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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항대협곡
 태항대협곡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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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집을 한껏 불린 뱀 한 마리
       천년을 꿈꾸며
       서슴없이 몸을 던진다
                -이상옥의 디카시 <태항대협곡에서>

기원전 1000여 년 전 중국 상나라 은허유적지에서 발굴된 유적에서 순장제도나 인두제사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고 앞의 연재에서 말한 바 있다. 이 유적에서 고대 인류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알 수 있었듯이, 지금부터 약 4000여 년 전 인류는 약육강식의 동물세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인류는 비록 수많은 난제와 모순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자연과 인간 자신을 스스로 극복하며, 오늘의 디지털문화와 글로벌 시대를 활짝 열었다. 과연 인류의 위대한 진보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인간정신의 위대함을 보이는 홍기거

지난 9월 16, 17 양일간 정주경공업대학교 외사처 주관으로 한국 교환학생들과 함께한 투어 둘째날 하남성 임주 홍기거와 태항산대협곡을 둘러보며, 어쩜 동물보다 더 약한 신체적 조건을 가졌으면서도 오늘의 위대한 문명의 진보를 가져온 인간 도전정신의 위대함을 새삼 찬탄하였다.

홍기거 입구
 홍기거 입구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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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장을 이용하여 위대한 홍기거라는 대역사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의 작업 현장을 찍은 사진
 작은 연장을 이용하여 위대한 홍기거라는 대역사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의 작업 현장을 찍은 사진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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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항산을 뚫고 흐르는 홍기거의 수로, 당시 건설현장에 투입된 사람의 동상이 수로를 응시하고 있다.
 태항산을 뚫고 흐르는 홍기거의 수로, 당시 건설현장에 투입된 사람의 동상이 수로를 응시하고 있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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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69년까지 하남성 안양시 현급 임주시(林州市)의 태항산(太行山) 산간지역에 1500㎞의 인공 관개수로를 건설했는데, 그 이름이 인조천하라는 별칭을 가진 홍기거(红旗渠)이다. 홍기거(紅旗渠)는 붉은 깃발을 내걸고 만든 수로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임주에 사는 주민들은 예전부터 물 부족에 시달려 와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원지대 섬서성과 산서성에서 하북성을 거쳐 흐르는 황하 물줄기 일부를 하남성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대역사를 시작했다.

동물들은 자연을 그냥 그대로 이용하지만, 인간은 때로 환경파괴라는 불명예를 안으면서도 자연을 인간의 편의대로 정복해 왔다. 오늘날 그 폐해가 곳곳에서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것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한 잣대가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홍기거는 전국에서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10년간 간단한 연장만을 갖고, 순전히 인력으로 1250개의 산과 152개 봉우리를 깎고 다듬고 뚫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공사 중에 숨진 사람만 80여명이라고 한다. 홍기거는 세계에서 가장 긴 산간지역 관계수로인바, 이게 순수 인력으로 만들어졌다니, 인간정신의 위대한 승리임에 틀림없다.

태항대협곡을 오르는 사람들.
 태항대협곡을 오르는 사람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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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항대협곡의 구절양장 같은 길로 전동차가 다닌다.
 태항대협곡의 구절양장 같은 길로 전동차가 다닌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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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항대협곡의 신비한 폭포
 태항대협곡의 신비한 폭포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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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홍기거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태항대협곡을 찾았다. 홍기거가 태항산을 뚫어 만든 하늘의 물길이라고 하면, 태항대협곡은 중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자연이 스스로 만든, 상상을 초월한 어마어마한 조각예술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하남성과 산서성 두 성 사이에 자리잡은 태항대협곡은 길이가 약 50km이고, 너비가 1.5km이며, 높이는 해발 800~1739m로 상대적인 계곡의 높이 차이가 1000m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기 힘들다.

중국의 그랜드 캐년 태항대협곡

대항대협곡에는 겨울에도 복숭아꽃이 피는 도화곡을 비롯하여 44개의 명소와 400여 곳의 볼거리가 있다고 한다. 한 시간 동안 직접 걸어서 태항대협곡의 비경을 보고 내려올 때는 전동차를 이용하여 천애절벽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찬탄이 절로 나왔다. 인류는 때로 자연을 정복하기도 하며 때로 신성시하며 경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위대한 인간정신문화를 꽃 피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홍기거, #태항대협곡, #그랜드캐년, #도화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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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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