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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로 유명해진 성 바실리 대성당
 테트리스로 유명해진 성 바실리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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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앞 분수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앞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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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의 첫 시작 나라로 선택한 러시아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이 네 개 도시를 거쳤다. 땅덩이가 워낙 큰 나라기 때문에 도시 이동에 소요시간이 많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짧디 짧은 2주 동안 난 러시아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는 젊음의 도시 '모스크바'

카우치 서핑을 한 덕에 도착하자마자 호스트의 가이드로 모스크바 시내투어를 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도시를 걸으며 듣는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딱딱했던 공산주의 이미지였던 러시아에 대한 편견은 모스크바를 다니며 산산이 부서졌다. 아마도 지금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은 바로 모스크바일 것이다.

모스크바에는 크렘린 궁이나 테트리스 메인화면인 성 바실리 성당이 있는 붉은 광장만 있는 게 아니다. 유명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 옆으로 도보여행자들을 위한 천국이 펼쳐진다. 차로를 막고, 새롭게 형성된 거리에는 크고 작은 축제와 거리의 음악가, 명품에서 수제까지 다양한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오랜 역사를 품은 건축물들이 도심 곳곳에 숨겨져 있다.

가이드 북을 보고 왔다면 그냥 지나쳤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 백화점에 가면 모스크바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도로 한가운데의 상점엔 옛 귀족 저택의 화려한 실내장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상품을 팔고 있는 식료품점도 자리하고 있다.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고르키 파크는 보트를 탈 수 있는 작은 호수를 중심으로 해질 무렵 맥주 한 잔 하기 좋은 벤치와 레스토랑이 많아 현지인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 준다. 고르키 파크를 빠져나와 모스크바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모스크바에서 최고로 꼽히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이 나오고 그 앞엔 화가들의 거리가 펼쳐진다.

미술관부터 카잔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로수길이나 서래마을, 삼청동보다 훨씬 트렌디한 상점들의 모습을 목격한다면 그동안 러시아를 외면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거리 곳곳마다 구시대의 잔재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현시대의 신문물이 만들어가는 모습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모스크바는 충분이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곳이다. 

도시와 자연,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하는 '이르쿠츠크'

바이칼 호수의 올호 섬
 바이칼 호수의 올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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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러시아 무역의 중심지였던 이르쿠츠크는 도심 관광도 볼거리가 많지만, 러시아인들의 대표 휴양지로 꼽히는 바이칼 호수로 가는 길목으로 더 유명하다. 지리적 특성상 몽골과 인접해 있어 동양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 외국인이라는 시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이르쿠츠크 도심에서의 관광은 키로프 광장부터 시작된다. 광장 주변의 바닥을 살펴보면 흐릿하게 초록색 라인이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라인을 따라 가면 러시아 정교회를 비롯한 이르쿠츠크의 명소들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이르쿠추크에 사람들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호수 바이칼 때문이다. 시내에서 미니 밴을 타고 4시간 정도 이동 후, 다시 배를 탔다가 또다시 1시간을 차로 이동해야 하는 올혼 섬은 고된 여정에도 불구하고 인기 숙소엔 방이 없을 정도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섬 북부 또는 남부 투어는 3만 5000원 정도의 비용에 하루 종일 섬 곳곳을 보여주고, 바이칼 호수에서만 산다는 생선 '오믈'로 만들어진 점심까지 제공해 준다. 숙소까지 픽업은 기본이다.

바이칼 호수는 가까이서 보아도, 먼 곳에서 보아도 그 청명함과 드넓은 모습에 그저 소리 없는 감탄만 나올 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영하 30도의 날씨를 뚫고 한겨울의 바이칼을 다시 찾고 싶을 정도니 말이다.

편안한 중년의 여유가 느껴지는 '블라디보스토크'

독수리 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
 독수리 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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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불과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는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주요 관광지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짧은 일정으로 둘러보기에 더없이 좋은 관광지다.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부터 혁명광장, 개선문까지 이어지는 거리는 30분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고 조금 더 힘을 낸다면 독수리 전망대까지 올라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한눈에 담아 볼 수 있다. 아니면 해양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아 쇼핑 스트리트를 지나 공원까지 걸으며 여러 상점을 구경하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을 살짝 엿볼 수도 있다.

탁 트인 해양공원의 작은 모래사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 놀이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을 구경하다 뱃속이 허전해지면 코 끝을 자극하는 냄새가 이끄는 공원 끝으로 걸어가 보자. 즉석에서 요리해 주는 저렴한 킹크랩과 시원한 맥주 한 잔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블라디보스토크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바쁘게 이곳저곳을 다니지 않아도 되고, 위험하지도 않고, 해가 길어 늦게까지 다녀도 무방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여름은 게으른 여행자들에게는 최고의 여행지가 되어줄 것이다.

고풍스러운 매력, 중후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박물관
 에르미타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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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는 프랑스 파리에 대한 찬사를 그대로 가져다 붙인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고풍스럽고, 다채롭다. 건축, 문학, 역사, 음악 등 어느 한 분야를 정해 관광한다고 해도 며칠의 시간이 부족할 만큼 볼거리가 많고 이야기가 많은 곳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다.

옛 수도의 찬란했던 과거를 담고 있는 이 도시는 여행자에게 한순간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지칠 때까지 작품을 관람하고 나오면 모던한 옷을 입은 현대 미술관인 신관이 정면에 마주하고 있고, 광장에서 햇볕을 쬐며 쉬다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운하를 오가는 유람선들이 빨리 올라타라며 기다리고 있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나타나는 동상들은 어느 예술가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피로 얼룩진 왕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고, 도시를 만든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난 시절을 생생하게 알려 준다. 거기에 바로크, 고딕, 르네상스 등 다양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이 도시의 건물들은 운하를 통과하는 500여 개의 다리와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공산주의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러시아'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면모를 지니고 있는 도시다. 우리가 '유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미지의 도시, 그곳에 가장 적합한 모습을 갖춘 도시가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https://brunch.co.kr/@movemovemove/14)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세계여행, #러시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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