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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8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참여연대와 함께 '나는 자영업자다' 특별 기획보도로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힘겨워하는 자영업자들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특별 기획보도에 참여한 자영업자 시민기자들은 '미스터피자' '피자에땅'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고발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폭리, 가맹점주에 대한 압박 등을 '다시 보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재조명합니다. [편집자말]
피자 프랜차이즈업계에서만 16년을 일했다. 많은 경험을 했다. 이젠 협동조합을 통해 최소한의 마진으로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드릴 생각이다. 사진은 영화 도쿄(2008)
 피자 프랜차이즈업계에서만 16년을 일했다. 많은 경험을 했다. 이젠 협동조합을 통해 최소한의 마진으로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드릴 생각이다. 사진은 영화 도쿄(2008)
ⓒ 도쿄(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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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천에서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는 40살 총각입니다. 열심히 일만 하고 살다보니 벌써 나이를 이렇게 먹었습니다. 몇 년 사이 맘 고생을 많이 했는지 머리가 벌써 하얗게 세고 마음은 까맣게 타 버려서 지금은 독거노인이라고 가끔 놀림도 받고 그럽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몇 달 동안 생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없이 들고, 잠에 들지 못해 술로 지새운 날도 있었지만, 이젠 그 못된 마음을 모두 뒤로 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더욱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초년생 부푼 꿈을 품고 외식사업에 발을 담그다

저는 그 동안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만 16년 제 청춘을 불살랐습니다. 대학졸업 후 첫 직장으로 외국계 프랜차이즈 피자업계에서 주방 직원으로 시작해 매니저를 거쳐 본사 마케팅 지원팀까지 약 6년간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념으로 무장

체계화된 시스템에서 각종 교육과 포상제도로 직원들은 물론 가맹점주들에게도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경험하였습니다. 본사는 "BACK TO BASIC"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WALK THE TALK"과 말들과 함께, 많은 베스트셀러 경영서적, 교육을 통해 정신무장을 강화하였습니다.

성과 위주의 외국계 프랜차이즈에 대한 회의

제가 입사할 때 제 인생의 모토는 "작은 배려는 나의 주변인들을 항상 즐겁게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주위 분들을 배려하고 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프랜차이즈의 환상을 보게 될 즈음 당시 새로 합류한 미국 본사 분들이 성과 위주 시스템에 얽매여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보다는 회사 수익을 우선하는 것을 보며 점점 회의감에 젖어들었습니다.

마음을 다 잡기를 여러 번...그런 노력에도 회의감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더 이상 회사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과감히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국내 토종 브랜드 "사람냄새"가 좋다

그리고 약 1년의 안식휴가 후 국내 피자업계로 이직하여 사람들과 함께 제가 그동안 경험한 내용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데 앞장 서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내 피자업계는 늘어나는 매출에 비해 운영체계가 조금은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가맹점을 가족처럼 대하는 본사의 자세와 본사를 믿고 따르는 가맹점의 성공을 보고 장미빛 희망을 그려보았습니다.

"나도 사장이 되자"

가맹점 사장님들의 성공을 통해 저 또한 창업의 꿈을 키우게 되었고 입사 8개월만에 "나도 사장이 되자"는 회사의 사훈을 따라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노하우를 통한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 창출 그리고 꾸준한 마케팅 지원 활동은 저도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욱 키웠습니다. 주위의 사장님들께서도 축하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오픈 후 빠른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매장직원을 먼저 떠나보내다

하지만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매장직원이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아......"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금전적인 손실도 마음의 상처도 저에게 큰 시련으로 다가왔습니다. 조금 더 살뜰히 챙기지 못했던 것, 배달시간을 맞추려고 채근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한동안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찾아왔고, 매출은 하락해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가맹점주 상조회"의 도움

저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웠던 것은 어느 프랜차이즈에도 없었던 "상조회 지원"이었습니다. 가맹점 사장님들과 본사의 도움으로 저는 재기를 꿈꾸었고 늘 가슴 속에 고마움을 담아두고 언젠가 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의미있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갑(甲)질" 시작

"사람냄새" 나는 경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은 치솟고 코스닥 상장까지 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코스닥 상장 이후 프랜차이즈 본사는 초심을 잃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족점이라 부르던 가맹점들에게 온갖 횡포가 시작되었습니다. 부당한 인테리어 강요, 시중 가격에 비해 높은 가격의 식자재, 광고의 부재, 과도한 할인 마케팅으로 인한 수익악화 등 본사의 손해는 없고 오로지 가맹점의 희생만을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 성장의 그늘

본사는 강남의 한복판에 사옥을 짓고 거대한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해외진출로 승승장구하는 사이 가맹점들은 치솟는 물가·인건비·임대료 때문에 매장 수익은 점점 악화되어 갔습니다.

매출을 위해 가맹점에서 걷어가는 광고료를 투명하게 집행하고 높은 식자재에 대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낮추어 달라고 수차례 애원하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본사도 돈이 없고 힘들다"는 말 뿐이었습니다.

마음의 빚을 갚자

그리고 지난 2년, 삶의 위기 순간에서 구해준 동료 가맹점주님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불공정한 계약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여러 사장님들과 함께 시민단체에 도움을 청하고 지방자치단체 담당공무원을 찾아가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고 국회를 찾아가기를 수차례... 결국 본사와 상생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두 얼굴을 가진 자

하지만 이것도 잠시 본사는 상생협약사항의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뒤로는 말바꾸기와 가맹점간 분란을 유도하여 반목을 조장하고 있었습니다. 본사의 이중적 태도로 약 50여 가맹점주들이 희망을 버리고 금전적 손실을 감수하고 폐점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갑질폭행 회장님 사건"으로 가맹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지만, 본사는 진정성을 통해 가맹점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이 사건이 여론에 더 이상 회자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였습니다.

새로운 꿈, 희망스터디 플랜B 협동조합 설립

피자연합 로고
 피자연합 로고
ⓒ 피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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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과감히 가맹점을 접었습니다. 더 이상 변화의 노력을 엿볼 수 없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어떤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없었기에, 이젠 "스스로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단점이 무엇일까?"

고민의 날이 지속되었고 다름의 해답을 얻었습니다. 저와 생각을 함께 하는 분들과 '불합리한 구조가 제거된 새로운 방식'으로 피자가게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좋은 재료를 싸게 구입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수익을 고객과 함께 나누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움직여가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 건강한 피자 그리고 착한 사람들"

제가 준비하고 있는 "피자연합"의 슬로건입니다. 최소한의 마진으로 이익을 고객께 돌리는 '더드림 공동체 피자연합 협동조합'.

이젠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상처받지 않고, 불공정을 시정해 달라며 애원하지 않아도 되며, 오로지 희망만을 향해 달려가는 '저는 자영업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16년 9월 1일 발행된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 공모글입니다.



태그:#가맹점주, #자영업자,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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