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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네팔 현지에서 열린 붉은 댄스 네팔 티즈 축제 모습이 지인의 페이스북에 게시되었다.
▲ 네팔 현지의 티즈 축제 오늘 네팔 현지에서 열린 붉은 댄스 네팔 티즈 축제 모습이 지인의 페이스북에 게시되었다.
ⓒ 김형효(지인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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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즈(Teej)는 네팔 여성을 위한 유명한 축제 중 하나다. 이날은 어린 소녀에서부터 할머니까지 좋은 결혼생활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 아직 결혼하지 못한 여성은 나중에 좋은 남편을 만나게 해달라는 소망을 담는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여성은 좋은 결혼생활을 소망한다. 이미 아들, 딸 낳고 살고 있는 보통의 여인들에게는 남편과의 긴 인생길에 대한 시바 신 혹은 마하데브(Shiva or Mahadev)라고 불리는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이토록 절절한 기원이 있어서일까? 티즈 축제는 국경을 넘어 한국에서도 열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나는 4일인 오늘 티즈 축제를 일주일 전부터 펼치는 네팔여성들을 보았다.

사정에 따라 이날 축제를 함께 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미 일주일 전부터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음식을 장만하여 나눠 먹으며 붉은 사리를 곱게 차려 입은 모습으로 춤추고 노래한다.

티즈 축제를 위한 음식을 준비 중인 수원시 매탄동 쉼터의 네팔이주민여성들 표정이 밝다.
▲ 티즈를 맞아 쉼터에서 음식 준비중 티즈 축제를 위한 음식을 준비 중인 수원시 매탄동 쉼터의 네팔이주민여성들 표정이 밝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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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도 네팔여성이니 춤을 즐기거나 잘 추지는 못하지만 티즈 축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곁에서 느끼게 된다. 아내는 이미 한 달 전부터 대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리는 티즈 축제에 함께 하기로 했다.

그때 결혼한 이주민여성들과 만나겠다는 기대 또한 넘쳤다. 나도 기꺼이 다녀오라고 했다. 몇 차례 기차표를 구매하자고 제안했으나 동행을 찾다가 그만 기차표를 구하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아내는 이미 이번 주 서울에서 한 차례 티즈 축제를 즐겼다. 수원역 앞에서 열린 네팔레스토랑에서도 축제를 함께 했다. 3일인 어제는 티즈 축제의 백미인 키르(Khir)라는 전통음식을 먹으며 밤새 춤추며 즐기는 날이다.

오늘 대구에 가기로 한 계획은 무산됐다. 쉼터에 머무는 네팔이주민여성노동자들 9명에게 위로의 시간을 마련해주자는 아내 뜻에 따라 나름 부담스런 금액을 지출해서 10여명이 먹을 만한 푸짐한 재료비를 투자해서 시장을 봤다. 저녁에 즐길 축제음식을 만든 것은 쉼터에 머무는 여성이주노동자들이었다.

매탄동 인근 집 주변인 우만동 작은 동산 배드민턴장에 축제의 공간을 마련했다.
▲ 우만동 동산에 체육시설에서 축제를 매탄동 인근 집 주변인 우만동 작은 동산 배드민턴장에 축제의 공간을 마련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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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Khir)는 우유에 쌀과 견과 등을 넣고 끓여 만드는 음식이다. 3~4마리의 닭과 감자도 주요한 요리 재료였다. 오후 2시부터 만들기 시작한 음식은 오후 5시가 지나서야 모두 마련되었다. 쉼터에서 머물다간 다른 여성이주노동자들도 오기로 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내가 살고 있는 우만동 작은 동산 체육공원에 그녀들을 위한 무대를 마련했다. 이른 어둠 속, 붉은 사리도 입지 못한 그녀들 모습이 일반 티즈 축제에 비해 초라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생기가 넘쳤으며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았고 티없이 춤추며 자신들이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었다.

아내는 오늘(4일) 낮 다시 수원역 앞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마련한 티즈 축제를 찾았다. 붉은색 사리는 아니지만 사리를 입고 그 자리에 함께 하였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어제 축제를 본 한 지인이 미국에서 전화를 걸어와 한국의 네팔여성이주노동자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고통도 슬픔도 축제와 함께 새로운 꿈으로 승화시켜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간직한 네팔인들. 축제가 그들을 살리고 있다. 적어도 그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그런 축제가 있는가 반문하고 싶어졌다.

붉은 사리는 아니지만 아내도 사리를 입고 참석한 수원역 앞 네팔레스토랑 오른쪽 맨 위 사진은 어젯밤 쉼터 여성들 오늘도 수원역 앞 네팔레스토랑 축제에 사리를 입고 참여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 오늘 9월 4일 수원역 앞 티즈 축제 현장에서 붉은 사리는 아니지만 아내도 사리를 입고 참석한 수원역 앞 네팔레스토랑 오른쪽 맨 위 사진은 어젯밤 쉼터 여성들 오늘도 수원역 앞 네팔레스토랑 축제에 사리를 입고 참여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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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축제를 보면서 어쩌면 삶의 의미를 윤택하게 하는 축제는 사라지고 황금에 바쳐진 것은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붉은 댄스라고도 불리는 네팔여성들의 티즈 축제를 보는 순간 그들의 힘을 느끼게 된다. 가난한 나라 네팔여성들의 힘이 네팔을 발전시키리라 믿게 되는 이유다.


태그:#네팔 여성들의 축제, #티즈(TEEJ) 축제, #네팔이주여성노동자 쉼터, #먼주 구릉, 김형효, #네팔한국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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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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