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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2012년 9월 "선불 가입자가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1MB당 약 573원이 과금되는 종량요금제 때문에 100MB를 사용하면 5만7천 원, 500MB를 사용하면 28만6천 원을 내야 돼 데이터를 사용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면서 90% 정도 저렴한 선불 데이터 충전 요금제를 처음 선보였다. 그 사이 LTE 선불 데이터 요금 1MB당 20원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3G 선불 데이터 요금은 여전히 560원을 고수하고 있다.
 KT는 지난 2012년 9월 "선불 가입자가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1MB당 약 573원이 과금되는 종량요금제 때문에 100MB를 사용하면 5만7천 원, 500MB를 사용하면 28만6천 원을 내야 돼 데이터를 사용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면서 90% 정도 저렴한 선불 데이터 충전 요금제를 처음 선보였다. 그 사이 LTE 선불 데이터 요금 1MB당 20원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3G 선불 데이터 요금은 여전히 560원을 고수하고 있다.
ⓒ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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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큰딸이 엄마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18일까지 4만 원 넘게 남았던 큰딸 스마트폰 선불 충전 요금이 불과 하루 만에 모두 소진됐다는 알림 메시지를 받아서다. 큰딸은 집밖에서 동영상 한두 편 본 게 전부라고 억울해 했지만, 4만 원이면 엄마 아빠 한 달 이동전화 요금과 맞먹는다. 

100MB도 안 썼는데 5만 원 소진? 큰딸은 죄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딸은 큰 잘못이 없었다. 큰딸 스마트폰에 남아있는 최근 2주간 음성통화 기록은 15분 남짓, 3G 데이터 사용량은 80MB(메가바이트) 정도였다. 일반 후불 요금으로 따지면 1만 원에도 못 미치는 분량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 만에 4만 원 넘는 요금이 모두 소진된 것일까?

바로 KT 3G 선불 요금제에 함정이 숨어 있었다. 얼마 전 엄마가 쓰던 3G 스마트폰을 물려받은 큰딸은 KT 선불 요금제에 가입했다. 음성통화료는 초당 4.4원으로 후불 요금제(초당 1.8원)보다 2배 이상 비쌌지만 5만 원을 충전하면 월 기본료 없이 그 한도 내에서 음성, 문자, 데이터를 1년 동안 쓸 수 있어 오히려 저렴해 보였다. 마침 반값 할인 이벤트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딸에게 가급적 전화 통화만 하고 데이터는 와이파이가 되는 집에서만 쓰라고 당부했지만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가끔 카카오톡이나 게임을 한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80MB 정도 썼다고 4만 원이 한꺼번에 소진됐다는 건 이해가 안됐다.

20일 KT 고객센터를 직접 방문했다. KT 상담직원은 "3G 선불 요금은 음성통화 위주로 설계돼 데이터를 쓰면 금방 소진된다"면서 "그래서 데이터를 많이 쓰는 3G 선불 고객들에게는 가급적 데이터 요금제도 같이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온라인 상품에는 이런 설명이 없었다.

KT 3G 선불요금제 요금표.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은 1패킷(0.5KB) 당 0.28원(1MB당 560원)으로, LTE 선불 요금(1패킷당 0.01원, 1MB당 20원)보다 28배 비싸다. 3G 데이터 100MB만 써도 5만 원이 모두 소진된다
 KT 3G 선불요금제 요금표.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은 1패킷(0.5KB) 당 0.28원(1MB당 560원)으로, LTE 선불 요금(1패킷당 0.01원, 1MB당 20원)보다 28배 비싸다. 3G 데이터 100MB만 써도 5만 원이 모두 소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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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차이가 날까? LTE 선불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요율이 패킷(0.5KB)당 0.01원인 반면 3G 선불요금은 패킷당 0.28원으로, 무려 28배나 비쌌다. LTE로 100MB를 쓰면 2천원, 1GB(기가바이트)를 써도 2만 원 정도인데, 3G는 100MB만 써도 5만6천원, 1GB면 무려 56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SKT-LGU+는 선불 음성 따로 데이터 따로, '요금 폭탄' 차단

그렇다면 다른 통신사도 마찬가지일까? SK텔레콤 선불요금제(PPS 스마트폰 일반)는 3G와 LTE 구분이 없었고 데이터 요금도 패킷당 0.01원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었다. 대신 SK텔레콤은 선불요금제에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만 이용할 수 있었고 데이터를 쓰려면 따로 충전해야 했다. 추가 데이터 요금은 100MB에 2천원, 500MB에 1만원, 1GB에 1만5천원 정도(연간)였다. LG유플러스도 선불은 음성 상품만 판매하고 데이터는 따로 구매하도록 했다.(100MB 5500원, 500MB 8800원, 1GB 13200원/월간)

SK텔레콤 관계자는 "선불요금제는 주로 외국인들이 쓰는데 음성 통화 위주이고 데이터 사용은 많지 않다"면서 "데이터까지 허용하면 선불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필요한 고객만 별도 구매해 쓰도록 막아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SKT 3G 선불 가입자가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을 염려는 없는 셈이다.

통신3사 선불 데이터 요금 비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충전식 선불 요금제는 음성이 기본이고 추가 데이터를 구매해야 한다. KT는 음성과 데이터를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추가 데이터를 구매하지 않으면 3G 선불 가입자는 LTE 선불보다 28배 비싼 요금이 적용된다. 다만 추가 데이터 구매시엔 3사 모두 3G-LTE간 요금 차이가 없다.
 통신3사 선불 데이터 요금 비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충전식 선불 요금제는 음성이 기본이고 추가 데이터를 구매해야 한다. KT는 음성과 데이터를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추가 데이터를 구매하지 않으면 3G 선불 가입자는 LTE 선불보다 28배 비싼 요금이 적용된다. 다만 추가 데이터 구매시엔 3사 모두 3G-LTE간 요금 차이가 없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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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유독 KT만 3G 선불요금제에서 데이터도 함께 쓸 수 있게 한 것일까? KT 관계자는 "선불 요금 가입자들이 음성통화 위주인 건 맞지만 데이터 요금제에 따로 가입하지 않더라도 가끔 데이터 사용이 필요할 사람도 있어 막아 놓지는 않았다"라면서 "(데이터 과금 문제로) 3G 데이터 이용을 차단하면 거꾸로 불편하다는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LTE와 달리 3G 선불 가입자는 데이터 요금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선불요금 이용자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3G 스마트폰 가입자가 많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500MB 쓰면 28만6천 원"... KT도 4년 전 요금 폭탄 '인정'

KT는 지난 2012년 9월 "선불 가입자가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1MB당 약 573원이 과금되는 종량요금제 때문에 100MB를 사용하면 5만7천 원, 500MB를 사용하면 28만6천 원을 내야 돼 데이터를 사용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면서 이보다 90% 정도 싼 선불 데이터 충전 요금제를 처음 선보였다. 그 사이 선불 LTE 데이터 요금은 1MB당 20원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3G 선불 요금은 여전히 1MB당 56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에 KT 관계자는 "3G는 음성통화 위주인 반면 LTE는 데이터 사용에 최적화돼 사용량이 갑자기 늘어  요금 쇼크가 발생할 우려도 있어 요율이 낮은 것"이라면서 "3G 데이터 요금도 과거 패킷당 1.5원(1MB당 3천 원)이었지만 지난 2014년부터 0.28원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KT도 추가 데이터 요금은 타사와 마찬가지로 3G와 LTE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었다(KT 심플 데이터플러스 100MB 5500원, 500MB 11000원, 1GB 1만6500원/월간). 하지만 정작 LTE 선불요금 가입자는 100MB당 이용 요금이 2천 원에 불과해 굳이 데이터를 충전할 필요가 없다. 결국 미처 데이터 충전을 못한 3G 선불 요금 가입자들만 '요금 폭탄'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KT는 상품 설명에 데이터 요율을 고지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패킷당 0.28원'이란 숫자만 보고 '데이터 요금 폭탄'을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KT는 "3G 선불 요금 가입할 때 데이터 요율을 안내하고 있지만 고객 인지가 부족할 수 있어 마케팅 현장에서 3G 데이터 요율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선불요금제, #KT, #3G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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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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