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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옷을 입고 다니면 현지인이든 외국인이든 무조건 경찰이 잡아갈 수 있으니 시내 나가면 조심하라."

지난 5월 초 현지인 친구의 걱정 어린 전화를 받았다. SNS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는 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경찰이 무조건 잡아들인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는 중이었다. 이런 난데없는 소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다음날 아침 신문을 보고서야 간신히 그 연유를 알게 됐다.

월요일, 검은 티셔츠의 의미

 지난 5월초부터 시작된 블랙 먼데이 시위집회 중 경찰에 체포된 철거민들과 사회운동가들의 모습.
 지난 5월초부터 시작된 블랙 먼데이 시위집회 중 경찰에 체포된 철거민들과 사회운동가들의 모습.
ⓒ LICAD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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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이렇다. 지난 5월 초 캄보디아 시민단체들은 구속 수감된 인권운동가 5명의 석방을 요구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마다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발끈한 훈센 총리가 경찰에게 검은색을 입고 시내를 활보하는 자들은 무조건 체포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현지에서 이 시위는 17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 시민사회운동가 100여 명이 집결해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이 시위는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로 불린다. 소문처럼 실제로 검은 옷을 입고 시내를 활보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모조리 잡아들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참가한 시민운동가들 중 상당수는 경찰에게 현장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지난 15일 이 행사에 동참했던 스페인 출신의 사회문제연구가인 마르가 부조사세가 역시 체포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결국 지난 21일 강제추방 조치를 당해 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8월 15일 블랙 먼데이 시위 중 경찰에 체포된 두 여성 사회운동가이자 벙깍호수 철거민 대표인 뗍 완니와 보우 소피아의 석방을 요구하는 한 철거민 여성.
 지난 8월 15일 블랙 먼데이 시위 중 경찰에 체포된 두 여성 사회운동가이자 벙깍호수 철거민 대표인 뗍 완니와 보우 소피아의 석방을 요구하는 한 철거민 여성.
ⓒ LICAD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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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회운동가도 경찰에 연행됐다. 지난 15일 블랙먼데이 행사에 참석한 벙깍 호수 철거민 대표 텝 완니와 보우 소피아는 경찰서 앞에서 시위 도중 국가 공무원 모독죄로 체포됐다. 법원판사들을 포함해 국가 지도자들에게 뇌가 없다는 의미로, 머리가 없는 인형을 만들어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훈센정부의 폭압 정치와 강제철거 정책에 저항해 온 인물이다. 뗍 완니는 지난 2013년 글로벌 리더십 어워즈(Global Leadership Awards)를 수상한 벙깍호수 철거민을 대표하는 유명 사회운동가이며, 보우 소피아 역시 벙깍호수 철거민 대표로 한국의 인권단체가 초청해 지난 2013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캄보디아 형법에 따르면, 모욕죄는 최소 6개월에서 2년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판사의 재량으로 감형돼 두 사람에게는 일주일 구류와 벌금 8만 리엘 (한화 2만2천여 원)이 부과됐다. 그렇게 보우 소피아는 지난 21일 6만에 풀려났지만, 그의 동료인 뗍 완니는 지난 2013년 훈센총리 관저 근처에서 동료의 석방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와 관련된 혐의로 구속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폭력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2~5년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31년째 장기집권중인 훈센 총리는 그동안 '블랙먼데이' 캠페인을 포함해 모든 유사한 형태의 반정부시위나 집회를 '컬러혁명'으로 규정해 왔다. '컬러혁명(Color Revolution)'이란 지난 2000년대 초 과거 소련연방의 그늘 아래에 있던 수구정권들을 전복시키기 위해 일어난 비폭력적 시민저항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에는 25살 대학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컬러혁명'을 선동하는 글을 올렸다가 경찰에 검거되어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 대학생은 시민혁명을 주도할 만한 조직이나 능력도 없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럼에도 이달 열린 항소심에서 그는 단 하루도 감형 받지 못했다.

국회의원도 예외 없다... 도 넘은 폭압정치

 훈센총리 부부.
 훈센총리 부부.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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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출신 호주 주 국회의원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이달 초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달 10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발생한 정치평론가 켐 레이의 피살 사건과 관련, 캄보디아 정부를 가리켜 '짐승 정권'이라고 비하한 캄보디아 출신 호주 빅토리아주 국회의원 홍 림에 대해 정부는 입국금지조치를 내렸다.   

자국의 야당의원들과 사회운동가들에 대해선 이미 더 혹독한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 지난 4월 야당(CNRP)소속 국회의원 움 삼 안은 베트남과의 국경문제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 문제가 돼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박탈당함은 물론, 곧바로 경찰에 의해 강제 구속돼 재판중이다.

이어 앞서 지난해에는 2014년 시위에 참가한 야당 당원과 사회운동가 15명은 '국가 전복' 혐의로 7~20년 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인권단체 리카드호(Licadho)에 따르면 캄보디아에는 야당 의원을 포함해 30여 명의 양심수들이 쁘레이 쏘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지난 7월 10일에는 저명한 시민운동가 껨레이가 의문의 피살을 당했고, 현행범이 붙잡혔지만 그 배후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관련기사: 2016월 7월 22일자, 시민운동가 피살로 10만 운집 예정, 정부 '초긴장').

반면, 지난해 10월 총리실 소속 경호원 3명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야당 의원 2명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의 큰 폭력을 행사했지만 그들은 1년형을 선고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시위진압을 위해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한 승려가 최근 구속된 사회운동가들의 석방을 바라며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시위진압을 위해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한 승려가 최근 구속된 사회운동가들의 석방을 바라며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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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현지 정치전문가와 해외 언론들은 훈센 총리의 무리한 폭압정치가 이미 정도를 넘어선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훈센 총리와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피로감 역시 극에 달했다.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로 보여주겠다고 벼르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권 교체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야당 수뇌부의 정치적 공백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지자들의 실망감이 커졌고, 지금의 야당 지도부를 대신할 제3의 인물도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게다가 야당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유혈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염려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과거 훈센 총리는 선거에서 질 경우 폭력사태가 발생하거나,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총리의 위협적 발언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반신반의하는 편이지만, '킬링필드'와 오랜 내전을 경험한 기성세대들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현지 전문가들 역시 훈센 총리가 오랜 기간 군부를 장악해왔기에 유혈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지 언론인 포은 데소폿씨는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5년마다 치러지는 총선 때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태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살아왔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내전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페이스북을 포함한 SNS의 확산이 캄보디아 정권교체를 위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3년 총선에서도 이미 그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SNS 사용이 익숙한,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35세 이하 젊은 층이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야당에게는 좋은 징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SNS의 위력이 다음 총선에서 결과를 뒤엎을 만큼 큰 위력을 발휘할 지에 대해선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라고 해서 모두 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블랙먼데이' 행사는 매주 월요일 프놈펜 시내에서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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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프라자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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