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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여덟. 렌트카 픽업과 러시아 청년 세르게이

오늘은 렌트카로 '골든링 도시'로 가는 날이다. 자동차 픽업을 숙소와 가장 가까운 벨로루스키역 지점에서 하기로 예약했었다. 그러나 역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가 예약한 'Thrifty'라는 렌트카 업체가 보이지 않는다. 계약서를 확인해보니 전화로 접선하란다.

한참만에야 나온 직원은 더 황당한 말을 한다. 우리가 예약한 7인승 차가 어제 사고가 나서 지금 없단다. 그래서 4인승 두 대를 가져가란다. 게다가 미리 신청한 네비게이션도 없다나. '헐. 아무리 러시아라도 그렇지, 안 될 소리!' 운전자가 한 사람밖에 없다며 7인승을 구해달라고 했더니, 운전사 한 명도 딸려주겠단다. 우리가 지금 1박 2일로 블라디미를 비롯한 골든링 도시로 갈 거라고 하자, 허걱 하는 표정이다. 다시 보스에게 전화를 걸더니 차량을 구해줄 테니 조금 기다려 달랜다.

렌트카를 픽업하기 위해 이 역 앞에서 세르게이와 만났다.
▲ 모스크바 벨로루스키 역 렌트카를 픽업하기 위해 이 역 앞에서 세르게이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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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그 직원과 함께 호텔로 돌아와 기다렸다. 출발 예정 시간은 9시인데 벌써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미 체크아웃을 한 우리는 호텔 로비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미안했던지 세르게이라고 이름을 밝힌 그 말끔한 청년이 이것저것 말을 건다. 몇몇 단어만 빼면 피차 중3 영어라서 순간순간 곤혹감이 얼굴에 어린다. 그래도 열심히 말을 건다.

자기 여자 친구가 한국에 가보고 싶어 하는데 자기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는 둥, 여자 친구와 태국을 놀러 갔다가 렌트카에 네비가 없어 무지 고생했다는 둥 시답잖은 이야기부터 우리가 갈 골든링 도시들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까지 말이 끊어지지 않도록 무척 애를 쓴다. 나중에는 내일 리턴 시간 연장에다 연료탱크 안 채우고 반납하는 등의 나름의 미안함까지 표시했다.

사람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연속되었던 터라 세르게이가 스마트해 보인다. 우리 여사님 셋도 싹싹하고 잘 생겼다며 한 마디씩 거든다. 다른 나라에서 이 정도 계약 위반이었으면 더 큰 보상을 요구했을 터이지만 이틀 동안의 경험이 이런 정도의 보상에도 감사를 느끼게 만든다.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부담스러웠지만 공간 만큼은 넉넉하여 좌석 한 줄을 침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 우리가 픽업한 폭스바겐 9인승 승합차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부담스러웠지만 공간 만큼은 넉넉하여 좌석 한 줄을 침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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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결국 12시가 다 되어서야 왔다. 예정보다 세 시간이나 늦어졌다. 하지만 스마트한 러시아 청년 세르게이 덕분에 미소지을 수 있었다. 첫 날 맛있는 까샤로 우리를 가분좋게 만들었던 호텔 식당의 뚱보 아줌마 이후 두 번째이다. 이처럼 모스크바는 단 이틀만에 우리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게 만들었다.

에피소드 아홉. 자동차로 떠나는 '골든링 도시' 여행

우여곡절 끝에 우리에게 인도된 승합차는 디젤게이트로 문제가 되고 있는 폭스바겐 9인승이다. 지난해 스페인 이후 다시 1년 만에 수동을 운전하려니, 잠시 긴장되었다. 먼저 클러치를 밟아 보니 끝없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수동 운전을 했었지만 이렇게 깊은 클러치는 처음이다. '시동 많이 꺼뜨리겠군.' 출발 시간이 너무 늦어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시동을 건다. 거리로 나서고서야 어제 저녁 택시를 타며 봤던 모스크바 거리의 복잡함과 자동차들의 질주가 떠올랐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공사 때문인지 차선이 없는 곳이 많다는 것이었다. 조심조심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접어들자 조금 긴장이 풀렸다.

자동차 여행의 백미는 모름지기 먹으며 웃고 떠드는 것이라는 것을 미국 서부 자동차 일주여행으로 터득했던 터다. 먹거리도 준비하고 점심도 먹기 위해 호젓한 마을로 들어갔다. 슈퍼마켓에 들어가서부터는 여사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모양이 못생긴 복숭아와 색깔이 유난히 붉은 사과, 그리고 가장 익숙한 모양의 멜론까지 과일을 잔뜩 담는다. 우리 개구쟁이 셋은 여사들 눈치를 보며 보드카와 맥주를 슬쩍 끼워 넣는다. 차 안에 가득한 먹거리를 보니 마음도 넉넉하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그 마을의 유일한 식당은 단체 손님 때문에 자리가 없단다. 어쩔 수 없이 주유소에서 햄버거와 치킨으로 점심을 때운다. 그런데 갓 튀겨낸 프라이드 치킨이 기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식감이다. 후식으로 과일을 즐기며 이래저래 들뜬 기분으로 한적한 시골 국도를 신나게 달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경관이 미국과 스페인에서 경험한 풍광과 겹쳐지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게 만든다. 수다가 무르익으며 자동차 여행의 우쭐한 즐거움이 생겨날 즈음에 차량 정체가 시작되었다. 구글맵에서 예시한 공사구간이다. 금방 빠지겠거니 기다렸지만 풀릴 기미가 없다.

도로공사 때문에 차량들이 주차장처럼 늘어서 있다.
▲ 운전석에서 본 블라디미르로 가는 국도 도로공사 때문에 차량들이 주차장처럼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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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세르게이가 공사 트래픽이 심할 거라는 말을 한 것 같기는 하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첫 목적지인 블라디미르에 도착했을 오후 세 시를 훌쩍 넘었다. 그러고도 네 시간이나 더 걸렸으니, 200여 킬로미터 되는 거리를 7시간 넘게 달린 셈이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러시아 자동차 여행 후기는 못 찾겠더니만 이런 이유였었나 보다.

블라디미르의 이름다운 풍광이 아니었다면 진짜 우울할 뻔했는데, 해 질 녘의 정지된 듯한 평온한 풍경은 우리가 그 긴 시간을 달려왔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었다.

모스크바 크렘린 궁의 우스펜스키 성당의 모델이다.
▲ 블라디미르 우스펜스키 성당 모스크바 크렘린 궁의 우스펜스키 성당의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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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공국에 이어서 한때 러시아의 수도였던 천년의 역사를 가진 고도. 13세기에 두 번에 걸친 몽고 침입으로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기도 했으나 신속하게 복구하여 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다. 출입구 역할을 하는 '황금의 문'을 지나니 우스펜스키 성당이 우뚝하다. 1160년에 완성된 이 성당은 모스크바 크렘린 궁 우스펜스키 성당의 모체이다. 석양빛을 받은 흰 벽체가 오묘한 빛을 내며 신비를 더한다. 언덕 아래 펼쳐진 전원 풍경도 모스크바에서 긴장된 심신을 풀어준다.

이 지역이 과거 블라디미르 수즈달리 공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 우스펜스키 성당 언덕에서 내려다본 블라디미르 이 지역이 과거 블라디미르 수즈달리 공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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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열. 아름다운 수즈달의 기억

오늘 숙소는 블라디미르에서 3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수즈달(Суздаль)이다. 시골 마을 같은 곳으로 접어드니 예의 첫날 묵었던 호텔과 비슷한 분위기의 Svetlyy terem Hotel이 보인다. 외관 전체를 굵은 통나무로 마감한 호텔이 꼭 시골 별장 같다. 작은 로비는 포근하고 아기자기하며, 호텔 곳곳에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아담한 전원주택 같은 분위기에 내외부를 모두 자작나무로 장식한 작은 호텔이다.
▲ 수즈달의 호텔 아담한 전원주택 같은 분위기에 내외부를 모두 자작나무로 장식한 작은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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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염하게 앉아 있는 검은 고양이는 이 거실에 집을 갖고 있는 호텔 마스코트인데, 저녁 내내 우리 방에 머물며 장난을 걸었다.
▲ 호텔 내부와 호텔 마스코트 고양이 요염하게 앉아 있는 검은 고양이는 이 거실에 집을 갖고 있는 호텔 마스코트인데, 저녁 내내 우리 방에 머물며 장난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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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식한 그림과 퀼트 소품들은 주인의 안목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 느낌은 방에 들어서서도 마찬가지이다. 천장까지 굵은 자작나무로 마감을 한 룸에 모양과 크기가 다 다른 침대보와 베개, 연필과 지우개가 놓인 필통, 넓은 창, 창 아래 오밀조밀한 화단까지. 모스크바의 페트로프 왕궁 호텔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이 호텔은 한동안 우리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역시 우리는 자동차 여행 체질이라며 한껏 들뜬 채로 처음으로 긴장 없는 잠을 잤던가 보다. 아침 여섯 시에 눈이 뜨였다. 가랑비 뿌리는 창밖은 우리를 자꾸 불러낸다. 인적 없는 마을 거리를 나서니 어제 저녁 어둠에 묻혀있던 찬란한 풍광이 펼쳐진다.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카멘카 강 너머로 선명한 코발트 빛의 둥근 꾸뽈이 동화 속 그림 같다. 극적인 것은 늘 여러 개의 극적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힘든 렌트 과정, 7시간이 넘는 운전, 시골 마을과 어울리는 소박한 호텔. 이런 것이 극적 요소일 것이다.

강 너머 푸른 꾸뽈을 얹은 성당이 보인다.
▲ 카멘카 강 강 너머 푸른 꾸뽈을 얹은 성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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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바라보며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그림같은 성당의 풍경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0세기경부터 수 세기 동안 여러 공국들의 수도였고, 오래 동안 종교 중심지였던 이 도시의 이력이 아침 바람과 함께 새삼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본격적인 관광을 위해 강 건너 끄레믈(성채)은 아껴두고 마을을 산책한다. 군데군데 버려둔 듯한 교회가 있고, 집집마다 주인의 마음을 알 것도 같은 꽃들이 심어져 있다. 묻어 두었던 전원주택에 대한 욕망이 다시 꿈틀거린다. 설계를 하고 화단을 꾸미고 꽃씨를 뿌리는 순간. 아, 이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그처럼 세속적 욕망이 굼틀대다니. 빨리 가서 아침이나 먹어야겠다.

크레믈로 가기 위해 체크아웃을 하는데, 척 보아도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빵을 한 봉지씩 건네준다. 체크아웃하면서 이런 선물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수즈달의 역사만큼 마음이 깊은 주인이다. 수즈달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여러 유적들, 특히 엄청난 수의 교회들이 남아 있어 이웃 도시인 블라디미르와 함께 '블라디미르-수즈달 백색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어 골든링 도시들 중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어느 정도 '현대화의 때가 탄' 인구 35만의 블라디미르와는 달리  만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수즈달은 아직까지도 시골 전원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새벽에 보았던 크레믈 중심부의 눈부신 파란 돔은 1225년에 건립된 로제스트벤스키 대성당(성모마리아대성당)이다. 대성당은 수즈달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데, 흰 돌에 부조로 되어 있는 아랫부분이 13세기 당시의 것이고, 상부는 16세기에 다시 세운 것이다. 성당 내부는 13세기부터 17세기에 걸쳐 그려진 프레스코화나 이콘들도 덮여 있다. 성경 이야기가 금 도금으로 그려져 있는 <황금문>은 현재 성당 안에 전시되어 있다.

푸른 구뽈이 인상적이다.
▲ 로제스트벤스키 대성당 푸른 구뽈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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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근처에 차를 파킹하고 나무다리로 카멘카 강을 건넌다. 크레믈 입구 길가에 한 할아버지가 손풍금을 켜며 러시아민요를 구성지게 부른다. 그 옆에 검정 개 한 마리가 지그시 눈을 감고 음미하듯 바르르 몸을 떤다.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할아버지 모자에는 적지 않은 루블화가 모였다. 일군의 관광객이 흩어지자 할아버지도 짐을 챙긴다. 반전 하나. 할아버지는 좀 떨어진 곳에 세워진 벤츠 승용차의 문을 연다. 반전 둘. 검정개가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자 저리가라며 손을 내젓는다. 수익의 반은 검정개 몫인데. 아, 자본주의여! 사람 사는 세상이여! 어쨌든 아름답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검둥이의 표정은 노래를 감상하는 듯 편안하다.
▲ 러시아 민요를 구성지게 노래 부르던 할아버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검둥이의 표정은 노래를 감상하는 듯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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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믈을 돌고 천천히 마을길을 드라이브한다. 미음가는대로 가다섰다를 반복하며 여유를 즐긴다. 덩치 큰 러시아 할아버지가 우리 일행을 보고 반갑게 말을 건다. 이런 덩치도 이런 친절도 낯설다. 영어 한 마디 못 알아듣는 할아버지는 열정적으로 뭔가를 설명한다. 말을 끊을 수 없어 어색한 미소만 날리다 겨우 빠져 나왔다. 그 할아버지가 설명한 것이 스파소 에프피미에프 수도원이라고 짐작한 것은 그곳에 도착하고서였다.

마을 북쪽을 수호하고자 메칸가 강 좌측에 성벽을 돌려 만든 이 수도원은 1352년에 창건되었다. 지금의 성벽은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연합군에게 파괴된 후에 만들어진 것이며, 12개의 탑이 있고, 높이 8m, 길이 1.5km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성벽 안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스파소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을 비롯하여, 브라고베시첸스카야 교회, 우스펜스카야 교회, 니코리스카야 교회, 종루 등이 있다.

성벽이 꽤 높으면서도 길게 둘러 있다.
▲ 스파소 에프피미에 수도원 성루 성벽이 꽤 높으면서도 길게 둘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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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계상 야로슬라블(Ярославль)을 건너뛰고 골든링 도시 중 모스크바에서 가장 가까운(72Km) 도시 세르기예프 빠사드(Сергев Посад)로 향한다. 이곳은 트로이체 세르기에프 대수도원(삼위일체 수도원)과 마트료시카 등 민예품의 산지로 유명하다. 트로이체 세르기에프 대수도원은 중세 러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정교회 지도자라 하는 세르기우스가 1340년대에 창건했다. 세르기에프 빠사드는 대수도원의 주변에 만들어진 도시였던 것이다. 트로이체 세르기에프 대수도원은 현재 러시아정교의 가장 중요한 수도원 가운데 하나로서, 모스크바 신학대학이 있으며, 러시아정교의 정신적 지주라고도 할 수 있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경건한 몸가짐에서 이 수도원의 종교적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 세르기예프 빠사드의 트로이체 세르기에프 대수도원(삼위일체 수도원)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경건한 몸가짐에서 이 수도원의 종교적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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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입구부터 관광객보다는 신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인들은 모두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성호를 긋고 입장을 한다. 여사들도 괜히 머플러를 꺼내 머리에 두르고 나도 모자를 벗는다. 푸른 하늘과 하얀 벽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얹혀 있는 황금색 꾸뽈은 이곳이 수도원이 아니라 행복한 왕자와 공주가 살고 있는 동화 속 그림나라 같다. 그러나 수도원 안의 풍경은 경건하기 그지없다. 유난히 검은 사제복을 입은 수도사들이 많이 보이고, 신자들의 경건하고 간절한 기도소리가 낭랑하여 사진을 찍는 것조차 송구스럽게 만든다. 

고풍스러운 목조 외관과 깔끔한 실내와는 달리 음식은 형편 없었다.
▲ 세르기예프 빠사드의 러시아 전통 레스토랑 고풍스러운 목조 외관과 깔끔한 실내와는 달리 음식은 형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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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로 들어가면 렌트카를 반납하고 상트페트로부르크로 가는 밤 열차를 타야 한다. 이곳에서 그럴듯한 만찬을 하기로 하고 식당을 검색하니 수도원 가까운 곳에 전통 식당이 있다. 화려한 외관과 내부 장식이 꽤 고급스럽다. 한쪽에서는 일군의 러시아 중년 남녀들이 이미 얼근히 취한 채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회인가?

경험적으로 일인 일요리는 양이 많을 거라는 걸 알지만 작정을 한 만찬이므로 폼나게 시킨다. 고기도 다양하게, 비프, 램, 포크 등. 요리방법도 다채롭게 전통 샤슬릭부터 스테이크, 필레까지. 그런데 나온 음식의 맛은 똑 같다. 모두 바짝 태워 나무둥치를 씹는 맛이다. 완전 입맛 버렸다. 돈은 비싸다. 9000루블 가까이. 이것이 진정 러시아의 맛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다웠던 수즈달과 성스러운 세르기예프 빠사드의 기억이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만든다.


태그:#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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