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구촌에 있는 다양한 국가들 중에는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도 있고 그렇지 못한 나라도 있다. 국가 간에 나타나는 발전 정도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부국이 빈국이 되고 빈국이 부국이 되는 일은 흔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시공사

관련사진보기

과거에는 일찍이 남미에 진출했던 에스파냐가 많은 부를 축적했지만,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영제국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르헨티나는 과거에 풍요롭던 부국이었지만 현재는 과거의 위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자원도 부족하고 영토도 넓지 않은 한국은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이렇듯 어떤 국가는 국가 발전에 성공하고, 어떤 국가는 과거 수준 이하로 퇴보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나와 있다. 지리적인 요인이나 문화적인 요인으로 이를 설명하는 학설도 있고, 국가의 통치자가 채택한 정책의 적합성으로 이를 설명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정치학자 제임스 A.로빈슨은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은 국가의 성패는 '제도'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가 발전을 불러오고, 착취적인 제도는 빈곤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가 과거보다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포용적 제도의 존재라고 보고 책을 썼다. 이들이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포용적인 제도의 중요성을 역사적 사례를 들어서 대중에게 설명한다.

저자들은 발전을 뒤로 하고 멸망한 마야 도시국가들과 명예혁명 이후 산업혁명으로 나아간 영국, 착취적인 식민 통치가 자리잡았던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예를 들며 제도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우리 이론의 요체는 포용적 정치·제도와 번영의 관계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신기술과 기능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소수가 다수로부터 자원을 착취하기 위해 고안되고, 사유재산권을 보장하지 못하거나 경제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는 착취적 경제제도에 비해 경제성장에 훨씬 더 유리하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정치제도에서 힘을 얻으며, 결국 서로 지탱해준다. - 607P

저자들이 강조하는 제도는 포용적 정치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 두 가지 모두다. 오늘날 경제 제도가 매우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만 발전해서는 성공적인 발전을 이루기 쉽지 않다. 정치제도가 착취적이라면 포용적 경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착취적인 정치제도의 엘리트들은 그들의 지위를 위협할 존재를 싫어한다. 따라서 그들은 새로운 경제 주체나 자신들을 위협할 만한 신흥 세력이 등장하면 신 세력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더라도 억압할 것이다. 과학 기술에 혁신을 일으키는 사람들과 새로운 시장의 개척자들은 기존 엘리트들에게 배척당하고 만다. 결국 국민들은 노력할 동기를 박탈당한다.

물론 착취적인 제도 하에서도 성장은 가능하다. 초기 소련에서 있었던 경제성장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런 성장은 한계가 뚜렷하다. 착취적인 제도의 엘리트층은 창조적 파괴를 수반하는 혁신을 거부한다.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이들도 착취자가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제도에는 강한 불안이 자리잡게 된다. 따라서 저자들은 권위주의적 체제 하에서 성장을 이루어 낸 중국도 김이 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포용적 정치제도는 경제제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고 경제적 성공이 착취당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혁신의 동기가 늘어난다. 포용적 경제제도에서는 부가 소수 집단에 편중되지 않고 정권 탈취의 동기를 줄인다. 결국 한 번 포용적 제도가 자리잡으면 제도들은 서로 선순환을 이룬다.

착취자에 맞서 다원적인 세력이 연합을 구축하면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늘어나게 되고, 그들에 의해 구축된 제도는 다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포용적인 제도의 엘리트들은 법치주의와 같은 자신들이 만든 포용적인 제도 그 자체에 구속된다. 포용적인 제도는 다시 다원적인 성향을 증대한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국가의 성패이기 때문에 어려운 주제를 논한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세계 다양한 예시와 논리적인 전개를 통해 독자를 안내한다. 단순한 역사 지식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극찬할 만큼의 통찰을 담고 있다.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들의 주장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금세 650쪽을 읽게 된다. 마야, 중국, 영국과 보츠와나,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끈다. 왜 세계가 지금과 같은 정세를 이루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국가가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시공사(2012)


태그:#국가, #제도, #성장, #빈곤, #발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화해주실 일 있으신경우에 쪽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