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5개국, 한국, 중국, 일본, 독일, 파키스탄 학자들이 '실크로드'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각자가 실크로드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실크로드를 연구하는 과정은 누에가 고치를 만들어내는 과정만큼이나 동적이면서도 정적인 인고의 시간이었을 겁니다. 또 이들이 연구결과를 도출해내기까지의 과정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고치를 풀어 무명실을 뽑아내는 숙고의 과정이었을 겁니다.   

5개국 19명의 학자가 조명한 <종교와 민족,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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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민족, 실크로드>(엮은이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 펴낸곳 민족사 / 2016년 6월 30 / 값 3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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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민족, 실크로드>(엮은이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펴낸곳 민족사)는 5개국, 19명의 학자들이 실크로드에서 고치를 만들고 무명실을 뽑아내듯 얻어낸 연구결과를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에서 비단 한 폭을 잣듯 엮어낸 결과물, 학술대회 발표글 모음집입니다.

제아무리 튼실한 가지라 해도 가지 하나만으로는 나무가 되지 못하고, 제아무리 좋은 나무라 해도 한그루 나무만으로는 숲을 이루지 못하듯 연구결과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가지가지 구슬도 골고루 꿰어야 보물이 되듯 연구결과 또한 다양해야 하고 엮어야 보물이 됩니다.

실크로드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사막 지대의 오아시스를 연결하여 동방과 서방을 연결해 주는 교통로였습니다. 이 길은 일찍부터 중국의 특산물인 비단을 페르시아·인도·그리스 같은 서방 나라에 수출하는 무역의 길이였기 때문에 실크로드라 불리고 있습니다.

실크로드는 단순한 길이 아니다. 종교와 사상과 문화가 오고간 통로이다.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되었으나 실크로드를 거쳐 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실크로드가 아니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불교는 없었을지 모른다. - 200쪽

맞습니다.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서방으로 비단만을 수출하는 일방통행로가 아니었습니다. 서방의 것들이 동방으로 유입되는 쌍방의 길이었습니다. 5개국 19명의 학자가 발표한 연구결과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오간 무수한 것들 중에서 '종교'에 초점을 맞추고 '민족'에 집중한 선택적 결과입니다.

책은 4편, '1편 실크로드와 종교', '2편 실크로드와 민족', '3편 실크로드와 문화', '4편 실크로드와 고고·문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개의 연구결과들이 그러하듯 책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들 또한 읽는 재미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듯, 딱딱할 수도 있고 재미없게만 읽힐 수도 있는 글을 차분히 읽어가다 보면 실크로드에 얼룩무늬처럼 깃들어 있는 지식 한 벌을 챙기는 횡재감을 맛보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실크로드? 제이드로드?

유라시아 교역으로 왕래된 것은 실크나 차뿐만 아니라 옥·황금·청도·대마·개·말 등도 있었고, 실크로드보다 제이드로드가 훨씬 더 오래되고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옥이 정치·경제·종교와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실크로드'라는 이름은 '제이드로드'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223쪽

실크로드는 역사 속에만 머무는, 흔적 없는 길이 아닙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경제구상으로 발표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는 실크로드를 21세기 형 새로운 실크로드로 재건하겠다는 현재진행형 주요 관점입니다.   

전통적인 '실크로드'라는 이름보다는 '제이드로드(jade road)'라는 이름이 더 타당하다는 주장은 실크로드에서 찾고 밝혀야 할 것들이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여있을 거라는 것을 가늠하게 합니다.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서에서 연구결과로 엮어낸 <종교와 민족, 실크로드>에 실린 하나하나의 발표 글들은 실크로드와 관련한 기초자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함은 물론 불교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내디딜 수 있는 징검다리, 그들이 찾고 있는 답을 찾아줄 술래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