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문왕
 문왕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호랑이 꼬리를 밟고
       호랑이 등을 타다
              -이상옥의 디카시 <주나라 문왕>

지난 주 토일 양일간 정주경공업대교 외사처 주관으로 교환학생으로 온 한국대학생들과 함께 하남성 안양시 투어를 했다. 학교 부근 호텔에서 집결하여 관광버스를 타고 오전 8시경 출발하여 오전 10시 30분쯤 안양시에 도착했다. 그때부터 정말 알찬 여정이 이어졌다. 혼자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과는 달리 가이드와 함께 하는 단체여행이어서 더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정주에서 안양으로 가는 길에 끝없이 펼쳐지는 가을 벌판
 정주에서 안양으로 가는 길에 끝없이 펼쳐지는 가을 벌판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안양은 북경, 남경, 서안, 낙양, 개봉, 항주, 정주와 함께 중국의 8대 고도로 일컬어지는 역사문화도시로 곳곳에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이번 여정 첫째 날은 주 문왕이 7년간 감금된 유리성, 중국문자박물관, 은허박물관 둘째 날에는 세계 8대 기적으로 불리는 인공수로인 홍기거, 중국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태행대협곡을 둘러 봤다. 다들 너무 의미 있고 감동적인 것들이라 몇 차례 분재하여 소개해 볼까 한다.

주역의 발상지 '유리성(羑里城)'

유교 경전인 사서삼경 가운데 삼경의 하나인 주역의 발상지 '유리성(羑里城)'을 제일 먼저 방문했다. 주역(周易)은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양상과 자연현상의 원리를 풀이한 것으로 동양의 우주론적 철학으로 일컬어지는 위대한 지혜서이다. 주 문왕(周文王)이 유리성에 7년 동안 갇혀 있으면서 삼황오제 때부터 전수되던 것을 연구하여 '周나라의 易' 즉, '주역(周易)을 만들었다고 한다.

삼경의 하나인 주역의 발상지를 방문하는 감회가 어찌 예사롭겠는가.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은 폭군 중 폭군이었다. 주왕은 애첩 달기에게 빠져 포락지형, 주지육림의 폭정을 일삼았다. 이때 주 문왕은 서백후에 봉해져 선정을 베풀었다. 폭군 주왕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주 문왕에게로 모여들게 되니, 이를 시샘한 주왕은 주 문왕을 유리성에 가둔다.

주 문왕이 7년 동안 감금된 유리성.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도 보인다
 주 문왕이 7년 동안 감금된 유리성.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도 보인다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역을 풀었다고 하는 주문왕연역처(周文王演易處).
 역을 풀었다고 하는 주문왕연역처(周文王演易處).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연역방
 연역방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문왕이 물을 길어 먹었다는 우물
 문왕이 물을 길어 먹었다는 우물
ⓒ 이상옥

관련사진보기


이후 주왕은 주 문왕이 점을 잘 치고 예언을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것이 사실이면 죽이고 가짜이면 풀어주기로 하고는 인질로 도성에 와 있던 주 문왕의 아들 백읍고(伯邑考)를 인육으로 음식을 만들어 주 문왕에게 먹게 했다. 주 문왕은 그걸 알면서도 먹고는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가 모두 토해냈다. 후일 토한 곳에 무덤을 만들어 '토아분(吐兒墳)'이라 했다.

주왕실 기초를 닦아 사후 주 문왕으로 추존

자기 새끼 고기를 좋다고 먹는 소인배 중 소인배라며 무시당한 채 유리성에서 풀려난 주 문왕은 서쪽으로 달아나 주(周)나라를 건설하며 후일을 도모했다. 널리 인재를 구하는 중에 그 유명한 강태공을 만나 국사로 삼았다.

은나라의 폭정에 신하와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기회가 찾아왔지만 때가 아님을 알고는 거사를 일으키지 않고, 주 문왕의 차남인 무왕이 은나라를 무너뜨려 주왕조를 세우게 했다. 주 무왕은 주나라의 기초를 닦은 아버지를 사후에 문왕으로 추존하였다.

호랑이 꼬리를 밟은 절체절명의 위태로운 국면에서도 천리를 보는 예언서라는 주역을 만든 주 문왕!, 굴욕을 참고 때를 기다리며 결국 호랑이 등에 올라타 주나라 창건의 기초를 닦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올 3월 1일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주역의 발상지, #주 문왕, #유리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