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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확정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확정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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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역사상 첫 여성 국가 원수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실각했다.

브라질 상원은 31일(현지시각) 전체회의에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최종 표결에 부쳐 총 81명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찬성 61표(반대 20표)로 가결했다. 이로써 호세프는 30일 안에 대통령궁을 떠나야 하고,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중도 우파 성향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채운다.

호세프는 1기 집권 시절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국영은행 자금을 불법으로 전용한 뒤 이를 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탄핵 소추에 몰렸고, 지난 5월 직무가 정지되면서 2016 리우 하계 올림픽 개회 선언도 하지 못했다.

경제난에 발목 잡힌 호세프 정권

호세프는 전날 최후변론에서 "국영은행 자금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이는 과거 정부들도 경제 상황을 좋게 보여주려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며 "탄핵은 쿠데타이자 정권 찬탈"이라고 주장했다.

호세프는 상원의원들과의 일대일 질의·응답에서도 격론을 펼치며 탄핵의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브라질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최악의 경제난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탄핵을 막지 못했다. 

AFP, CNN 등 주요 외신은 "재정회계법을 위반한 것은 탄핵을 위한 명분일 뿐이고, 진짜 이유는 경제난"이라면서 "호세프가 재선한 이후 브라질의 물가와 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라고 분석했다.

호세프는 지난 1992년 브라질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탄핵으로 실각한 권좌에서 쫓겨난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게 됐다.

호세프는 탄핵이 확정된 후 성명을 통해 "나는 작별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더 나은 브라질을 위해 쉬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은 호세프가 탄핵 가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핵으로 끝난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유복한 불가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호세프는 젊은 시절 좌파 운동에 투신,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는 반정부 게릴라로 활동하다 붙잡혀 전기 고문을 당하고 3년간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수감 생활을 마치고 경제학을 전공한 호세프는 2001년 노동자당에 입당해 빈민 노동자 출신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룰라 정권의 핵심 인사로서 정계와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고, 2010년 대선에 출마해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올랐다.

그러나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호세프 정권의 기반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경제난으로 민심까지 돌아서자 테메르 부통령이 탄핵을 주도해 마침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하지만 테메르 대통령도 룰라, 호세프 정권과 연립하면서 부패를 저질렀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브라질의 정국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호세프가 최종변론에서 "부패한 세력들에 의해 탄핵당하는 현실이 역설적"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이날 브라질 상원 앞에서는 호세프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모여 탄핵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죽었다"라며 "오늘 쿠데타를 직접 목격했다"라고 탄핵을 통과시킨 상원을 비판했다.


태그:#지우마 호세프, #탄핵,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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