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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커워티재단의 가치인 ‘나눔의 행복’. 배너의 사진은 지진 이후 수커워티재단의 긴급구호활동 모습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값비싼 중국산 모포가 아니라 네팔 생산 공장을 찾아내 절반 이하의 가격에 구입해 나누어주었고, 해외지원금 전액을 재난피해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부분의 진행경비는 자체 조달하였다.
 수커워티재단의 가치인 ‘나눔의 행복’. 배너의 사진은 지진 이후 수커워티재단의 긴급구호활동 모습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값비싼 중국산 모포가 아니라 네팔 생산 공장을 찾아내 절반 이하의 가격에 구입해 나누어주었고, 해외지원금 전액을 재난피해주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부분의 진행경비는 자체 조달하였다.
ⓒ 박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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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3일. 17년 동안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았던 미놋 목탄(Minod Moktan)이 강제 추방된 날이다.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에 내린 그는 한동안 공항을 떠나지 못했다. 17년 만에 두 눈으로 다시 확인한 가난한 조국의 어둡고 슬픈 현실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났다. 귀환과 노동이주를 반복하는 다른 이주노동자와 달리, 미놋 목탄은 아직 네팔에 있다. 지금 그는 '네팔 스스로 네팔을 돕자'는 취지로 설립한 수커워티재단의 대표이다.

해외원조로는 네팔을 구할 수 없다

세계 최빈국 네팔에는 수많은 국제NGO와 네팔NGO가 있다. 거의 다 해외지원금으로 일하고, NGO 직장은 윤택한 삶을 보장한다. 하지만 수커워티재단은 해외원조를 통한 개발을 통해 네팔을 가난에서 구할 수도, 행복해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네팔사람들이 힘을 모아 스스로 네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이미 네팔은 행복하다는 게 수커워티재단의 믿음이다.

수커워티의 뜻은 '축복받은 땅'(극락정토)이다. 세계 최빈국 네팔을 축복받은 땅으로 만드는 게 수커워티재단의 꿈이다. 방법은 나눔이다. 2015년 2월에 문을 연 카트만두 시내의 수커워티가게 1호점 앞에는 "나눔의 행복"(Sharing Happiness)이라 적힌 배너가 세워져 있다. 이 가게에서는 네팔 사람들이 기증한 옷이나 생필품을 판다. 가장 싼 게 10루피(한화 168원)인데, 이는 야채 한 단보다 싼 값이다.

언론에서 앞다퉈 보도할 정도로 지금껏 네팔에선 전혀 없었던 시도이다. 그만큼 오해도 많았다. 원조물품을 팔아서 사익을 챙기려고 한다, 죽은 사람의 유품을 내다판다는 등. 하지만 언론 보도 후 그 같은 오해는 사라졌고, 다른 몇몇 NGO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감과 자립의식을 위해 원조물품을 공짜가 아니라 싼값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수커워티가게 1호점 내부. 왼쪽부터 미놋 목탄 대표, 치즈 만 구룽 부대표, 자원봉사 여성 운영위원들.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되는 네팔사회 안에서 여성운영위원의 자원봉사활동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수커워티가게 1호점 내부. 왼쪽부터 미놋 목탄 대표, 치즈 만 구룽 부대표, 자원봉사 여성 운영위원들. 여성의 사회활동이 제약되는 네팔사회 안에서 여성운영위원의 자원봉사활동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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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련한 재정으로 활동"

현재 수커워티재단의 대표사업인 수커워티가게를 제안하고 관리하는 사람은 부대표 치즈 만 구룽(Chij Man Gurung)이다. 치즈 만 부대표는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을 때, 아름다운가게에서 3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 일반 직장보다 훨씬 적은 월급이지만, 아름다운가게 활동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커워티가게는 한 달에 두 번 거리로 나가 벼룩시장을 연다. 이 모든 활동은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6명의 여성운영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기증물품을 분류하고 가격을 매기고 판매한다. 아직 네팔에서는 낯설기만 한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주변 지인들의 관심과 지지도 점점 커지고 있다. 매출이 꾸준히 늘고 안정돼서 최근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판매점원 2명을 고용했다.

수커워티재단은 해외원조가 아니라 스스로 마련한 재정으로 활동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10년 안에 수커워티가게를 5개 더 늘이고, 사회적 기업 방식의 유기농식당을 열 계획이다. 수커워티재단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려는 것은 네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국에 나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6개월 기간제이지만 젊은 여성활동가 러서나(Rasana Prajapati)를 프로그램 기획자로 채용한 것도 이 같은 수커워티재단의 비전과 사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함이다.

아직도 복구되지 않고 있는 지진 피해 학교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미놋 목탄 대표와 임원들. 수커와티재단은 지진 이후 아름다운가게, 행복공장 등 한국 NGO의 지원금으로 긴급구호품을 나누고 학교 재건을 지원하였다. 앞으로 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올마이키즈의 후원으로 신두팔촉지역 학교 등 2개 학교 재건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직도 복구되지 않고 있는 지진 피해 학교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미놋 목탄 대표와 임원들. 수커와티재단은 지진 이후 아름다운가게, 행복공장 등 한국 NGO의 지원금으로 긴급구호품을 나누고 학교 재건을 지원하였다. 앞으로 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올마이키즈의 후원으로 신두팔촉지역 학교 등 2개 학교 재건을 지원할 예정이다.
ⓒ 박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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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좋은 것을 배워와 모국을 위해 쓰라"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았고 이주노동운동에 참여했지만, 미놋 목탄은 NGO활동 전반과 재단 운영에 대해서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그래서 미놋 목탄은 아름다운재단 등 한국의 재단활동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한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했고 카트만두 타멜 거리에서 이름난 한국음식점 '한국사랑'을 운영하는 치즈 만 부대표는 한국의 사회적 기업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한다.

다른 임원진과 마찬가지로 미놋 목탄도 자원봉사로 수커워티재단 활동을 한다. 유일한 수입원은 한국어학원 '다이나믹 드림'(Dynamic Dream)의 수입이다. 다이나믹 드림은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을 앞두고 연 1회 3~4개월 동안 한국어 강좌를 연다. 그는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한국에서 좋은 것을 배워 모국에 돌아와 네팔을 위해 쓸 것을 강조한다.

최근 미놋 목탄에겐 한 가지 더 힘쓰는 일이 있다. 커피 공정무역 중심의 사회적 기업 '트립티'(Tripti)와 연대하는 네팔 현지 협력기업을 운영하는 일이다. 네팔 트립티는 공정무역 커피생산지 바글룽지역을 포함해 네팔 젊은이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함으로써 네팔에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한 '5개국 언어로 배우는 바리스타 교육 매뉴얼'의 네팔어 번역은 미놋 목탄이 했다.

버스로 12시간 이상 떨어진 공정무역 커피 생산지 바글룽지역에서 온 바리스타 수강생들. 이들은 마을 카페에 채용되고, 커피 판매 수익금은 마을공동체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버스로 12시간 이상 떨어진 공정무역 커피 생산지 바글룽지역에서 온 바리스타 수강생들. 이들은 마을 카페에 채용되고, 커피 판매 수익금은 마을공동체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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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관련 활동을 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미놋 목탄은 해결사로 통한다. 최근 코이카(KOICA)에서 추진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네팔어 더빙작업도 미놋 목탄이 한국어 고급과정 동료들을 모아 이루어낸 성과이다. 미놋 목탄은 감독으로서 여러 차례 연습과 녹음을 반복해서 최초의 애니메이션 네팔어 더빙을 수준 높게 완성해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순전히 자원봉사로 이루어낸 일이다.

네팔 스스로 네팔을 도와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에 주어지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내는 다이나믹 드리머(Dynamic dreamer) 미놋 목탄. 그에게 네팔을 '축복받은 땅'으로 만들겠다는 꿈은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미놋 목탄은 2009년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 20기를 수료했으며, 같은 해 강제 출국되어 현재 네팔에서 수커워티재단과 사회적기업 트립비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성공회대학교 후원회 소식지 <성공시대> 2016년 가을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네팔, #수커워티재단, #미놋 목탄, #올마이키즈,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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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어린이교육후원회 <사단법인 올마이키즈> 상임이사이고, 인연이 닿는 대로 여러 공익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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