오십니까?"
"저녁에 오십니다."

한국불교 태고종 제주종무원장인 탄해 성율 스님과 시절인연이 하루에 두 번이나 엇갈렸습니다. 정확한 시간 약속 대신 만날 날짜만 잡은 터라 할 말 없었습니다. 때가 무르익으면 만나는 이치지요. 제주도 한림 해운사, 육지 사람에게는 낯설지만 제주도 불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숨겨진 관음도량이라더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원경 스님께서 절집을 안내했습니다.

제주 해운사 '일주문'과 '해탈문' 그리고 <심청전>

제주도 한림 해운사 앞 바다에는 빛내림 현상이 한창이었습니다.
 제주도 한림 해운사 앞 바다에는 빛내림 현상이 한창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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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운사 앞 바닷가에 있는 용천수 '부처 물'입니다.
 제주 해운사 앞 바닷가에 있는 용천수 '부처 물'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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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방에서 주무세요."

바다 산책에 나섰습니다. 파도소리가 가득합니다. 그러고 보니, 절 앞에 펼쳐진 태평양 바다가 해운사 '일주문'이었습니다. 구름 많은 하늘은 '빛 내림' 현상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놀라웠던 건, 해운사 앞 바닷가에 있는 '부처 물'이란 용천수였습니다. 해운사에 따르면 "용천수는 1270년 몽고군 침입을 막기 위해 신당에 올릴 청청수로 이 물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고려시대, 몽고군 침략에 대응해 '팔만대장경'을 새겼던 정성과 같은 불심(佛心)이었습니다. 부처 물은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해수관음도량 제주 한림 해운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들의 병이 낫길 발원하며 지은 사찰이다. 그 후 병을 이겨낸 아들이 출가해 해운사에서 부처님 법을 전했는데, 향봉 수명스님이다. 그래서 이곳 해운사는 제주사람들에게 관세음보살의 가피를 염원하는 기도처로 자리하고 있다."

원경 스님 설명입니다. 앞을 못 보는 아들을 위해 절을 세우고, 이 절에서 수행 끝에 급기야 <심청전>에 나오는 심봉사처럼 눈을 떴다는 이야기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옛날이라면 전설이거니 하겠지만 대한민국 해방 이후의 일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찌됐건 대단한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이 믿지 못할 전설이 바로 제주 한림 해운사의 '해탈문'이었습니다. 대웅보전에 들었습니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웅보전의 관세음보살은 원래 제주 개법사에 모셔졌던 부처님으로 제주 4․3 당시 전각이 모두 불타면서 이곳 해운사로 옮겨졌습니다."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쪽잠, 내지는 풋잠이라도 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왜냐? 하룻밤 자기로 했던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름, 하룻밤을 짧게나마 청한 효과를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20여분 잤을까, 기척이 있었습니다.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곳, 관음 기도 도량 해운사에서 성율 스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선문답….

제주도 한림 해운사 앞 바닷가의 용천수 '부처 물'입니다. 여기에도 팔만대장경처럼 항몽의 불심이 담겨 있습니다.
 제주도 한림 해운사 앞 바닷가의 용천수 '부처 물'입니다. 여기에도 팔만대장경처럼 항몽의 불심이 담겨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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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림 해운사에서 본 태평양은 해운사 일주문이었습니다.
 제주 한림 해운사에서 본 태평양은 해운사 일주문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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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제주도, #한림 해운사, #탄해 성율 스님, #일주문, #해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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