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연재 기사는 제주에 사는 어린여행자들이 직접 쓴 여행이야기입니다. 현재 제주시 광양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평범한 어린이들이 프로젝트 수업 과정에서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 모둠별로 스스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교통이나 각종 정보를 조사하고, 예산을 짜고, 좌충우돌 여행을 다녀온 후에 배우고 느낀 점을 쓴, 각자 인생에서 보자면 최초의 여행기인 셈입니다.

따라서 문장의 짜임새도 부족하고 글의 연결도 투박하지만, 아이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의 진지함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담겼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왜,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스스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 앞뒤 맥락에 대한 설명을 그들의 교사인 제가 얼마 정도의 글로 덧붙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우리끼리 떠나는 우도 여행
 우리끼리 떠나는 우도 여행
ⓒ 6쾌통쾌

관련사진보기


이번에 소개하는 여행기가 '여행과 글쓰기'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아이들이 쓴 마지막 글이다. 아이들은, 여행이 어떠했냐고 물어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재미있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에는 '힘들었지만, 재미있어요.'라고 좀 더 정확하게 정정하곤 한다.

힘들었다는 것은 한 번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돌아와서 글을 쓰고 발표하고 사진전을 준비하는 그 모든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일 테고, 재미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와 힘든 과정들을 거치며 얻게 되는 성취감과 친구들 사이에 쌓이는 추억 같은 것들 때문일 것이다. 

여행 당일 날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옆 반 선생님과 나는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에 학교 운동장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 하루짜리 여행일 뿐이지만 아이들끼리 떠나보낸 여행이라서일까. 기다리는 마음이 조금은 흥분되고 이런저런 다양한 감정들이 끼어들었다. 미안하고 대견하고 고마우면서도 애틋하고 보고 싶은. 아이들도 그랬던 걸까.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면서 아이들은 교사 주변으로 다가와 여행 이야기를 쫑알댔다.

"선생님! 우리 살아 돌아왔어요~! 진~짜 힘들었어요. 미끄러워 넘어질 뻔도 했어요."
"선생님~ 우리 자전거 탔어요. 2시간이나. 그런데요, 지은이 때문에 넘어질 뻔했어요."
"선생님 해수욕장에다가 돌로 하트 만들었어요. 동영상으로 촬영도 했어요. 보실래요?"
"수업 시간에 불렀던 노래 있잖아요. '여행을 떠나요', 그거 들으며 숲을 걸었어요."
"우리 돈 남았어요~! 도민할인 해줬어요. 여기 영수증하고 입장권도 다 받아왔어요."

그러다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제각각 무리지어 뛰어놀았고, 옆 반 선생님과 나는 마지막 모둠 아이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프로젝트 수업을 성찰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였다. 두세 명 아이들이 쪼르륵 다가오더니 아무런 맥락도 없이 불쑥 이런 말들을 내놓았다.

"선생님, 우리 이거, 프로젝트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준비하느라 힘드셨죠? 정말 재미있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헉. 감동이다. 눈물이 날 뻔했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교사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교사의 마음을 알아줄 때, 교사도 아이들과 함께 한 걸음 성장하는 법이다.

이제 아이들이 직접 쓴 여행기를 소개하겠다. 오늘도 두 개 모둠의 글을 한꺼번에 묶었다. 우선 첫 번째 글은 '6쾌통쾌' 모둠의 '눈물겨운' 우도 여행기다. 눈물겨운 이유는 여행기를 읽다보면 알게 될 것 같다. 이 모둠은 환경여행의 주제로 '제주의 바다'와 '제주의 먹거리'를 선택하였고, 그에 따라 선택한 우도를 아주 멋지게 여행했다. 우도에서 자전거 타기를 계획하여 예산안을 제출함으로써 전체 모둠 가운데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받은 모둠이기도 했다. 그들의 사연 많은 우도 여행을 따라 가보자.

모둠 친구들과 처음 가는 여행
글 : 김동렬, 김정한, 김지은, 안리나

오늘은 드디어 우도를 가는 날이다. 싸우지 말기를 기도하며! 우도는 작은 섬이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체험하고 조사할 것이 많은 섬이다. 우리가 우도를 여행하기로 한 이유는 바다와 먹거리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정한이를 기다리며 학교에서 출발 사진!
 정한이를 기다리며 학교에서 출발 사진!
ⓒ 양학용

관련사진보기


8시까지 학교에 모이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한이가 8시 30분까지로 착각하여 늦게 출발했는데 차까지 조금 막혀서 늦어버렸다. 그래서 버스를 놓칠까봐 지은이한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다.

"김지은! 내가 늦을 거 같으니깐 한화생명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만나자."
"어… 알갠!(알았어)" 

그래서 정한이는 아빠 차를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우리 일행은 없고 우리랑 같은 목적지를 갈 옆 반 일행만 있었다. 그때 옆 반 아준이가 "야!! 너 왜 여기 인? 너네 모둠 다목적구장에서 기다리고 인!"이라고 말했다.

정한이는 순간 멘붕이 왔다. 완전 당황했다. 그때 아준이가 지은이에게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하는데 갑.자.기!! 710번 버스가 와버렸다. 옆 반 애들은 타라고 하고 정한이는 일행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쩔 줄 몰라 그냥 옆 반 애들이랑 타버렸다.

한편 지은, 리나, 동렬이는 어떤 버스정류장인지 모르고 헤매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710번 버스가 온다고 했다. 급해서 전화를 끊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 그런데 버스는 가버렸고 정한이는 혼자 버스를 타버린 것이다. 우리들은 순간 유체이탈이 되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지은이와 정한이는 용쌤과 통화한 후에 따로 버스를 타고 가서 성산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버스를 타고 1시간 동안 지루하게 갔다. 정말 힘들고 고달팠다. 정한이는 성산항에 먼저 내려 일행을 기다렸다. 그런데 애들이 안 와서 전화를 했더니 'GS 25'라고 했다. 정한이는 화가 났다. 그래도 참고 빨리 오라고 했더니 지은이가 화내면서 말했다.

"야!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왜 화를 내냐고!"

정한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전화를 그냥 끊었다. 잠시 기다리니까 친구들이 왔다. 그러자 그 순간 울음을 터졌다.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고 답답하고 걱정되고 해서 참았던 눈물이 나온 것이다. 지은이는 정말 미안했다.

"(선생님,) 정한이는 혼자서 성산항에 왔어요. 이번 여행이 정한이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친구들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 먼저 흘리네요. 그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 (학부모안전도우미께서 그날 교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천국과 다름없는 우도 가는 배
 천국과 다름없는 우도 가는 배
ⓒ 6쾌통쾌

관련사진보기


우리는 헤어졌던 친구를 만나 겨우겨우 제시간에 배를 탈 수 있었다. 우도에 가는 배 안에는 너무 행복하게도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가 있었다. 리나는 너무 기뻤다. 그리고 시원한 음료수 자판기까지!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 천국은 겨우 몇 분 만에 끝나버렸다. 왜냐하면 우도에 배가 도착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나의 배터리는 겨우 18%밖에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천국이 지옥으로 바뀐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야호! 드디어 우도에 도착하였다. 일단 우리 모둠은 눈앞에 보이는 '우도관광레저'라는 곳에서 1만원을 낸 다음 자전거를 빌렸다. 우리는 동쪽으로 달려서 바다를 조사하러 '홍조단괴해빈'으로 갔다. 가는 길에 지은이가 동렬이 자전거를 박았지만 동렬이는 참았다. 홍조단괴해빈은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 2215-5번지 등 7필지(공유수면)에 있다. 그 쪽 해변의 모래(홍조단괴)는 다른 모래보다 두껍고 색깔이 예뻤다. 그리고 바다도 진짜 아름다웠다. 한 번 가보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배가 고파서 우리는 계~~~~속 나폴리화덕피자를 찾고 있는데 안 나타났다. 그런데 비가 한 방울씩 오기 시작했다. 아! 차가워! 우리는 비를 맞으며 맛집을 찾았다. 머리카락이 다 젖었다. 그래서 우리는 피자를 포기하고 산호반점에 가서 자장면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ㅂ…비…비싸다! 헉! 해물자장면 1만 1000원 해물짬뽕 1만 8000원 흑돼지탕수육 2만 5000원. 너무 비싸서 우리는 자장면 2개 짬뽕 1개를 시켰다. 학부모님도 짬뽕 1개를 시키셨다. 그래도 비싼 만큼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산호반점 옆에 있는 우도왕자가게에서 땅콩아이스크림 2개를 먹었다.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멋진 코끼리 얼굴을 만들어주셨다. 아이스크림 위에 과자를 토핑해준 것도 너무 맛있었다.

우도에서 만나는 코끼리 땅콩 아이스크림
 우도에서 만나는 코끼리 땅콩 아이스크림
ⓒ 6쾌통쾌

관련사진보기


자전거 타고 우도여행 Go! Go!
 자전거 타고 우도여행 Go! Go!
ⓒ 6쾌통쾌

관련사진보기


이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가는 시간이다. 너무 아쉽다. 우리는 또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반납하고 배를 타러 갔다. 우리는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만에 학교에 왔다.

지은이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멀미가 나고 힘들었고, 다시는 여행을 가고 싶지 않지만 '용쌤'이 또 보내주신다면 또 가고 싶다는 이상한 말을 했다. 정한이는 이번만큼 신나는 여행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했고, 동렬이는 좋은 추억이 되었고 우도의 문어빵과 화덕피자를 알고 싶어 우도에 꼭 다시 갈 거라고 했다. 리나는 너무 재미있었고 이 글을 보는 분들께 너무 추천하는 여행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제 나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행 끝.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주 국어 수업시간이었다. '말의 영향'이라는 단원에서 '같은 말이더라도 표정, 몸짓, 말투에 따라 뜻이 다르게 전달됨'을 알고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연습을 짝과 함께 역할놀이를 통해 익히고 있었다. 연습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 몇몇의 친구들이 발표하고 그 안에 조금씩 장난기가 묻어있어 함께 웃고 즐거워하던 중, 지은이와 정한이가 발표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런데 지은이는 둘이서 미리 대본을 짜서 연습했던 내용이 아니라, 여행에서 있었던 실제 상황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다. 즉 정한이가 혼자 버스를 타게 되어 외톨이가 된 듯 불안하고 속상하고 미안하고 그러면서도 화를 내는 친구들이 미운 그 복잡한 심정이 친구들을 만나자 울음이 되어버렸던 그 순간, 미처 미안했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내내 마음속에 담아두었을 지은이가 오늘 수업시간에 사과를 한 것이다. 진심을 담아.

정한이는 당황했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괜찮다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교실은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투명했다. 더 이상 '말의 영향'에 대해 교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없다고 느꼈다. 나머지 아이들에게 지은이와 정한이의 발표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이나 느낀 점을 나누자고 했다. 그때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었다. "소름 돋아요!" 다른 아이들도 격렬하게 공감의 반응을 보였다. 그 순간 내 느낌도 그와 같았다. 실제로 소름이 돋았다. 삶으로 배우는 공부가 진짜다.) - 교사의 덧붙이는 글       

다음은 아이들의 두 번째 글이다. '스페셜 세븐' 모둠이 노루생태관찰원을 방문하고 쓴 여행기다. 그들이 선택한 여행주제는 제주의 동식물이었다. 제주의 대표적인 동물은 당연히 노루다. 제주를 찾은 여행자가 제주의 산간도로를 달리다 야생노루를 조심하라는 도로 안내표지판을 만나게 될 때, 제주의 야생성과 평화로움에 훌쩍 다가서게 된다.

하지만 노루의 입장에서 제주가 그리 평화롭기만 한 삶의 터전은 아니다. 노루 개체수가 많아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2013년에 야생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사냥이 허락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한 해 수천 마리씩 포획되어왔지만 제주도는 올해 7월 다시 3년 연장을 결정하였다.

노루는 제주 사람들이 오름이나 숲에서 가끔 만나곤 하는 친근한 야생동물이다. 노루생태관찰원으로의 여행은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 특히 아이들에게 노루의 생태에 대해서 가까이 접근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제 마지막 모둠의 여행을 따라가보자.

자연과 함께하는 삶, 제주
글 : 강지웅, 김하늘, 부건도, 송서은

드디어 2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보통 현장체험학습과 달리 학부모님 한 분과 우리 모둠끼리만 간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환경'이다. 그 안에 여러 가지 작은 주제가 있다. 그중에서 우리 모둠은 동식물을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 '스페셜세븐' 모둠이 갈 곳은 바로바로 '노루생태관찰원'으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노루는 제주도의 대표 동물이고, 노루에 대해 더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노루생태관찰원 도착~!
 노루생태관찰원 도착~!
ⓒ 스페셜 세븐

관련사진보기


여행을 가기 전에 우리는 교통, 맛집, 입장료, 비용 등등 여러 가지 정보조사를 많이 했다. 조사하고 공부한 것을 PPT로 만드는데 모둠원들이 조금조금 나누어서 같이 만들었다. 완성하고 슬라이드를 쭈~~~~~~욱 넘기는데 힘들게 만든 보람이 있어서인지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와 동시에 역할, 예산, 모둠의 약속 등도 다 정했다. 그리고 학부모님이 언제 우리 학교에 오실지 전화를 드렸다. 약속한 시간은 8시 20분이다.

드디어…… 여행을 가는 날이 되었다. 8시 20분에 모둠 친구들이 학교에 다 왔다. 건도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오전 9시 5분에 시티투어버스 탈 거야."

그때 우리는 괜히 빨리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모둠과 같이 갈 학부모님은 바로 강혜리 어머님이시다. 모둠사진 "찰칵!" 혜리 어머님이 오늘 여행하는 날의 1일 선생님이라고 하셨다. 자 이제 출발!! GO! GO! 우리는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참고로 시티투어버스 요금은 성인 1200원, 청소년 900원, 이때 초등학생은 청소년에 포함이 된다. 오전 9시 5분 차였다. 옆 반 애들도 노루생태관찰원과 용두암을 간다고 한다. (우리는 용두암 안 가는데 부럽다.)

35분 후 드디어 도착! 매표소에 가서 표를 구입했다. 또 참고로 성인 1000원, 청소년 600원이다. 그런데 매표소 아주머니께서 돈을 안 내도 된다고 하셔서 하늘이와 서은이는 깜짝 놀랐다. 12세 미만인 사람은 공짜였다. 우리도 모르는 정보였다. 이것은 일종에 Tip인 걸까? 아무튼 우리 모둠원들은 노루 먹이를 줄 것이라서 1000원씩 내고 먹이 주는 표를 구입했다. 노루에게 밥은 오후 4시까지 줄 수 있다고 한다. 노루 먹이 주러 GO! GO!

제주의 상징, 노루
 제주의 상징, 노루
ⓒ 스페셜 세븐

관련사진보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스페셜 세븐

관련사진보기


얼마 정도 걷자 노루를 관리하시는 분이 계셨다. 노루한테 밥 줄 때 주의사항과 어떻게 주는지 알려주셨다. 밥은 당연 풀이다. 노루들이 식성이 참 좋았다. 그리고 처음 접하는 소식인데 노루들이 싸운다는 것이었다. 정말 신기방기 하였다. 그런데 큰 아이가 싸움을 말렸다. 해설사 분이 노루가 싸우면 싸움을 말리는 아이가 서열 1위라고 하셨다. 정말 몸집이 컸다.

그 다음 근처에서 좀 걸었다. 계획에도 없는 걸 했다. '거친 오름'에 간 것이다. 힘들었지만 올라가면서 뭔가 재미있었고, 내려올 때는 뛰어왔는데 너무 시원하였다. 그리고 노루전시관이 있어 전시물을 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밖에 나와서 옆 반 친구들이랑 같이 '술래잡기'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였다. 혜리 어머님께서 사진도 많이 찍어주셨다. 돈이 되면 우리도 옆 반 친구들이랑 같이 용두암에 가려고 했는데, 그때 건도가 말했다.

"오늘 학교 2시에 끝난다."

그때 지웅이가 좋아서 눈이 번쩍하였고 아이들은 지웅이를 보고 웃었다. 지웅이는 조금 창피하였다. 쩝. 헤헷. 그래서 돈도 안 되고 시간도 넉넉하지 않으니 11시 37분에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사람들이 많아서 서서 갔다. 너무 휘청거렸다. 힘들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46분이었다. 이제 10분 동안 걷기를 하였다.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랑 거의 맞았다. 그래서 지웅이 엄마 식당에서 밥을 먹으러 갔다. 가게 이름은 광양이조찌개집이다. 우리는 김치찌개 3인분을 먹었다. 지웅이 어머님께서 특별히 라면사리도 넣어주셨다. 엄청 맛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아들한테는 돈 안 받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돈을 받지 않으셨다. 그래서 그 돈으로 간식을 사먹었다. 후식으로 편의점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먹고 학교로 돌아갈 시간.

이것으로 우리 모둠의 여행이 끝이 났다. 지웅이는 아쉬웠지만 다음에는 더 보람찬 여행을 만들 것이고, 환경에게 나쁜 짓을 안 하겠다고 했다. 건도는 광양초에 다니고 있어 참 행복하다고 했고, 서은이는 노루에 대해 더 많이 알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리고 하늘이는 재미있는 여행이었고 앞으로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끝)

남은 돈으로 아이스크림!
 남은 돈으로 아이스크림!
ⓒ 스페셜 세븐

관련사진보기


여행 다녀온 다음 날 아침. 한 아이가 교사인 내가 출근하자마자 다가오더니 질문을 꺼낸다.

"선생님~! 다음 프로젝트는 뭐예요?"

다음 프로젝트 수업의 주제가 뭐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주제가 무엇인지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다음 프로젝트가 기다려지는 마음에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환경'이었고, 다음 주제는 '역사'다. 역사라는 내 대답을 듣고는 아이는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한다.

"역사!! 오~예! 역사는 (어디를 여행할지) 다 준비해뒀어요!"

우리 반 아이들은 10월 말에 떠날 다음 프로젝트 여행수업을 기다리고 있다. 나 역시 기다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독자들도 기다려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약속을 했었다. 모둠여행기가 <오마이뉴스>에 실리고 그에 따라 조금이라도 원고료를 받게 된다면 아이들 스스로 마련한 돈으로 피자파티를 열기로. 독자들과 편집기자분들 덕분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다.


태그:#여행과 글쓰기, #광양초등학교, #노루생태관찰원, #우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화의 섬 제주에서 살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초등교사가 되었고, 가끔 여행학교를 운영하고, 자주 먼 곳으로 길을 떠난다. 아내와 함께 한 967일 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묶어 낸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이후,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여행자의 유혹>(공저), <라오스가 좋아> 등의 책을 썼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