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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9시까지 서울 삼각지 국방부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평화기도회를 드린다.
 원불교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9시까지 서울 삼각지 국방부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평화기도회를 드린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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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11시 서울 삼각지 국방부 앞엔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종소리에 맞춰 원불교 교무(성직자)와 교도(신도) 약 20여 명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철회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침묵기도를 드렸다. 원불교 평화기도회는 오전 10시부터 9시까지 매시간 드려지며, 매일 진행된다.

원불교는 교도 100만, 교당(개신교로 말하면 교회) 500개, 현역 출가 교역자 1500명 규모의 군소 교단이다. 이런 군소 교단이 사드 배치 철회 운동의 첨병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원불교계는 사드 배치 예정지로 성주가 거론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한미 양국은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다 성주 군민이 거세게 반발하자 8월 대통령의 입에서 '제3부지'란 말이 나오더니, 성주군 초전면 롯데 골프장이 급부상했다. 이어 지난 달 30일 국방부는 롯데 골프장을 최종 부지로 확정 발표했다.

이러자 원불교계는 교단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초전면 롯데골프장이 원불교 성지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달 5일 원불교는 '사드철회 및 성주성지 수호 원불교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꾸리는 한편, 국방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추석을 목전에 둔 지난 달 12일, 원불교 교무(성직자) 및 교도 500여 명은 사드배치 반대 평화침묵기도회를 열었다. 그리고 국방부가 롯데골프장을 최종 예정지로 낙점하자, 국방부 앞에서 매일 평화기도회를 열고 있다.

그동안 종교사회단체가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낸 경우는 많았지만 교단이, 그것도 평소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던 원불교가 행동에 나선 일은 무척 이례적이다.

기자는 5일 오전 국방부 앞에서 강해윤 교무와 만나 원불교의 입장을 들었다. 강 교무는 소년범을 위한 대안학교 '은혜의 집'에서 활동했고,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전남 영광에서 매주 월요일 탈핵 순례를 하는 등 사회활동에 몸담아 왔다. 강 교무는 원불교환경연대 대표를 거쳐 현재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있다.

"우리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평화"

원불교 강해윤 교무는 원불교의 사드반대가 출발은 성지수호에서 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평화라고 했다.
 원불교 강해윤 교무는 원불교의 사드반대가 출발은 성지수호에서 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평화라고 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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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 배치 때문에 원불교계의 마음고생이 심해 보인다. 최근 일상을 보내는 심경부터 말해달라. 
"처음엔 성지 주변에 전쟁무기가 들어오는 걸 걱정했다. 그러나 성주 군민들이 학습을 통해 사드에 대해 알게됐듯, 원불교인들도 공부를 해보니 사드는 한반도에 위험을 높이고, 국제관계도 어렵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에 원불교는 사드 보다 평화를 주장하고자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종교가 평화운동에 앞장 서야 한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 이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원불교의 반대가 단순히 성지를 지키고자 하는, 원불교만의 이해관계 때문 아닌가? 또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가? 아니면 롯데골프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정해지면 반대 입장을 철회할 것인가? 

"사드가 들어설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 바로 지근거리에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성산종사 탄생지가 있다. 이곳은 원불교의 주요 성지다. 따라서 원불교로서는 성지를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그래서 철회를 요구하는 기도를 하고, 여러 활동을 해왔고 활동 중에 있다.

그런데 원불교가 반대하니까 '종교 님비 아니냐?'는 반론을 듣는다. 사실 사드 배치 예정지가 원불교 성지인 탓에 처음엔 성지 수호가 명분이었다. 그런데 계속 공부해 보니 사드는 결국 한반도에 필요 없는 무기이고, 오히려 전쟁 위기를 가중시킬 뿐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어디든 안 된다는 점을 절감했다.

다시 말하면, 동기는 성지 수호에서 출발했지만 궁극적인 종착점은 평화운동이다. 모든 종교의 기본 운동방향도 평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불교의 반대운동은 집단 이기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평화운동으로 한 단계 발전했다고 봐주기 바란다.

원불교는 1916년 시대에 맞는 생활불교를 표방하며 시작했다. 올해는 100주년을 맞이하는 셈이다. 지난 5월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100주년 기념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때 상생과 평화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정신을 담은 '정신개벽 서울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은 그야말로 구호에 불과했다. 그런데 선언문이 구호에 그치지 않게 된 계기가 바로 사드 배치 문제였다.

지금 남북관계 현실은 너무 어렵다. 지난 8년 보수정권 집권 기간 동안 남북관계가 너무 냉각됐다. 이 지점에서 그럼 구체적인 평화는 무엇이냐? 바로 무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우리가 사드 반대운동을 통해 바로 이런 점을 깨달았다. 사람의 인식이 한 번 높아지면 떨어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일정한 속도로 힘을 받는다고 본다. (사드 반대 운동하면서) 고난도 받았지만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인 평화와 통일 문제에 접근하게 됐다는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드와 성지는 양립할 수 없다"

평화기도회에 참여한 한 교도가 '사드 말고 평화'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평화기도회에 참여한 한 교도가 '사드 말고 평화'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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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무 그리고 교도들 사이에 입장차가 존재하리라고 본다. 그런데 교단 차원에서 이 같은 입장차가 해소되고, 완전히 입장이 정리됐다고 이해해도 좋은가?
"처음엔 내부진통이 심했다. 이 문제가 안보, 국방과 얽힌 문제였고, 그래서 종교가 국가 정책과 배치되는 일에 나서는 게 옳으냐는 의문이 일었다. 그런데 종교의 교의는 국가를 넘어선다. 국가 정책이 종교의 이념과 근본적으로 합치할 땐 함께 간다.

반면 평화, 사랑, 헌신, 상생 등 종교의 근본이념에 배치되는 국가정책에 종교가 따라야 하는가? 국가와 종교는 모든 국민들의 삶을 안전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데서 일치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배치된다면 종교 교리가 먼저다. 국가가 우선인 사람에겐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는 긴 시간을 두고 국가를 넘어서는 이념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먼저 교역자들이 일치했고, 이어 재가 교도에까지 확장하게 됐다. 무엇보다 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경산 종법사께서 '사드와 성지는 공존할 수 없다, 사드는 옮길 수 있지만 성지는 옮길 수 없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그리고 실제 문제로 들어가서 보면 북한 핵에 사드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건 우리가 하는 말이 아니다. 미국의 전문가가 지적했고,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도 똑같이 지적한다. 또 사드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포함되며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정보는 이미 다 공개됐다.

이제 사드는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고, 그래서 자신 있게 평화운동을 한다. 물론 '국익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반대해서 되느냐?'는 반론에 대한 대응은 쉽지 않다. 그러나 사드는 어느 면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진짜 안보는 평화다. 무기를 내려 놓는 게 진짜 안보라는 말이다. 일단 전쟁이 나면 결과는 공멸이다."

"남북 대화가 중요... 외세는 우리 평화엔 관심 없다"

강해윤 교무는 진정한 평화는 서로 무기를 내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해윤 교무는 진정한 평화는 서로 무기를 내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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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사드란 쟁점엔 초강대국 미국이 버티고 서 있다. 그래서 종단 차원에서 반대에 나선다고 해도 쉽사리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힘들다고 본다.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계획인가?
"우선 국민들에게 사드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 한반도가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지만, 우리 스스로 먼저 평화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외세가 우리에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외세는 늘 자기들 이익만 좇을 뿐이다.

그리고 평화정착을 위해선 남북이 신뢰를 갖고 대화해야 한다. 대화 없이 외세가 우리를 평화롭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평화정착의 첫째 조건은 남북대화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에 계속 대화를 요구할 방침이다. 지금은 정부 수준에서는 물론, 인도적 교류도 끊어진 상태다. 이에 민간교류라도 먼저 재개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종교라도 나서서 작은 데서부터 신뢰를 구축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지 않겠나?

이런 일에 원불교만으로는 벅차다. 그래서 다른 종단에도 평화운동에 나서자고 호소하려 한다. 한반도 평화는 정치권에서는 풀기 어려우나,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미-일-중-러 등 주변 4대 강국에 의해 남북은 전략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게 무너지면 다 죽는다고 본다.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외세는 원치 않겠지만 말이다."

- 마지막 질문이다. 다른 종단의 경우 사드 문제에 온도차가 존재한다. 불교는 아직 아무 말이 없다. 가톨릭의 경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우려입장을 밝혔다. 개신교는 진보-보수 진영에 따라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다른 종단에 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인간 사랑과 세상의 평화는 모든 종교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평화운동에 모든 종교가 함께 연대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종교 성지가 무너지는데 심각하게 생각해줘야 한다고 본다. 종교인들은 성지가 갖는 정신적 가치를 다 안다. 성지는 단순히 공간적, 혹은 시설물로서 의미를 갖는 게 아니다. 성인이 나고 자란 곳이고, 정신문명이 잉태한 곳이기에 성지 수호는 중요하다.

그리고 소수 종단인 원불교가 나서서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주기 위한 운동을 하는데, 다른 종단도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 원불교는 오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원-피스(One-Peace) 종교·시민 평화결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태그:#원불교, #사드, #롯데골프장, #강해윤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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