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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같은 거 배우라고 내가 며느리를 복지관에 보냈어요. 근데 공부는 안하고 뮤지컬 보고 시장놀이나 갔더라구. 아휴, 나는 그런 거 못마땅해. 그래서 안 보내. 나가지 말고 집에서 살림이나 배우라고. 복지관에서 왜 그런데 데리고 다니냐구. 그래서 지금은 안가요. 나는 옛날사람이라 그런지 그런데 다니는 거 안 좋아해."

여든이 넘은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던 24살 결혼이주여성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때마침 16개월 딸이 다가와 안기자 이주여성은 딸을 안고 돌아 앉았다. 하지만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수목 팀장과 나미영 담당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복지관하고 좀 달라요. 이주여성 며느리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사업을 위주로 해요. 그러니 센터에 보내주세요."

그러나 시어머니도 지지 않았다.

"아니 이제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 한마디라도 배울 곳에 가면 좋은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다니는 거 못마땅해. 어디 다녀봐야 시어머니 흉이나 보고 가족들 흉이나 보고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이날 방문에서는 아무 것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김수목 팀장은 다음달 15일에 개최되는 양평군다문화가족체육대회에 오면 선물을 많이 준다는 말로 참여를 부탁하고 돌아섰다.

2016.09.23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수목 팀장과 나미영 담당자
 2016.09.23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수목 팀장과 나미영 담당자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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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하고 나오는데도 시어머니의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주여성 며느리가 김수목 팀장을 따라 나가자 시어머니가 큰소리로 외쳤다. "뭐, 따로 할 말이 많은가 봐요?" 센터 직원들은 따로 할 말 없으니 더 나오지 말고 들어가라고 며느리를 돌려세웠다. 아이를 안고 나온 앳되고 예쁜 이주여성 며느리의 얼굴에 아쉬움과 슬픔이 비쳤다.

차를 타고 다음 집으로 이동하는데 나미영 담당자가 이 마을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원래 이 마을에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아서 복지관이 한국어교육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했어요. 그런데 이주여성 2명이 집을 나간 뒤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 때문에 가출했다고 생각한 동네 사람들과 시댁 식구들이 이주여성들의 프로그램 참여를 막아 복지관 프로그램이 완전히 없어졌어요. 그리고는 아무데도 안 보내는 거예요."

그렇게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지 4년이 된 이주여성은 양평의 한 시골에서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고 생활한다. 그 집 마당 한 구석에는 남편이 마신 소주 빈 병 100여 개가 산이 되어 쌓여있었다.

고립되고 억압받는 결혼이주여성, 어떻게 해요?

2016.09.23 잃어버린 다문화가족을 찾아나선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수목 팀장과 나미영 담당자
 2016.09.23 잃어버린 다문화가족을 찾아나선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수목 팀장과 나미영 담당자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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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진행한 '가족발굴 프로젝트, 가가호호 방문사업'에 기자가 동행했다.

한국에 시집 온 뒤 단 한 번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한 적이 없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한국어는 어떻게 배울까?

이러한 궁금증은 결혼이주여성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률이 20~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없다. 센터에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이주여성들도 상담을 하다보면 갈등하고 고민하다 이혼하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럼 나머지 70~80% 이주여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양평군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 536명을 직접 찾아가 전수 조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에 시작해 벌써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 1주일에 1번, 기껏해야 1달에 15가정 정도 밖에 방문하지 못하지만 인권유린 상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다문화가정을 여럿 발굴했다.

한 다문화가정은 아주 외딴 시골에서 7살 딸까지 세 식구가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허름한 판자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한국에 온지 8년이나 된 이 이주여성은 전혀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남편은 아내가 한국어를 비롯해 아무것도 배울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7살이나 된 딸 역시 말을 한마디도 못한다는 것이다. 김수목 팀장은 남편을 겨우 설득해 한국어 방문교육 서비스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2달 만에 방문교육 선생님이 김수목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 집에 가는 것이 너무 무서워요. 그리고 두 달이나 가르쳤는데도 그 이주여성은 한국어를 전혀 한마디도 못해요"

김수목 팀장은 이야기하는 동안 남편의 눈치만 볼 뿐 완전히 무표정했던 그 이주여성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센터 측은 양평군의 취약계층지원프로그램과 무한돌봄 서비스 등 가능한 지역사회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그 가정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날 기자와 센터 직원 두 명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결혼이주여성 3가정을 방문했다. 다행히 나머지 두 가정은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한국어도 잘 했다. 다만 한 가정은 경제적 빈곤이 심각해 보였고 한 가정은 농사일이 무척 바빠 보였다.

그리고 3명의 결혼이주여성 모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소개하는 김수목 팀장의 얼굴을 보고 눈을 반짝였으며 표정도 밝아졌다.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수목 팀장과 나미영 담당자가 말했다.

"책상에 앉아서 업무하는 것 보다 직접 다문화가정에 찾아가 만나면서 여러 가지를 느낍니다. 정말로 다문화가족들에게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센터 프로그램과도 연계시킬 수 있어 좋아요. 하지만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어요. 그럴 때면 우리가 남의 나라에서 이주여성들 데려와서 과연 인격적인 대우를 하고 있는 것인가 회의가 들기도 해요."

"저는 사회복지사를 좀 늦게 공부했는데 가가호호 방문 프로그램을 하면 제가 사회복지사인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힘은 들지만 보람이 커요. 하지만 저 역시 고통 속에서 사는 이주여성을 보면 똑같은 사람인데 왜 그들은 한국에 와서 대우받지 못할까. 내 동생이고 내 딸이라고 저렇게 할까. 시어머니와 남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양평은 넓은 지역이다. 이날 기자까지 3명을 실은 양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경차는 결혼이주여성 3명을 찾아가는데 140km를 달렸다. 그들과 우리 각자의 거리는 실제로 그렇게 멀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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