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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建國節)'. 나라가 건국된 것을 기념하는 날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것을 시도했습니다. 결국 많은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됐죠. 그런데 최근 다시 '건국절'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바로 새누리당에서 '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는 것에 대한 논쟁의 불이 다시 점화됐습니다. 인터넷과 SNS 곳곳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쓸모없는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건국절'은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어째서 잘못된 것일까요? 어떤 분들은 "나라가 있는데 어째서 광복절 대신에 건국절이 안 된단 말이냐?"라고 의문을 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이유를 여러분께 알리고자 합니다.

'민족반역자'가 '건국공로자'로 바뀌는 건국절!

친일반민족행위자.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협력했던 이들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대중들에게는 '친일파'라는 말로 알려져 있지요. 그들은 독립투사들을 고문하고 살해하였으며 일본군을 위한 징용·징병을 장려하였고 심지어 강제위안부까지 보냈습니다.

이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민족반역자'들이 '건국공로자'로 바뀐다면 어떤 기분이신가요?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 분들은 분명히 분개하실 겁니다. 혹은 '어떻게 나라를 팔아넘긴 친일파가 건국공로자가 되느냐?'라고 반론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은 사실입니다. 해방 이후에 미군정은 친일파들을 재등용했습니다.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친일경찰, 일본군·만주군 출신의 군인, 친일지식인과 관료들을 고스란히 재등용했습니다. 청산되어야 할 친일파들은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재등용이 된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지지기반이 미약하던 이승만과 손을 잡고 소위 '건국활동'에 혁혁한 공을 세웁니다. 당시 임시정부 출신들은 분단을 가져올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였습니다. 그 빈자리를 친일파가 채우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건국절이 법제화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과 같은 자들이 '건국공로자'가 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합니다. 노덕술, 일제강점기 당시에 독립투사들을 고문하던 친일경찰입니다. 해방 이후 그는 이른바 '빨갱이 잡는 경찰'로 변모합니다. 독립활동을 하던 약산 김원봉 의열단장을 '빨갱이'라는 명분으로 고문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노덕술을 '애국자'로 지칭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노덕술 같은 이 덕분에 내가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

해방 이후에 노덕술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훈장을 무려 3개나 받았습니다. 만약 광복절이 건국절로 바뀐다면, 훈장을 받은 것을 근거로 노덕술도 얼마든지 '건국공로자'가 될 수가 있습니다.

노덕술 외에도 수많은 친일파들이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친일파들이 '건국공로자'가 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른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건국절!

독립운동을 생각하면 누구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떠올리실 겁니다. 3·1운동 이후에 만들어진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의 중심이었습니다. 봉오동전투, 청산리대첩 등의 무장투쟁 외에도 한인애국단 등의 의열투쟁도 전개해나갔습니다. 이는 나라를 잃었음에도 분명하게 우리민족이 싸운 흔적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건국절 제정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에 세워진 '신생국가'가 돼버리고 맙니다. 즉,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전혀 상관없는 '신생국가'가 되는 셈이지요. 그것은 1919년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한다는 뜻입니다. 임시정부를 부정한다는 것은, 곧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부정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부정하게 된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북한이 선전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오로지 미국에 의해서 독립된 나라'로 전락합니다. 임시정부가 행한 모든 독립운동이 현재 대한민국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일본극우들이 떠드는 망언처럼 "독립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오로지 미국에 의해서 세워진 국가"가 정말로 현실화가 되고 맙니다.

오히려 북한의 정통성에 기여하는 건국절!

임시정부를 부정하게 된다면 그 악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바로 북한의 정통성에 힘을 실어주게 됩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1948년 9월 9일을 건국절로 삼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독립운동을 하기는 했으나, 그 이전에는 조직화된 정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북한은 1948년 9월 9일에 건국된 '신생국가'입니다.

만약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삼으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북한과 건국역사의 차이가 채 한 달도 되지가 않습니다. 굳이 따지면 우리가 더 길지만 그냥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죠. 오히려 북한에서는 '친일청산'을 내걸고, '친일파를 건국공로자로 만든 남한'에게서 민족정통성에 대한 우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합니다.

새누리당과 뉴라이트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운운하며 건국절 법제화를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1948년 8월 15일 건국절'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갉아먹는 것도 모자라서, 오히려 '북한의 정통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가 대한민국의 건국절일까요? 그 진실은 아래에 나와 있습니다.

진정한 건국절은 '1919년 4월 13일'.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진 날짜입니다. 3·1운동 이후에 각지에서 독립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이에 따라 상하이, 한성,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수많은 임시정부가 세워집니다. 그러한 임시정부들을 통합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우게 됩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에 좌우합작을 통해서 만들어졌습니다. 말하자면 좌파와 우파 모두의 거국적인 지지협력을 얻어서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북한이 1948년에야 겨우 정부조직을 갖추었습니다. 그것도 오로지 사회주의자들로만 구성된 정부를 수립했죠. 좌우 모두의 지지를 얻은 임시정부와 굉장히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흔히 알고 있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 별도의 독립군이 독자적으로 행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의 독립군들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일제와 맞서 싸웠습니다. 이 외에도 이봉창, 윤봉길 의사와 같은 의열투쟁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는 점입니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직후 임시정부는 일본과 독일에게 선전포고를 합니다. 그건 대한민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는 뜻이죠. 실제로 버마(미얀마), 인도 전선에 한국광복군을 파견해서 영국군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임시정부는 일본, 독일 등의 추축국에 맞선 연합국의 일원으로 싸웠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음을 세계에 직접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입니다. 이 시기에 사회주의자들도 분명히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조직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유일합니다.

또한, 최근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진핑 주석이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항저우는 한국과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30년대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3년 정도 활동했다. (중략)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께서 저장(浙江)성에서 투쟁하셨고, 중국 국민이 김구 선생님을 위해 보호를 제공했다."

시 주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항일투쟁에 대해서 언급한 것입니다. 이렇게 타국의 지도자마저도 임시정부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뭘 했을까요? 지난 8월 15일, 광복 71주년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을 언급하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자국 대통령이 오히려 자국역사를 부정하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만약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친일파들을 건국공로자로 만들 '역사세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위한다면 즉각 그 행동을 취소해야만 합니다.

이렇듯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한국의 독립에 무수히 많은 족적을 남겼습니다. 오히려 임시정부의 존재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더욱 탄탄하게 지탱해줍니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위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임시정부 수립 날인 1919년 4월 13일을 '건국절'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의 항일투쟁과 독립운동을 이끌어온 대한민국 임시정부! 그것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와 정통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1919년 4월 13일을 '진짜 건국절'로 지정해야만 합니다.


태그:#고충열, #진짜 건국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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