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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편집국 입구.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편집국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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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입소자가 사망하고 강제노동과 착취 등 각종 인권유린 의혹이 일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역의 한 일간지에서 왜곡보도 논란이 일자 자사 기자들이 성명을 내고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노조위원장이 회사를 대변하는 일방적 호소문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시립희망원은 지난 1958년 문을 연 후 대구시가 운영하다 1980년부터 천주교 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인과 노숙인 등 11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구시는 매년 90억 원 가령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2년 반 동안 120여 명의 생활인이 사망하고 시설 직원의 거주인 상습 폭행, 급식비 횡령 등 의혹이 제기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고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자 대구시도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지역의 시민단체도 대책위를 꾸리고 인권유린 및 비리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지역일간지인 <매일신문>이 시립희망원을 감싸는 '셀프 해명' 기사를 내보내 지역사회의 원성을 샀다.

대구경북 지역일간지인 <매일신문>의 지난 8일 조간 1면 대구시립희망원 해명 기사.
 대구경북 지역일간지인 <매일신문>의 지난 8일 조간 1면 대구시립희망원 해명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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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은 지난 8일 조간 1면에 기자 이름 대신 '사회부' 바이라인으로 '시립희망원엔 1500여 명이 자원봉사, 생활인 입·퇴소나 외출도 자유로워'라는 제목으로 시립희망원의 해명성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의혹은 수용자 과다 사망, 구타 등 인권침해, 급식 납품 비리, 강제 노동 등 크게 4가지 부분"이라며 "일부 언론 등에 보도된 시립희망원 의혹의 상당 부분이 왜곡돼 있고 진실이 호도된 측면이 있다"고 시립희망원 보도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어 시립희망원 관계자의 말을 통해 "희망원 생활인은 입퇴소는 물론 외출도 자유롭고 1500여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꾸려가고 있다"며 "거동이 불편한 1000여 명의 희망원 생활인을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돌보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나가자 지역사회에서는 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매일신문>이 시립희망원의 각종 의혹에 침묵하다가 갑자기 해명성 기사를 쓴 것 자체가 재단을 보호하기 위한 '셀프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시립희망원은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매일신문> 편집국 41기 이하 기자들은 지난 13일 '편집국 독립으로 매일신문 바로 세우자'는 성명을 내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매일신문의 처지가, '편집권 독립'이 헛구호가 돼버린 현실이 괴롭다"며 경영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지난 1년간 침묵으로 일관했던 시립희망원 문제에 대한 첫 보도가 일방적인 해명기사였던 것"이라며 "매일신문은 순식간에 시민사회의 비난을 뒤집어쓰고 진흙탕싸움에 스스로를 내던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편집국장과의 간담회에서는 교구와의 종속적인 관계만을 확인했을 뿐이라며 "교구의 입장 대변이 언론 윤리와 매일신문 구성원의 자존감을 지키는 이보다 앞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은 또 "기사가 실리기까지 사실관계 확인과 취재, 게이트키핑(뉴스의 취사선택) 등 정상적인 편집·제작 과정은 철저히 무시됐다"며 "편집권 독립은 온데간데없고 언론 윤리와 존재 이유, 사회적 책무도 지키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매일신문은 대구대교구의 사적 재산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편집국장의 공식 사과, 공식적인 소통기구 마련, 편집권 독립에 대한 대책 제시, 시립희망원과 교구 문제에 대한 언론 윤리에 입각한 처리 등에 대한 입장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매일신문> 편집국 입구에 41기 이하 기자들의 항의 대자보와 노조위원장의 호소문이 나란히 붙어 있다.
 <매일신문> 편집국 입구에 41기 이하 기자들의 항의 대자보와 노조위원장의 호소문이 나란히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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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일신문>은 기자들이 요구한 17일까지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위원장이 후배 기자들을 나무라고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게재해 논란이 되고 있다.
 
권성훈 노조위원장은 지난 14일 회사 편집국 입구에 붙인 '노조 호소문'을 통해 "41기 이하 기자들의 성명서는 대외적 명분도 있고 젊은 패기와 기자정신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문제제기를 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대목도 있다"며 "하지만 명분에 사로잡힌 비현실적인 요구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권 노조위원장은 이어 "진심, 속에 있는 마음 하나 꺼내겠다"며 "저는 '언론의 공정성'과 '우리 조직의 사는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자를 서슴없이 선택하겠다"고 회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특히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시립희망원의 각종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좌파적 시각으로 천주교와 <매일신문>을 흔들고 있다고 색깔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 노조위원장은 "혹시나 좌파적 시각을 가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매일신문을 '대구 보수의 본산'으로 치부하고 이번 사태를 악용하려고 한다면 우리 조직은 더 씻을 수 없는 치명타를 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41기 이하 기자들을 향해서는 "100% 누가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한 사람이면 다 몸소 알게 된다"며 "매일신문 지면에 이름 석자를 싣는 취재기자군을 비롯해 우리 식구 누구나 도덕적으로나 일적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할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권 노조위원장은 41기 이하 기자와 편집국장은 서로 한 발씩 물러서 갈등을 봉합하자며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이번 사태도 이쯤에서 '일단락'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41기의 한 기자는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는 하지만 요즘은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이 많다"며 "비가 온 뒤에 싱크홀(Sink Hole)이 생긴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침해 논란과 급식비 횡령 의혹 등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가 17일 대구시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침해 논란과 급식비 횡령 의혹 등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가 17일 대구시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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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찾아 ▲투명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자 처벌 ▲현직 희망원 원장 및 간부, 사건관계자에 대한 즉각적인 직무정지 ▲대구시에 운영권 반납과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촉구했다.
 
이어 17일에는 대책위가 제보를 받고 자체 조사를 통해 확보한 생계비 및 부식비 횡령에 관련된 증거물을 대구시 감사관에 제공했다. 특히 각종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시립희망원이 비리와 관련된 자료를 조직적으로 파쇄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각종 의혹이 제기된 시기에 회계를 맡았던 수녀는 지금 장기 피정(종교 수련)에 들어가고 원장신부는 안식년이라며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며 "대구시는 이들을 찾아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매일신문, #대구시립희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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